장마철에 발견한 금맥
-죽은 시인의 사회를 시청하고-
52일째 장마가 진다고 기록적이라고들 난리다. 장마속에 팔월도 중순으로 치닫는다.
하늘은 변덕장이라고 아이들이 난리를 친다. 푸른하늘이 보이며 쨍쨍 햇살이 파고들던 어제 오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빗줄기로 햇살을 가로 막았다.
어제는 초안을 잡아놓은 미룩구(밀크카라멜) 과장이 생명을 불어넣어주더니
오늘은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가 축축한 장마속에서 삶을 번득이게 할 줄이야!
1859년 미국명문 웰틀아카데미 새학기 개강식으로 문을 연다.
전통과 명예와 규율,최고의 4대원칙을 내세우는 보수적인 남학교에 파격적인 수업방식을 전개하며 획일적이거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 국어선생님이 등장한다. 존 키팅-.
현재를 즐기라-.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내 인생의 캡틴을 만난다.
참으로 독특한 수업을 하는 존 키팅 선생님---멋진 주인공이시다.
나 역시 한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육자로 이 영화가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아니 감상하면서 내내 캡틴 키팅선생이 바로 나란 일체감까지 느끼면서 맛있게 본 8.11일이다.
물론 서재에 두껍지 않은 이 책이 꽂혀있지만, 솔직히 정독을 하지 않아 세세히 그 뜻을 모른다.
아- 닐이 자살하면서 문책을 받고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님-.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가르쳐준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수업을 재현하면서 두려움없이 의지를 보인 제자들-.
파격적으로 국어에서 시란 무엇인가의 첫페이지를 찢어버리게 한 창의성이 풍부하신 선생님께
박수를 보내며 내게도 많은 일화가 있지만 특히 양구고에서 가르친 수업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방과후 고 3수업이다. 기진맥진으로 때우는 보충수업-. 그런 날 벌어진 일이다.
수공업- 공장제 수공업-공장제 기계공업-기계공업으로 발전하는 산업혁명 과정이다.
갑자기 나는 선언했다. 기계가 발명되면서 대량생산을 하여 풍족했지만 노동자는 기계 때문에
실업자가 되었다고 기계를 때려부수자고 공장으로 몰려가 기계를 파괴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할까?
- 아는 사람은 내 차 열쇠를 주겠다---하고 뜻하지 않는 제안에 갑자기 교실은 초긴장이다.
정말이요? 그럼 에이 정말이요? 그렇다니까 하고 나는 주머니에서 차키를 교단위에 내놓았다.
-10분쯤 흘렀다. 20분쯤 흘렀다. 설마 누가 맞출라고-.하자 창가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든 학생들이 그 학생을 주시하면서 엄청난 상품이 걸린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러다이츠운동(Luddite Movement)이요!!
-정답이다.
-와----------------------------------------------------와글와글!!
애들은 모두 고갤 돌려 선생님 나를 주목하였다. 아뿔싸!! 나는 열쇠꾸러미를 던졌다.
정말 주시는 것인가요? 우리 엄마가 차가 없는데 잘 되었네요.ㅎㅎ
문제를 맞춘 학생은 시장(市場)으로 난 큰길 옆에서 찬찬찬 노래방을 하고 있었다.
-그럼, 진짜 주고말고.ㅎ 잘 맞추었어 공장파괴운동이지, 축하해-.
와----------------------순간 교실은 끝종이 울리고 나서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교무실로 왔다.
키를 받고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던 녀석은 그 후 한시간 후에 교무실을 찾았다.
어머님께서 잘했다고 돌려드리래요.
유복하게 사는 녀석 어머님은 어머니회장이라 많은 풍문이 내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지금 그 학생은 연대를 나와 해외 유학을 한다는 풍문이다.
어느 곳에서 산업혁명 이야기만 나오면 그녀석은 고 3때 사회수업이 떠오를 것이고
키팅 캡틴만은 못되더라고 이응철선생님은 아마 평생 잊을 길이 없을 것이다.
인생후반이 여기저기 가르친 제자들이 잘해 평년작에서 풍년작이다.
선생은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는 다시 은사님에게 영광을 돌리지 않는가!
주룩주룩 장대비가 쏟아진다. 얼마나 빗소리가 그리웠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살이 무겁게 하지만, 영원한 캡틴 로빈 월리엄스를 기억하리라.
다시한번 죽은 시인의 사회 一讀을 권한다.(끝)
2020.8.11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德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