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 쌍샘자연교회
요즘 뉴스 가운데 빼놓지 않고 나오는 소식은 세계의 기상이변이다. 전 세계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구는 점점 면역력을 잃고 중병을 이겨내기 위한 어쩌면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한다. 지난겨울 유럽은 유례가 없는 이상 고온과 가뭄이 이어졌고, 때아닌 폭설과 홍수로 어려움을 겪었다. 스위스에선 겨울철임에도 고산지대의 빙하가 대규모로 녹아내렸고,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지난 8년간 지구는 관측역사상 가장 더웠다고 한다. 3월 이후 전 세계 해양 온도는 연일 기록을 경신했고,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역대급 기상이변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기술 혁신과 더 풍요로운 경제를 꿈꾸며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가속의 페달을 밝고 있다. 욕망을 멈추지 않는 한 지구는 점점 가열될 것이고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 당장 에너지 전환과 기후 정의를 택해야 한다. 조천호 박사의 말대로 모든 국가와 정부가 ‘담대한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나가면 자연이 기후와 온도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이 자연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이 온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며, 지구 온도 1°C이면 간헐적 감지이지만 2°C가 되면 전체와 전부가 파국을 맞게 된다. 과학자들은 동토층의 해빙 등 이것을 ‘자기 증폭성’이라고 했다.
이제는 정말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 가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와 지구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며 기회다. 물질적 세계관과 인간중심주의의 뿌리를 걷어내야 하며, 탈근대의 사회적 상상을 꿈꾸며 공동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 생태 문명은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문명이 세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공존하는 생물체계를 지탱하는 핵심 원칙들에 기초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태 문명은 내용이 생태적일 뿐만 아니라 문명의 형식 자체도 생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쌍샘자연교회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이 하나님의 창조성에서 시작되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의 말씀에서 삶의 답을 얻고자 한다. 우리는 녹색 은총을 믿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 그 세상을 어찌 벗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참된 기독교의 선교라 믿는다.
이제 더 이상의 물질 풍요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왜곡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맨 처음부터 하나님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주셨다. 문제는 인간이 빼앗고 독점하며 나누지 않음에 있었다. 지금도 부익부와 빈익빈이 문제가 되고, 굶주림과 질병 등 삶의 최소한이 심각하지만 핵심은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삶을 공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기독교 신앙의 최대 과제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어떤 선교, 부흥, 성장, 성공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따라 포도원 품꾼의 이야기처럼 나누고 섬겨야 한다.
우리부터 좀 더 소박하고 단순하며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 좀 불편하고 부족하며 아쉬움을 덕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과 신령한 복을 제대로 누리며 맛보는 기회가 된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세상과는 다른 안목과 가치와 방식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소망하며 예수님의 약속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이번 30주년을 기념하는 쌍샘의 여름신앙공동체에서는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고 살피는 기회도 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며 어떤 주님의 교회와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할지를 나누는 그런 시간과 자리가 되면 좋겠다. ‘변함없이 변해가는 우리’가 되려면 무엇이 변함이 없어야 하고, 무엇이 변해가야 할 것인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성, 자연, 문화의 삶을 살고자 하는 쌍샘이 요즘 이야기되는 러스틱(rustic) 라이프, 러스틱 처치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