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농장을 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체험 맞춤형으로 농장을 디자인해야 한다. 더구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농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이기 때문에 사전에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체험도 망치고 농장도 망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수확 시기를 길게 하라 체험농장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무래도 수확 체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작물은 수확이 가능한 시기가 정해져 있다. 밭작물은 하루 이틀 사이에, 과실은 며칠 사이에 수확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 대부분 농장에서 하는 수확 체험은 과일은 일 년에 한두 번이 고작이다.
하지만 체험농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이 시기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체험 가능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험농장 운영이 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다양한 품종을 심어 수확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조생과 중생, 만생 품종을 고루 섞어서 재배하면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두세 달 정도는 수확 체험을 지속할 수 있다. 아예 수확 시기가 다른 품목을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름에는 옥수수와 감자를, 가을에는 사과와 배를, 겨울에는 딸기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파지를 활용하라 모양이 나쁘거나 상처가 나거나 해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는 농작물을‘ 파지’라고 한다. 농사에서 파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더구나 농작업에 서툰일반인이 체험한 밭에서는 파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관리할 수는 없는 일. 일손도 부족하지만, 체험객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차라리 파지를 새롭게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상수다. 과일은 사람들이 잘못 건드려서 떨어진 것은 모아서 잼을 만들거나 술을 담근다. 체험객이 체험을 끝내고 잠깐 쉬는 동안 인심 좋은 농장주가 주는 간식으로 써도 좋고, 양이 많으면 판매하는 것도 좋다.
감자나 고구마는 따로 저장해 뒀다가 체험객에게 주는 덤으로 사용해도 된다. 단, 모양은 못났지만, 맛은 좋은 파지라고 귀띔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프로그램은 다양할수록 좋다 체험 프로그램은 가능한 한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작물만 수확하는 단순한 체험으로는 체험객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가장쉬운 프로그램은 주 작물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떡 만들기, 과자 만들기, 잼 만들기 등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작물을 소비할 수 있고, 체험객들이 즉석에서 맛볼 수도 있어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 비누나 초 만들기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재료만 잘 갖춰두면 의외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술이나 효소 담그기는 완성품을 농장에서 보관ㆍ숙성하면 체험객을 농장에 재방문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다.
주변에 천연 염색이나 압화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도 좋다.
가격 결정은 합리적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 하나가 체험비다.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받아야 적당한지 농장주도 체험객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했다가는 손해 보는 장사가 되거나 너무 비싸다는 인상을 줘 체험객들이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체험비를 책정할 때는 농작물의 원가나 시장가격 등 나름의 기준을 확실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체험에 제공되는 농산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사과따기 체험이라면 1인당 가져가는
사과의 가격에 부대비용을 첨가하는 방식이다.
체험객 응대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농장을 체험에 맞게 잘 준비했다고 해도 농장주가 체험객을 잘 맞이하지 못하면 체험농장을 잘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농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작물을 해치지 않고 체험을 끝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장주의 적절한 가이드가 필수적이다.
전문가처럼 설명하라 번거롭더라도 체험객이 오면 매번 농작물이나 자신의 농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간혹 귀찮아하는 체험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농장과 농장주 그리고 그 농장주가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 신뢰하게 될 것이다.
농장주가 농작물에 대해 가지는 책임감과 애정도 일정 부분 체험객에게 전이되므로 체험 중에 농작물을 소중하게 다루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체험객을 맞기 전에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지 고민하고 연습해보자. 핵심만 간추려 쉬운말로, 그리고 가능하면 재미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
소품을 활용하자 최광석 씨는 체험객들에게 엄지와 검지가 뚫려 있는 특이한 모양을 가진 장갑과 토시를 끼게 한다. 체험객들에게는 유기농으로 재배하므로 나무에는 쐐기 같은 벌레가 많아 자칫 물릴 수 있어‘ 보호용’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토시와 장갑은 몇 가지 효과를 발휘한다. 첫째 이 농장주는 체험객의 안전에 관심이 많고 보호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준다. 체험객의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둘째 벌레에게 물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 나무를 조심해서 다루게된다. 셋째‘이 농장은 정말로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 하나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하게 하라 수확체험의 경우 욕심 많은 체험객이 익지 않은 열매까지 다 따버려서 문제가 되는 일도 적지 않다. 먹지 못해 버려야 할 뿐 아니라 다음 체험을 어렵게 만들어 농장주 입장에서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덜 익은 과일을 따서 먹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보자. 시고 떫은 맛이 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나면 덜 익은 과일은 손대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