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결코 평화롭게 오지 않았다!
로마인의 시선으로 꿰뚫는 팍스 로마나의 진정한 의미
로마가 이룩한 평화, 즉 ‘팍스 로마나’로 상징되는 로마의 전성기에는 사실 그 의미가 무색할 만큼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네로 황제의 사후부터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이르는 70여 년에는 찬탈과 내전, 외적의 침입과 속주의 반란, 자연재해 등 사건사고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시련들을 이겨내고 로마 제국은 유례없는 최고의 국가로 다시 우뚝 섰다. 제국의 붕괴를 막고 평화를 회복한 이때야말로 팍스 로마나의 진가가 드러나는 시기였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는 당시 치열했던 로마 제국의 역사를 실감나게 펼쳐 보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톰 홀랜드의 시선이다.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당대 로마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했다. 로마인의 독특한 습속도 적나라하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팍스 로마나를 이룩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관념과 미덕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새롭게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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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타고난 이야기꾼 톰 홀랜드의
로마사 3부작 결정판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가 이번에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돌아왔다. 《루비콘》(2003), 《페르시아 전쟁》(2005), 《이슬람제국의 탄생》(2012), 《다이너스티》(2015) 등 묵직한 고대 제국사를 주로 집필해왔고, 《도미니언》(2019)에서 기독교의 2500년사를 한눈에 펼쳐 보임으로써, 방대한 사료를 일관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직조해냈던 그였다. 이 책 《팍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시대를 다룬 《루비콘》,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직계 후계자들의 치세를 다룬 《다이너스티》에 이은 로마사 3부작으로, 톰 홀랜드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로마 제국의 전성기를 장엄한 서사시로 그려낸다.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의 시대(서기전 27~서기 14)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위 기간(161~180)까지 약 200년간 로마 제국이 지중해 일대에 안정을 가져온 시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는 그 시기인 네로 황제의 사망(68)부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재위기간이 끝나는 시점(138)에 이르는 70여 년이다. 이 시기에는 찬탈과 내전, 외적의 침입과 속주의 반란, 자연재해 등 여러 위기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팍스 로마나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려면, 위기에 빠진 로마 제국이 다시 평화를 구축해낸 이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평화를 가져온 힘이 평화를 무너뜨린다는 역설
사실 로마 제국의 속사정은 외양과는 달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크고 작은 진통이 일어나고 있었고, 결국 곪은 자리가 터져버리면서 제국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 시작은 아우구스투스 황조의 마지막 황제 네로의 자결(서기 69)이었다. 네로 황제는 자신의 폭정에 맞선 반란이 일어나자 사태를 비관하고 제위와 목숨을 포기했다. 황조 개창자의 혈통이 아니어도 황제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자 속주의 장군들이 잇따라 황제를 자칭했고, 69년 한 해에만 네 명의 황제가 즉위와 폐위를 거듭했다. 로마군은 제국 곳곳, 그리고 수도 로마의 거리에서 서로 학살했다. 흔들리는 로마의 모습을 본 게르만인, 유대인 등 속주민들도 이 틈에 반란을 일으켰다.
한번 무너진 평화는 쉽게 그리고 평화롭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로마 제국을 위기에 빠뜨린 원인이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로마의 강력한 군사력이었다. 제국을 세우고 확장하는 원동력이자 그 번영과 안전을 유지하는 힘이 스스로를 향하자, 제국은 내전으로 인한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평화 시기를 다루는 이 책이 전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위기를 극복한 해결책 역시 군사력이었다. 로마 제국은 서둘러 내전을 끝내고 그 칼끝을 외부로 돌려야 했다. 평화는 베스파시아누스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로마 제국을 장악하면서 찾아왔다. 하지만 혼란의 여파는 워낙 컸기에, 로마 세계의 상당 부분이 질서를 회복한 후에도 갈등은 여전히 브리타니아에서, 도나우 강변에서, 유대 등에서 터져 나왔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힘이 필요했지만, 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트라야누스 황제가 다키아, 파르티아 원정으로 제국을 최대 판도로 확장했지만, 그 뒤를 이은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전임자의 과도한 팽창이 가져온 대가를 치르고, 수습해야 했다. 이 책은 이렇게 강력한 군사력이 평화의 기반이면서도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양날의 검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민족주의적 왜곡과 현대인의 편견을 벗겨내고
거침없이 써내려간 날것의 로마사
“이 책의 집필 목적은 모든 고대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로마 세계의 주민들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그들을 우리 현대인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 그들의 양가감정, 그들의 복잡성, 그들의 모순에 비추어 이해하려고 애썼다. … 나는 제국 전성기 시절의 로마인을 우리의 동시대인으로서라든지, 우리가 경쟁하거나 비판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애썼다. 그리하여 다소 당혹스러울 만큼 다른, 혹은 너무나 매혹적으로 다른 그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 〈서론〉에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은이 톰 홀랜드가 로마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는 우리 앞에 여러 장애물이 있음을 강조한다. 기독교인과 유대인 등 로마에 억압당한 이들이 남긴 기록, 현대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고전학자들의 시대착오적 인식 등이 역사를 직시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지은이는 소(小) 플리니우스, 타키투스, 수에토니우스, 카시우스 디오, 요세푸스 등 당대인들의 기록으로 치밀하게 고증하고, 로마 정신이 충실히 담긴 고대의 용어를 최대한 사용했다. 무엇보다 로마인들의 근본적인 관념과 미덕, 그들이 가진 편견과 독특한 습속 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직필하고자 애썼다.
이 덕분에 우리는 상식과는 다른, 로마인의 다층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정복의 결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세계의 부와 사치를 누리면서도, 그로 인해 번영의 기본 바탕인 상무정신과 정신력이 나약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은 그들이 평화를 가져오고 이를 오랫동안 지켜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황제들의 성적 기벽, 로마 상류 사회의 노예 학대, 미소년 선호, 잔혹한 검투사 경기 등 우리의 잣대로는 괴상하고 황당할 수 있는 로마인의 생활상과 사고방식도 거침없이 보여주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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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감사의 말
서론
1부 전쟁
1장 슬프고 잔인한 신들
2장 네 명의 황제
3장 전쟁 중인 세계
2부 평화
4장 잠자는 거인들
5장 거대한 거미줄의 중심에 자리 잡은 거미
6장 최고의 황제
7장 내가 우리를 위해 이 정원을 지었다
연표
등장인물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
화보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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