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동상 / 松花 김윤자
-벨기에 문학기행
사진:松花
오늘 벨기에에서 만난 돈키호테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해학적 웃음을 뿌리고 다니던 가벼움은 증발되고 건장한 말 위에 앉아 심오한 표정으로 브뤼셀 시청사를 가리키며 손을 뻗쳐 들고 있다. 작가 세르반테스는 스페인 사람인데 돈키호테가 어찌하여 이국의 도심에 서 있는 걸까 지배의 흔적이다. 스페인 합스부르크가 지배의 흔적으로 남긴 유물이다. 이곳의 역사적 배경이야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강점기의 내 조국 어느 아픈 한마디를 보는 것 같아 오늘 만난 돈키호테는 무거운 존재다. 유명세만큼이나 큰 덩치로 언덕에 서서 외객의 걸음을 인도하는 동상은 차가운 이지의 가슴인데 그를 바라보는 길손의 시선은 붉은 눈시울이다.
돈키호테 동상-충남문학 2009년 겨울호 제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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