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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삼수동)에 있는 노봉산(1,055.1m)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이름이 실려 있지 않은 알려진 바 없는 산이다. 하사미는 삼척군에서 신생 태백시에 1994년 12월22일 늦깎이로 병합된 산촌이다.
예전에는 대마가 주작물이었으나 근래에는 한우와 고랭지 채소 재배로 고소득을 올려 떵떵거리는 오지의 부촌이다. 한강의 원류와 백두대간이 지나는 미동초등학교 하사미분교장을 노봉산 산행 들날머리로 삼았다.
됫박만한 운동장에는 칼바람이 가랑잎을 쓸어내고 있었다. 한 켠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네, 독서하는 조각상, 사임당 동상, 일등수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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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봉산 정상. 삼봉산을 배경으로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왼쪽)과 총무 안순란씨가 섰다.
- 교문 앞을 지나는 35번 국도변 전봇대 중턱에 걸려있는 ‘가리골길(Garigol-gil)' 화살표 이정표가 일러주는 서쪽 가리골의 수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추위에 웅크리고 앉은 교문 왼편의 농가(가리골길 164)를 뒤로하자 어느 사이 협곡을 끼고 돌며 시멘트다리를 건너게 된다. 소나무, 나도박달나무, 당단풍나무, 생강나무들이 층층바위에 기우뚱 뿌리를 박고섰다.
여기를 하산지점으로 찜해놓고 다리를 건너 산모퉁이를 몇 순배 돌아나가자 널푸레한 텃밭에 농가 한 채가 있다. 오순도순 일곱 집이 살갑게 살던 집터에는 돌담불만 남아 추억을 말해주고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무인지경의 모퉁이로 접어든다. 이곳에 일가붙이가 있어 지리에 빠삭한 태백여성산악회 안순란 총무에게 권영희 회장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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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현굴과 이심이굴 입구에는 한겨울레도 이끼가 살아 있다.
- “자기야, 여기가 왜 가리골이야?”
“응, 골짜기가 가르마처럼 길고 가늘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였겠지만, 옛날에는 삼 농사를 주로 하던 고장이라 삼가리를 무더기 무더기 쌓아놓아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고, 삼재불입지지라 해서 가리골이라 했다는 설도 있어.”
그림 같은 농가 두어 채가 앞으로 다가선다. 덕지덕지한 흙벽, 거무튀튀한 툇마루, 너와로 된 부엌, 그런대로 옛 모습이 남아있는 ‘가리골길 166’ 울타리 없는 농가다. 그 위의 또 한 집(172)은 부농이다.
여기서 가리골을 따라 약 300m를 더 가자 오른쪽 너래밭골 입구에 가리골길 184호 폐가가 있고, 왼편은 바위가 층계를 이룬 와폭이 있는 큰조리골이다. ‘하장간 461. L52’전봇대가 섰다. 하사미분교장에서 여기까지 2.7km에 50분쯤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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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걷던 가리골을 여기서 접고, 왼편 철다리를 건너 큰조리골로 들어서니 비나리터도 있고, 마른대궁만 남은 뚱딴지 밭도 있다. 낙엽이 졌는데도 활엽수와 만경식물들이 뒤웅박쳐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 따라 약 0.75km에 30분쯤 이동하니 합수점이다. 왼편 계곡으로 약 300m 들어선다. 계곡이 세 갈래 치는 곳에 세실(細)처럼 이끼를 타고 물줄기가 떨어지는 이끼폭포가 있다.
일단 배낭을 벗어놓고 이끼폭포 50m 위에 있는 자연유산인 용혈굴을 보러간다(좌표 N 37°19′17.6″ E 128°58′03.6″). 입구의 크기는 폭 1m, 높이 1.5m이고, 총연장 8m이다. 동굴 내에서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으며, 약 2m 지점에 동굴 입구에 작은 폭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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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산행 들날머리가 되는 미동초교 하사미분교장./2.들머리에서 가리골을 따라 2.7km 거리, 큰조리골 입구에 놓인 철다리./3.1030.7m봉으로 가는 주능선에 자생하고 있는 거제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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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부로 약 6m 지점에 지하수가 채워져 있어 진입이 불가능하다. 꼬리치레도룡뇽, 물결자나방, 꼽등이 등의 생물이 관찰되며, 여기서 좌측 능선을 따라 약 100m 정도에 가로 5m, 세로 2.5m, 총연장 35m의 수직동굴인 이심이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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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이끼폭포로 되내려와 지금까지 따르던 큰조리골을 버리고 수통에 물을 채워 왼편 지계곡으로 올라간다. 산사태 난 계곡은 길이 없다. 한동안 고도를 올리자 계곡이 둘로 갈려 왼편 계곡으로 30분 끝까지 힘을 쏟아 올라가니 누덕옷을 걸친 거제수와 층층나무, 돌배나무, 팥배나무들이 반기는 주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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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가리골 입구에서 첫번째 시멘트다리가 놓인 날머리./2.큰조리골./3.참나무류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이것을 채취하느라 나무들을 마구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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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능선을 따라 1030.7m봉도 지나고, 진달래나무들이 빼곡한 1043.4m봉도 지난다. 구멍 뚫린 아름드리 신갈나무들이 많다. 미역줄나무들이 발목을 잡는 1042.8m봉에 이르니 능선이 둘로 나뉜다. 정상으로 가야할 능선은 오른편으로 90도 꺾어 내려간다. 참나무류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하여 애꿎은 아름드리 나무들은 마구 베어버렸다.
- 진달래 나뭇가지 회초리가 얼굴을 때리는 조붓한 암릉을 지나기도 하며 서너 봉우리를 오르락거리기를 35분 했을까 시루처럼 생긴 지형에 삼각점(426 재설. 77.6 건설부)이 있는 노봉산 정상이다. 북으로 둥둥산 위로 백두대간의 고적대, 청옥산, 두타산, 동쪽은 덕항산, 남으로는 앞산, 가덕산, 매봉산, 대덕산, 서쪽은 삿갓봉, 삼봉산이 울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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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날머리로 정해놓은 하사미분교장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좁은 바위턱을 내려선 안부에서 뒤돌아본 정상은 물통이나 시루처럼 생겼다. 신갈나무, 진달래나무, 싸리나무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약 400m를 올라서자 마구잡이로 쓰러트려놓은 나무들이 길을 막는 1022m봉이다. 여기서 왼편 능선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사방이 겨우살이를 따기 위해 나무를 베어놓았다.
약 500m를 내려가자 능선 갈림길. 오른쪽 능선으로 미끄럼을 타듯 300m쯤 급경사를 내려서니 묘가 있는 안부다. 묘로 다니느라 예초기로 잘 정비해놓은 왼편 길을 따라 능선을 버리고 내려서자 고랭지 채소밭이 나오고, 시멘트다리를 건너 20분쯤 가리골을 빠져나오니 하사미분교장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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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하사미분교~(50분)~큰조리골 입구~(30분)~큰조리골 합수점~(10분)~이끼폭포~(30분)~1030.7m봉~(20분)~1042.8m봉~(35분)~정상~(50분)~묘~(20분)~하사미분교
교통
태백→조탄 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시내버스 이용, 하사미분교에서 하차. 1일 8회(06:10, 07:40, 09:50, 12:20, 14:45, 17:50, 19:00, 19:30) 운행.
조탄→태백 1일 8회(07:00, 08:25, 10:00, 11:15, 13:00, 14:50, 17:50, 20:20) 운행.
숙식 (지역번호 033)
맛나분식(552-2806, 016-348-5770) 도시락 주문, 태백산흑염소 553-2959, 성류각 552-9020, 독도 553-2629,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552-2849, 동경장여관 552-6624, 알프스장 552-2620.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
필자 프로필_ 김부래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태백 한마음산악회 회원.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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