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은
남북 고위급 인사들의 회의 장소나 숙소로 사용되거나
얼마 전 G20 정상회의 개막장소로 선정되는 등
품격과 인지도 면에서 손색이 없는
국내 정상급 호텔 중 하나입니다.
워커힐 호텔은
초대 주한 미8군 사령관인 워커 장군이었던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따서
광진구 광장동 아차산 언덕에 건립된 호텔로서
1963년에 문을 열었으니
개관된 지 50년이 다가오는 유서 깊은 호텔입니다.
워커 장군은
1950년 6.25발발 시
낙동강 전선 사수에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곧이어 맥아더 장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에 가세하였던 용장(勇將)입니다.
그는 역시 한국전에 참전한 아들 샘 S. 워커 대위의
은성무공훈장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1950년 12월 지프차를 타고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로 가던 중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부근에서
애석하게도
맞은편에서 과속으로 주행해 오던
한국군 스리쿼터와 충돌하여 숨진
비운의 장군이기도 합니다.
워커힐(Walkerhill) 호텔은
1973년 창업법인인 '사단법인 워커힐'로부터
선경개발㈜에서 인수하여
SK그룹 산하의 계열사가 되었습니다.
1977년 호텔 체인업체인 쉐라톤과
프랜차이즈체인 계약을 체결,
1982년 6,000명 수용의 컨벤션센터를 개관하였으며,
2002년 11월에는 쉐라톤 워커힐에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로 브랜드 승격되었습니다.
워커힐 호텔은
600여실에 가까운 객실을 비롯하여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
첨단 컨벤션 센터 및 웨딩홀,
면세점, 카지노, 야외 레저 스포츠 시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아차산의 사계절 자연 변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벚꽃 축제, 리버파크 야외 수영장, 아이스링크 등
절기별 테마축제는
연중 내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연 전문 극장
‘워커힐 씨어터’에 펼쳐지는 ‘워커힐 쇼’는
워커힐 호텔이 가장 자랑하는
타 호텔과 차별화된 콘텐츠로서
명성이 드높습니다.
‘워커힐 시어터’의 무대 시설은
단연 국내 최첨단의
무대기계시설, 조명, 음향 시설로 유명하며
국내 최정상급 연출가와 안무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무대 인력들과
최고 기량의 워커힐 예술단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워커힐 예술단의 공연은
국제적 수준의
품격 높은 공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몇 십 년 동안
‘워커힐 시어터’의 공연은
1부에는 전통공연예술로 구성하고
2부에는 외국 전문공연예술팀들의 초청공연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전통공연인데
구태여 비싼 외화를 지불해가며
외국 공연팀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최고 경영자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3년 전 ‘워커힐 시어터’ 측에서
우리 연구소를 찾아와
‘워커힐 시어터’의 공연 콘셉 설정의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전통총체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하여
바로 실행에 옮겼고
지금까지 전통총체극이 무대에 올려져왔습니다.
나는 그 당시 SK그룹의 최고 경영자들의
뛰어난 안목과 판단에
매우 놀랐고,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지시로
올 3월부터는 ‘워커힐 시어터’의 무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카지노 등 오락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었습니다.
50년 가까이 워커힐 호텔이 자랑해오던
‘워커힐 쇼’가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워커힐 쇼’가 오랜 세월동안
적자 운영을 해왔으며
그룹차원에서 국위선양을 위하여
적자를 감내하여왔으나
더 이상 적자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그룹 최고 경영자의 판단과 결심이 섰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예술단원들과 스텝들 모두
3월부터는 워커힐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국내를 다녀 간 외국인들 중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워커힐 쇼’를 보았을 것이며
‘워커힐 쇼’를 통하여
우리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인식하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애석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SK그룹 측으로서는
외형상으로는 적자가 분명하겠지만
‘워커힐 쇼’의
품격 높은 전통예술 공연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수한 전통문화를 인식하게 한 공적은
그룹차원을 떠나
국가차원에서 커다란 이득이었다고 생각하며
SK그룹처럼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재벌그룹에서
그 정도의 손실은 감수해도 괜찮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편이 씁쓸해져옵니다.
이것은 일개 민간 호텔의 콘텐츠가
없어지는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중대한 일입니다.
그 적자액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적절한 해법을 찾을 때까지
그 적자 분을 국고에서 지원을 해주어서라도
‘워커힐 쇼’가 사라지게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워커힐 쇼’를 살려내기 위한
시급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