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豫感)
임병식 rbs1144@daum.net
예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한 가수가 음주운전 혐의를 받을 때 그가 취한 행동을 보고서 나는 대번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사고를 낸 행위 자체도 문제인데 더하여 거짓말까지 하고 있어서였다.
그건 내가 꼭 현직에 있을 때 교통사고 처리를 해봐서가 아니라 사고를 내고 나서 그가 보인 행동이 너무나 어설프게 음주를 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황은 술집 종업원의 증언 이외도 대리운전을 시킨 거라든지, 비틀거린 몸짓, 장시간의 도피, 차 안의 블랙박스 훼손 등 많은 허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일련의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정도의 사안이라면 수사관 누구라도 음주운전을 육감적으로 인지할 사항이 아닌가.
뒤늦게나마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는 보도를 접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즉시 실토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도 주변에 바른 말로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을까. 전도유망한 가수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가수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이런 예감과 관련하여 더 큰 문제, 대국적인 관점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고 아우가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아 침술을 병행하는 대체의학 병원을 개원하고 있는데, 최근 그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침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침술로써 암을 비롯한 자가면역 질환 같은 만성병을 고치는 걸 눈여겨보고서 자기 나라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해 달라고 제의를 해 왔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불치병에 걸리면 막무가내로 선진국으로 나가 큰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로 인해 해마다 수천억 원의 외화가 유출되는 걸 하릴없이 지켜보다가 아우가 하는 침술 치료가 가격대비 효과 면에서 획기적인 대안이 된다는 점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실 아우는 그 나라에서 수많은 불치병 환자를 치료한 임상 실적을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은 암 환자. 심장병 환자. 치매 환자. 자가면역질환자. 화상 환자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침술 행위를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해 막고 있다. 명의로 유명한 구당 김남수 옹 같은 이도 침과 뜸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려냈지만 고발당하였다. 아우도 마찬가지다. 비장의 의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국에서는 뿌리 내리지 못하고 낯선 카자흐스탄으로 나가 정착을 하였다.
아우의 침술경력은 50년이 넘는다. 홍채진단법을 장착하고 수지침에서부터 장침에 이르기까지 침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아우는 재야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장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 과정에서 중국 침술과, 한국 침술을 두루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침구사들이 활용하는 중국동씨 침술은 동경창 선생이 개발한 것이다. 그는 이름을 날리기 전 수년 전까지도 면허가 없었다. 말년에야 가까스로 정부로부터 중의사 특별면허를 받았다. 이것을 이후 ‘양유걸’이라는 불세출의 제자가 완성하여 오늘날의 세계적인 동씨침술로 자리 잡게 하였다.
이와 비견하여 한국에는 전통사암침법이 있다. 이것은 이재원 선생이 시작으로 김형관 선생이 체계를 잡고 불세출의 전유진 선생이 동씨침법을 능가하는 세계적 침술로 올려놓았다. 온침요법은 어떤가. 무면허였던 김계언 박사가 개발했으며, 약침 또한, 무면허였던 남상천 선생이 개발한 것이다. 그로 인해 선생은 그 일로 무려 18번이나 고발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이것들이 널리 활용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우는 1980년대 이우관 선생 등과 함께 침구사제정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아우가 종종 전화로 한국 의료시장을 걱정한다. 외국은 발 빠르게 대체의학을 받아들여 의료개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의대 정원 늘리는 문제 하나로도 연일 시끄러운 것을 보고 그런 것 같다.
아우는 각국에 나가 성공한 침구사들과 소통을 하는 모양이다. 캐나다나, 스웨덴, 남미 국가들에는 아우처럼 면허를 받아 영업하는 분들이 있는데 서로 정보교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1980년 천명기 보사부 장관 시절 남미 국가에서 한국에 침구사 1,000명을 보내 달라는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관철되지 못했다. 당시가 서슬 퍼런 군부정권 때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런 형편인데 오늘날이라고 해서 해묵은 과제인 침구사 제도가 부활되겠는가.
우리나라 곳곳에는 대체의학의 고수들이 활동한다고 한다. 아우처럼 일부는 외국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은밀히 활동한단다. 이들은 저마다의 특장을 가지고 있어 희귀병을 고친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어느 고을에서는 바늘 하나로 온갖 눈병을 고쳐서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도 했다고 한다.
아우는 구당 선생이 평소 한 말을 들려준다. 양손에 떡을 쥐여주면 더 맛있는 떡(돈)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한 말을. 즉, 돈이 되는 한약을 우선 팔지 서민 의학인 값싼 침을 놓아서 돈을 벌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세분화된 시대에 한 집단에만 독점적으로 계속 침과 한약을 양손에 쥐여주면 앞날이 어떠할지 우려된다.
외국에서는 발 빠르게 침구사를 양성하여 배치하려고 서둔다는 소식을 접하며 예감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은 의료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침술을 계속 특정 기득권에만 갖도록 족쇄를 채워놓는다면 금방 다른 나라에 따라 잡히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종래에는 면면히 이어온 전통침술이 영영 소멸하고 말 것이 아닌가.
의료계의 기득권 지키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대생 정원확대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는 바람에 응급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불안한 예감은 의외로 적중되는 일이 많다. 그것을 예상하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 한다.
외국도 도입하는 대체의학을 포함하여 의료수가를 낮추는 방안도 선제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음주운전을 한 가수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고통을 받고 있듯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 예감이 그렇다. (2024)
첫댓글 국내에선 제아무리 침술이 뛰어나도 한의대를 나와 한의사 면허를 받아야만 하니 답답하지요 재야의 고수들이 설 자리가 없으니 그런 분들의 능력이 사장되고 전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암담한 실정이지요 예전 저희 마을에는 오직 바늘 하나로 불치의 눈병을 손쉽게 나아주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참 대단한 분이었죠 종당에는 경찰서에서도 불법시술을 용인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난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무언가 획기적인 대책이 추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침구사들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한의사들이 병행하고 있다고는 하나 고수들은 무자격자들이 많아
그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놓지를 않고 두손에 움켜쥐면서 돈이 되는 약만 파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침술의 고수들은 현재 외국으로 눈을 돌려 나가거나 국내에서 숨어서
의료행위를 하는 설정으로 면면히 전수되는 전통 침술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한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사생결단을 하는 것이 한국의 풍토인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 가면 무조건 침을 놓아 주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허리가 아플 때, 어깨가 아팠을 때 백방으로 양의•한의원을 다녔는데 한의원은 거의 침과 뜸으로 치료를 해 줬는데 일반의원 특정한 병원에서 조차도 침을 놔준 기억이 남니다. 침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우님이 異國에 가서 침술로 질병치료에 국위를 宣揚하여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문제는 침술의 고수들은 거의가 무면허인 재야의 침술사라는 것입니다.
한의과에서는 전문으로 가르치는 실력자가 드물고 가르치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재야의 침술사들은 비법인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이들을 양성화시킨다면 급증하는
의료비가 많이 낮아질 것입니다.
전에는 침구사제도가 있었으나 박정희정권때 시행령으로 막은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필세계 2024.가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