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와 불꽃놀이
어릴적 샘재 고향 집에선 한겨울에 이슥한 밤이 되면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곤 했었지..
밖에는 무릎까지 눈이 쌓이고 들이치는 찬바람으로 가늘게 문풍지 떨리는 소리.
뒷산 눈 쌓인 나뭇가지는 무게에 겨워 후두둑~ 몸을 털어내고...
칼 같이 매서운 추위로 겨울밤이 더욱 길게 느껴졌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요즈음 추위는 추위같지 않아.
예전엔 밤중에 마실 물을 윗목에 놓아두면 방안에서도 살얼음이 생겼을 정도 였으니까...ㅜㅜ
"얘야~ 아궁이에 군불 좀 지펴야겠다."
젖먹이 동생들을 돌보는 엄니 대신 난 어두운 부엌으로 들어가 불을 지폈어.
우선 재를 말끔히 걷어 낸 뒤
빈 아궁이에 불 쏘시개를 집어넣고 성냥불로 불을 붙인 뒤 잘 마른 삭정이를 살며시 얹어가며 불씨를 살려야 해.
잔 불이 살아나면 제법 굵은 나뭇가지들을 올리고 부지깽이로 요리조리 헤쳐가며 바람골을 만들어주면 확~ 하며 불꽃이 일어나는데 그게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불 때는게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같더라니까... ㅎㅎ~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무릎이 녹아내리듯 따뜻해지는데,
아궁이 속 불이 버얼겋게 타오르면 이내 온 몸이 따뜻해져서 처마 밑 고드름을 만드는 매서운 추위는 멀리 달아나 버리고 나는 군불 때기에 시간가는줄 몰랐었어...
이제는 시골에도 그런 아궁이가 대부분 없어져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때며 느끼는 정취도 함께 사라져 버렸을꺼야.
이따금 생솔가지 꺾은 것이라도 넣을라치면 연기는 왜 또 그리 맵던지... 눈물을 쏟으며 쩔쩔매던 모습과 한켠으로는 따뜻하게 다가오는 열기가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매김 하고 있네.
지난해 말 어느 저녁, 새로 신축한 잠실 롯데 월드몰 건물에서 송년 기념 폭죽 놀이가 있었어.
131층, 높디높은 빌딩 외벽에서 타오르는 그 아름다운 오색의 빛깔과 함께 폭죽이 터지던 소리~!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온갖 빛들의 화려한 폭발.
그리고 아낌없이 사라지는 순간의 적멸(寂滅).
너무 근사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어릴 적 눈쌓인 시골 집 아궁이에서 불을 때던 기억이 되살아 났어.
활활~ 타오르던 아궁이 속 불꽃들.
진홍의 불길로 거침없이 타올랐다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들면 검은 재가 되어버리는...
순간적으로 터져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사라지는 폭죽 놀이를 보며 어릴적 아궁이의 불 때기 기억이 되살아 났던 것은 이제 다 타고 사라져 가는 것 같은 내 남은 生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그럴지라도 환하게 불꽃이 터져오르는 순간, 흥분되는 마음과 몸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 아직도 나는 불꽃놀이가 좋아~!
이제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은 없으나 마음 속에서라도 그 불꽃이 주는 황홀함과 무릎이 녹아내리는듯한 따뜻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
어딘가 나의 무릎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따뜻하게 덥혀 줄 마음의 불꽃놀이가 남아 있을까?
그 불꽃을 타고 활활~ 타오르다 한줌의 재(灰)가 되어 저 먼 곳으로 날아오르고 싶어.
새해에는...
*꿈을 위한 변명 /이해인
아직 살아있기에
꿈을 꿀수있습니다
꿈꾸지 말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꿈이 많은 사람은
정신이 산만하다고
삶이 맑지 못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나는 매일
꿈을 꿉니다.
슬퍼도 기뻐도
아름다운 꿈
꿈은 그래도 삶이 됩니다.
꿈이 없는삶
삶이없는꿈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죽으면 꿈이 없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꿈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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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쩌면!!!
이야기를 이렇게 맛깔스럽게 엮어낼까.
이야기 속으로 턱 괴이고 한참을 빠져듭니다.
그림, 글재주가 대단해.
댓글은 또 어떻고, 읽으면 종일 기쁘단 말이지.
얼굴이 예쁜 사람은 마음도 고은거야.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겁니다.
고마워요~^^
우리가 아니, 제가 나이들면서 더 어린애가 되어가는가 봅니다. 보잘것 없는 문장력으로 글이랍시고 써서 올려 놓고는 조회수가 신경 쓰이는가 하면 택도 없는 칭찬에 이렇게 기분이 좋은걸 보면...제가 요즘 가끔씩 돌봐주고 놀아주는 손주들에게도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ㅋ~
옥분씨 이름은 거 왜 노래 잘 부르는 가수 '남궁 옥분'과 같지요? 목소리가 낭랑하고 눈빛이 또랑한~ 가수.
두 사람 모두 예술가의 정서를 듬뿍 가지고 있을것만 같은...
우리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갑시다~^^
사진 멋짐.
ㅎ ㅎ ㅎ
초의님, 이 옥분이도 목소리 곱다는 소리는 들었지요.
붉은 사막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희망사항이지요.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삽시다.
나도 사진 한장 첨부할까요.
지난가을 상암동 평화의공원 꽃구름 속에서
ㅎ ㅎ ㅎ 카메라가 주름살 모두 없애줍니다.
신통방통하게도.
연일 춥습니다.
감기 조심해요.
女心=꽃 心 이로군요~^^
연분홍 꽃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포즈~!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