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이치를 터득하라
공손추(公孫丑)가 맹자(孟子)에게 묻기를 “스승님께서는 왕도정치(王道政治)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인자하고 덕망 높은 주(周)나라 문왕(文王)은 어째서 아흔이 넘는 나이까지 수십 년 나라를 다스렸음에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한 것입니까? 결국 주나라 3대왕인 성왕(成王)에 이르러 주공(周公)의 도움을 받아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습니까?” 하니,
맹자가 답하기를 “비록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어도 시대를 잘 만나는 것만 못하고, 비록 농기구가 있다 해도 농사지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수유지혜(雖有智慧) 불여승세(不如乘勢), 수유자기(雖有鎡基) 불여대시(不如待時).<孟子(맹자) 公孫丑 上篇(공손추 상편)>”라고 하였다.
여기서 ‘수유지혜 불여승세(雖有智慧 不如乘勢)’란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운세를 타느니만 못하다’는 뜻으로, 어떠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려 하더라도 아주 운 좋게 쉽게 이루어지는 결과에 대해서는 당해낼 수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많은 재능과 능력을 지녔더라도 상황과 시기에 맞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유자기 불여대시(雖有鎡基 不如待時)’란 ‘아무리 농기구가 있어도 때를 기다리느니만 못하다’는 뜻으로, 우수하고 편리한 농기구를 아무리 잘 갖추고 있더라도 당장 싹이 나오게 하고 수확을 거둬드릴 수는 없는 것이듯, 때에 맞게 시기를 잘 이용해야 더 편리하고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시 바른 시기에 맞는 분명한 실천력이 동반될 때 보다 더 분명한 효과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생각건대, 누구든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힘써 계발하고 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이며, 그런 기회를 만나면 그 기회를 잘 활용하고 알맞게 대처함으로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평소에 다양한 공부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성경과 역사상 불멸의 경전, 고전들과 자연의 법칙 등을 공부함으로 ‘인간의 때(Kronos)'가 아닌 ‘하나님의 때(Kairos)’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환언하면 우주만물이 돌아가는 하늘의 이치, 즉 하나님의 섭리를 터득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백강 이경여 선생은 인조임금에게 말하기를 “하늘은 이치(理致)이니, 한 생각이 싹틀 때 이치에 합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어기는 것이고, 하나의 일을 행할 때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소홀히 여기는 것입니다. ···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면 천명(天命}이 계속 아름답게 내려지지만 하늘을 어기고 이치를 거스르면 그 천명이 영원히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의 마음은 인자하여 갑자기 끊어버리지 못하니, 반드시 재이(災異)를 내려 견책한 뒤 그래도 깨닫지 못하여 끝내 고치지 않은 다음에야 크게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 하늘이 멸망시키거나 사랑하여 돕는 것은 공경과 불경(不敬), 정성과 불성(不誠)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천명(天命)은 일정함이 없으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심술(心術)의 은미한 곳으로부터 궁정의 사람 없는 곳과 동작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이르기까지 삼가 공순하고 공경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천명을 스스로 헤아려 천리(天理)로써 보존하고 자연의 법칙으로써 움직여, 공경하고 조심스럽게 하기를 마치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 때 마침내 기쁘시게 하는 것 같이 하소서.” 하였다.<1631년(인조 9년) 10월 3일 백강 이경여 선생 ‘상차문(上箚文)’>.
2026. 8.25.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