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11월이 원래 이런 것인지, 잠깐의 방문으로는 1%도 알지 못하는 곳이 바로 여기 제주도입니다. 매일매일 즐겨도 늘 새롭고 신선한 곳이 한없이 등장하니 그걸 발견하고 즐기는 재미는 이미 수 없이 글로 남겨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통 11시에는 집에서 나서는데 어제는 카톡상담이 길어져서 영양보충제 택배포장이 늦어지니 시간이 애매해졌습니다. 나가는 길에 성산우체국을 들려 택배를 보내는 것도 하루 일과 중의 하나인데, 낮 12시에는 1시간동안이나 문을 닫아버립니다.
남아도는 시간에는 역시 모구리야영장 인라인장이 최고입니다. 지금 살고있는 곳에서 가깝고, 우리들 전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늘 비어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영흥도 학교살림 모아둔 창고에서 준이용 인라인도 찾아가지고 왔습니다. 준이도 간만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기니 반가운지 꽤 오래 탑니다.
이렇게 한 시간 넘게 두 녀석은 인라인을, 태균이와 저는 걷기모드로 짧은시간이었지만 가을하늘이 우리를 보우하사, 심히 쾌청한 날씨 덕에 알찬 시간을 보내습니다.
오늘의 만보걷기는 제주바당길 19 상에 온평리 해안도로에서 성산 쪽으로 걷는 해안도로인데 유난히 멋진 빌레들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펼쳐져 있어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담장터진 곳을 지날 때마다 급속히 빨라지는 완이의 걸음을 자제시키기가 힘이 듭니다.
우리의 만보행은 3천보 쯤에서 강제중단 되었는데 1. 멋진 빌레의 발견에 따라 경치감상 겸 머물고싶어짐, 2. 이번에 가져온 완이운동화의 말썽 (끈이 계속 풀어지고 요상한 구조로 걷기에 불편함), 3. 두 녀석의 급똥의 조짐들로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음, 이 모든 것을 품고 해결해 준 태고적 모습의 사람흔적 드문 한 빌레구역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곳 역시 천연수영장이 기가 막힌 구조로 매일 반복되는 간조로 수 천 년 다듬어진 바위들이 날카로움 대신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맨발걷기해도 딱 좋을만큼 딛기좋은 부드러운 곡선의 바위들.
역시 오늘도 거침없이 바위들을 오가는 우리 3명에 비해 준이는 내려와야하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빌레초입에서 줄창 대기. 이 아름다운 제주도즐기기를 준이는 30%도 못하고 있습니다. 완이는 150%, 태균이는 100%, 저는 거의 200%. 발길닿는 곳 어떤 곳도 태고적 풍광이 그대로인 이 지역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냥 스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발걸음보태고 눈도장 콱콱 찍어보니 '자연심취'의 호사로움은 제주도만의 특권!
돌아가는 길도 아름답고 완이에게는 최고의 감각해소 코스이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 놓여져있는 식탁에서 잠시 휴식도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세 녀석 모두 하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주라고 그 비싼 황금사과를 두 박스나 선물해 준 고교선배에게 감사의 사진도 남겨주고...
매일 주어지는 일상의 여행 속에 점점 일찍 저물어가는 하루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일년 내내 즐겨도 절대 다 누리지 못할 주고 또 줄 자연의 현장 속에 우리는 오늘 또 하나의 풍경을 새겼습니다.
첫댓글 쾌청한 날씨 덕에 태균형님은 입수까지 ~~
제주 바다는 어디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