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상대성 이론과 물리학계의 기타 방면에서 거둔 연구 성과는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과학적 재산을 남겨 주었다. 그러나 이렇듯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그는 여생을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면서 죽는 순간까지 학문에 전념했다.
누군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제 늙었고, 물리학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업적까지 이루어 놓았는데 지금까지도 부지런히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까? 왜 편안하게 쉬지 않습니까?”
아인슈타인은 이 질문에 대해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펜과 종이를 가져다가 종이 위에 커다란 원과 작은 원을 그려 넣고서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물리학이라는 분야에서 내가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겠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이 작은 원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커다란 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학 전체의 지식이란 끝없이 넓습니다. 작은 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둘레가 작은 만큼 미지 영역과의 접촉면도 작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커다란 원은 외부와 접촉하는 둘레가 크기 때문에 자신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음을 느끼고 그만큼 더욱 노력하며 탐구하게 되는 거지요.”
유명한 과학자 패러데이는 만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실험실을 찾아가 잡다한 일을 하곤 했다. 하루는 실험을 하던 한 젊은이가 바닥을 쓸고 있는 페러데이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일을 하며 받는 돈이 꽤 되시죠?”
패러데이는 웃으며 말했다.
“더 준다고 해도 내겐 쓸모가 없다네.”
젊은이가 물었다.
“실례지만 할아버지 존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러자 패러데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이클 패러데이일세.”
젊은이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오, 맙소사! 당신이 바로 그 위대한 패러데이 선생님이셨군요.”
“아닐세.”
패러데이는 다시 고쳐 말했다.
“나는 평범한 패러데이라네.”
겸손은 일종의 미덕일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다. 또한 공을 세우고 업적을 쌓는 데 전제가 되고 기반이 된다.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고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 것에 상관없이 겸손하고 부지런해야만 진취적 정신을 유지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지식과 재능을 쌓을 수 있다. 겸손하고 부지런한 성품은 자신과 타인의 격차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성품은 타인의 의견과 비판을 냉정하게 경청할 수 있게 만들고, 부지런히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에 교만하고 독단적이며 현재의 상황에 만족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성품은 작게는 업무에 손해를 초래하고, 크게는 사업을 중도에서 그만두게 만든다.
미국의 제3대 제퍼슨은 귀족 출신이었는데, 아버지는 미국 중장을 지냈으며, 어머니는 명문가의 후손이었다. 당시 귀족들은 명령을 내릴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과의 왕래가 매우 드물었고, 또한 그들을 업신여겼다. 그러나 제퍼슨은 귀족 계층의 악습을 따르지 않고, 자발적으로 각계각층 사람들과 교제했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유명 인사들도 많았지만, 정원사, 하인, 농민, 가난한 직공들이 더 많았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서 본받을 점을 찾아냈다.
언젠가 그는 프랑스의 위대한 혁명가 라파예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당신도 나처럼 민중들의 집에 찾아가 그들의 살림살이를 살펴보고 그들의 빵을 먹어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민중들이 불만을 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이제 막 움트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성실한 태도로 민중들 속을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좌에 앉아서도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그는 민중과의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위대한 정치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겸손하고 부지런한 성품을 지닌 사람은 성공과 영예 앞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이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명예와 성공의 기쁨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채 우쭐거리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어리석은 일은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퀴리 부인은 겸손하고 부지런한 성품과 탁월한 업적으로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영예를 대하는 그녀의 겸손한 태도는 공로를 세웠다고 자만하여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또한 그녀의 고상한 품성을 본받아 딸과 사위도 과학 연구의 길로 발을 디뎌 또 한 번의 노벨상을 받아 2대에 걸쳐 세 차례의 노벨상을 받는 영광을 일구어 냈다.
겸손은 미덕이며, 얻기 힘든 고귀한 품성이다. 어느 누구도 마음껏 교만을 떨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지니지 않았다. 비록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조예가 매우 깊다 하더라도 그 분야를 전부 다 연구해서 이미 완전히 통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생명은 유한하지만 배워야 할 지식은 무한하다. 그 어떤 분야의 학문도 한결같이 무궁무진한 바다이고, 끝없이 넓은 하늘과 같다. 자신이 이미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걸음을 멈추고 나아가지 않거나 우쭐거려서는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동료에게 추격당하여 금방 뒷사람에게 추월당하기 십상이다. < ‘단순하게 느긋하게 행복하게(정이·하진이, 정민미디어, 2016)’에서 옮겨 적음. (2019.03.20.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