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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른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덜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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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지리산의 봄, 1987년 출간]
길을 가다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른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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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 1990년 출간]
처음 발표한 시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있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언어로 3년 만에 수정 발표한...
후자의 시를 좋아하는 분들도 꽤 된다.
그만큼 시인도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조각가 당진 김창희(唐津 金昌熙, 1938-현)는
온달의 높은 기상과 평강의 깊은 사랑을 담아 제작...
워커힐 호텔에서 기증하였다. (2002.1월)
고구려 역사를 재조명하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는
현재의 우리 민족에게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언제나 아쉽고도 안타까울 뿐이다.
고정희 시인의 시와 함께 더불어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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