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와 화려한 몸짓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러시아(공식 명칭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ROC)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스캔들에 휩싸였다.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는 물론, 베이징 올림픽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15세 소녀(2006년 4월생)인 발리예바는 일찌감치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무대를 석권한 뒤 시니어 무대 데뷔 첫 해(2021~2022년 시즌)부터 모든 국제대회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었고, 곧바로 피겨 천재, 신동, 신기록 제조기 등 다양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에 여자 최연소 선수로 출전해 러시아에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금메달을 안겼다.
그녀가 벌써부터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니, 일단 잘 믿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더이상 고민할 이유는 없다. 러시아의 단체전 금메달을 박탈하고, 그녀의 여자 싱글 부문 출전을 금지시키면 된다. 발리예바와 함께 베이징에 온 러시아의 또 다른 여자 피겨 선수 2명 중 한 명이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안나 셰르바코바가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법적 문제 운운하면서 주춤거리고 있을까?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은 9일 영국의 올림픽 뉴스 포탈인 '인사이트게임'을 인용,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시상식이 연기된 것은 카밀라 발리에바의 도핑 검사 관련 법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IOC는 단체전 경기가 끝난 뒤 8일로 예정된 시상식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IOC가 고민하는 법적 문제는 발리예바의 나이 때문이라고 한다. 발리예바는 올림픽 출전 선수로 뽑힌 뒤인 지난해 12월 공식적으로 도핑 검사에 응했다. 이 검사에서 금지약물 복용 양성 결과가 나왔다는 것.
문제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Doping Agency) 규정이다. 발리예바는 만 16세 이하여서 '보호 선수'에 해당된다. 게다가 러시아 측은 복용 약물이 협심증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트리메타지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금지 약물(트리메다지딘은 2014년부터 금지) 복용이 확실한데, 없던 일로 할 것인가? WADA의 법적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률 자문단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10일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예바는 '16세 미만의 보호 선수'이기 때문에 징계 조치가 가해지더라도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더라도 베이징에서는 더 이상 그녀의 연기를, 얼굴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실력에 미모까지 갖춰 '김연아'의 뒤를 이을 '피겨 요정'인데, 앞으로는 못 볼 수도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의 베이징 행적을 현장 사진으로 확인해 보자. 사진은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공식 텔레그램 계정 (@olympic_russia).
누구의 발일까요?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는 공식 텔레그램 계정에서 스케이트화를 신은 발 사진을 올리면서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발리예바다. ROC도 그녀의 인기를 인정한 셈이다.
주고받은 올림픽 기념 뱃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자랑하는 발리예바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기념품을 교환한다
사진을 찍게 포즈도 취해주고
올림픽 출전 단복 차림의 발리예바
그녀가 출전전에 메이크업을 하는 책상. 물론 러시아팀 공용이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서 90점대 점수를 딴 발리예바의 다양한 표정
비록 4회전 점프후 착지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발리예바.
연기가 끝난 뒤 아쉽고 슬픈(?)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발리예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