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7. 20;00
현자들은 삼쾌(三快)를 잘 이행해야 황혼의 행복한 삶이라고 한다.
즉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을
말하는 거다.
여유와 관심이 있으면 잘 먹을 것이요, 잡념이 없으면 잠을 잘 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좋은 걸 먹고 자는 건 잘해도 잘 싼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없어 싸는 건 지장이 없었는데 언젠가 감기약을
먹은 후부터 변비(便秘)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최근엔 마스크를 철저하게 쓴 덕분인지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먼저보다 변비증세가 심해진 거다.
새벽 앞산에서 7천보이상 걷고 들어와 백팔배를 하고, 전신안마를 받아도
항문에선 방귀만 나오고 뱃속의 똥은 요지부동이라,
겨우겨우 해결을 하고 나면 온몸의 힘이 쫙 빠진다.
또 변비약을 먹어야 하나,
변비약을 먹으면 종아리에 가려움을 동반하는 발진이 생기는데 이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까 온갖 궁리를 해본다.
때마침 TV에서 원로배우 '신구'선생이 명인제약에서 나오는 변비약 '메이킨'을
선전한다.
이번엔 괜찮을까, 조심스럽게 약사에게 문의를 하니 내 몸에 발진이 생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복용을 즉시 중지하라고 한다.
지름 5mm에 불과한 약을 심하면 3알, 보통 2알을 먹으라고 권장을 하기에
잠자리에 들기 전 2알을 복용하였더니 다음날 새벽부터 뱃속에서 요란하게
소리가 나고 시원하게 배변을 한다.
발진 등 부작용이 없어 며칠간 2알을 먹다 1알로 줄였고, 10일 후엔 약을 먹지
않아도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우리나라 약초의 대가이자 민간의학자인 최진규 선생의 책에서 본 변비에 대한
내용이 문득 생각난다.
그는 폐의 열을 내리는 '원추리나물'이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장 기능이 나빠 배변 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긴장성 변비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똥을 잘 눌 수 있다는 거다.
이밖에도 당귀, 메꽃뿌리, 지치, 찔레열매, 산국화, 바디나물, 질경이, 인동덩굴,
쥐똥나무열매, 함초, 소루쟁이, 하수오, 하눌타리 등을 권하는데,
다행히 내가 아는 식물들이라 봄이 오면 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원추리,
질경이, 인동덩굴, 소루쟁이부터 채취를 해야겠다.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하루의 밤이 깊어간다.
어디선가 "깨엿이나 찹쌀떡"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좋으련만,
고작 똥에 대해 고심(苦心)이나 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는 못난이가 되었다.
2021. 2. 7. 밤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