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이 평이하니
날씨가 변덕스럽다.
두 계절이 공존하는 요맘 때.
겨울과 봄은 서로 존재감을 끌어올린다.
비 내리다 진눈깨비, 함박눈이 내리고
봄바람 불다가 겨울 찬바람이 쌩~ 시리기도 한다.
봄이 두 팔 벌려 겨울을 포옹한다.
따뜻함이 외롭고 추운 겨울을 치유한다.
토닥토닥...쓰담쓰담....(참 따뜻한 단어들이다..)
봄...
겨울이 간다는 신호이자
여름이 온다는 신호이다.
신호등의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뀔 때
아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노란불 같은 것,
봄날은 짧다.
봄날은 간다.
....................
매요마을에서 50여분 편안하게 걸어 사치재에 닿는다.
사치재 이정목이 여러 개라
맨 처음 이정목서 분주하다
인증지는 더 가야된다는 안내에
발걸음을 옮긴다.
사치재 인정 이정목은
이빠진 곳 없이 단정하다.
잠시 머무는 중에 가랑비가 제법 내려
우의를 입는다.
산행 내내
비 아니면 눈발을 맞을 게다.
가는 비와 눈발이 오락가락한다.
새맥이재를 넘어 간단히 요기를 한다.
애늙은이님이 가져오신 맛난 수제김밥과
여러분들의 과일 등을 나눠먹으며 요기를 한다.
두어 시간 걸어 아막산성에 이른다.
7C초,
신라와 백제의 3차에 걸친 전투의 배경이 되었던 곳.
얼마나 치열하였으면
‘쓰러진 시체가 들판을 메우고
말 한 필, 수레 한 대도 돌아간 것이 없었다.’라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지난 여원재 구간과 더불어
아픔이 많은 땅에서는 발걸음이 묵직해진다.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자’는
역사 이래 공통된 구호 아래 치뤘던 전투들.
정작 백성이 편하게 되었는지
그때도 지금도 묻고 싶은 화두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금이라도 모든 백성이
서로 평안하고 일상이 행복하길 바래본다.
아막산성 뒤로 내려가며 돌아보니
후대에 재정비되었는지
성벽이 제법 온전하다.
칼과 방패 부딪는 소리와 함성, 신음이 따라온다.
시리봉과 복성이재 갈림길에 선다.
시리봉을 다녀오자니 2.km, 왕복하기에는 무리다.
패스하고 복성이재에 도착하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아놔~~ 너무 좋잖아..
혼자였더라면 이사도라될 뻔~~ㅋㅋㅋ
복성이재서 정겨운 ‘철쭉 민박’ 노랑홍보판을 보면서
치재로 가는 길까지는
근처 우사에서 나는 악취가 심하여
숨쉬고 싶지가 않았다..
매봉 근처까지 가서야 겨우 큰 숨 휘유~~
매봉에서 흩날리는 눈이 벚꽃같다.
철쭉과 진달래 만개했을 때 오면 너무 아름답겠다.
진달래 곁가지들이 배낭을 잡아끌어 지나기 힘든
좁은 등로들이 마치 비밀의 화원 입구같지 않을까~~
단체사진찍고~
경계가 모호하여 더욱 마음가는 풍광도 보면서
만땅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치재마을로 내려가 산행을 마친다.
짧고 편안하고 기분좋은 산행을 마무리한 뒤
따뜻한 물에 씻고
좋아하는 나물찬과 들깨 시락국에 션한 맥주 한잔까지
아주 신나고 편안한 하루를 선물받은 기분이다.
길,
가고 싶은 마음이 길이다.
첫댓글 글이 너무 좋습니다.
정문님, 바쁜 중에도 댓글 응원 고맙습니다.
담 구간에서는 함산할 수 있기를 바라며
먼 섬
배멀미없이 잘 다녀오십시오~^^
란선누나 후기 진심 대박입니다. 얼른 신행 날이 오기를 또 후기 기다려집니다^^
애늙은이님, 개명을 강력 요구합니다ㅋㅋ
첫 구간부터 함산하여
제일 먼저 알게 된 분이라
왠지 더욱 살갑습니다.
먹느라 늦는 사람을 기다리는 배려를 보여주셔서
고마웠습니다 🥰
더 환한 4월에 뵙겠습니다.
봄인 듯 아닌 듯 시시때때로 그 모습을 달리하던 날씨.
비에서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로 홍길동 변장하듯 요술 부리던 날씨.
물기가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기상학과 물리학, 화학 따위가 응축되어 눈앞에 시연되었던 장면.
부드럽게 펼쳐진 융단 길을 걷는 듯했던 솔가리가 수북했던 길
쇠코뚜레로 썼던 노간주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졌던, 어릴 적 시절을 회상하게 했던 길
그 길에 민초들이 동원되고 스러져 간 아픔까지 아우르는 역사를 읽어내는 예리한 눈.
알차게 축적된 다채로운 내공이 씨줄 날줄로 엮어내는 시를 봅니다.
무딘 마음에 봄날 풀 포기 돋듯 물결치는 감흥을 느낍니다.
수고하셨고, 사진 고맙습니다.
변화무쌍하여
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던 날씨속에서 걸었네요ㅋ
'더 따뜻해질지
더 차가워질지
더 화려해질지
더 초라해질지'~~
변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꿈틀거리는 것과 같아
오히려 기회라는 말과 같을까요?
변화한다는 건 기회를 잡는다는 뜻이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건
기회를 눈감는다는 뜻일까요?
이대도록 살아도 의문만 무성합니다.
담에 반갑게 뵙겠습니다 🥰
새봄 / 김지하(1941~2022)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 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면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한 때 몹시 사랑했던 시인의 시가 반갑습니다 😁
사상계에 발표된 '오적(五賊)'을 읽으며
참으로 놀랐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무쏘꿈님을 통해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해 봅니다ㅋ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히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거침없이 '오적'을,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짖던
투사가
이리 고운 생명과 사랑 물씬한 시를 남기고
봄날과 여름의 경계에서 떠나셨지요.
한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앉아
눈을 쉬게 합니다.
즐금하셔요~^^
변덕스런 날씨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중한 추억 담아주셔서 감사드리며,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란선 대장님 산행기를 읽노라며, 어느듯 작품속에 빨려드는 느낌입니다.
마치 언어의 연금술사 같네요.
짓궂은 날씨였지만, 산행하기에는 기분 상쾌한 날씨였던것 같네요.
아직도 맘 한켠에 동심이 쬐끔 남아있는지,
하얀눈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 봄이러니 하기엔 아직은 춥고,
겨울이라 하려니, 복수초꽃 배시시 웃는다.
봄아 ~~, 찬바람에 옷깃 여며도
내마음은 널 애태우다
어느덧 봄 마중 나간다. "
지인이 보내온 "봄 마중" 올려봅니다.
다음 산행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랍니다.
고개박고 일만 하다가 보니
어느새 불금이군요ㅋ
목 한번 돌리며 스트레칭 하는데
우두둑~~소리가ㅠ
덕항산 구간 산행 취소로 뵈올 날이
지연되어 아쉽네요^^
오늘은 완연 봄입니다.
하늘한 꽃무늬 원피스입고
황산공원 꽃길을
환한 햇살아래 자전거타고 한바퀴돌며
온 몸으로 봄바람 맞고 싶은 날입니다~
주말,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