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밥해먹기
조기 매운탕을 끓여 먹을까?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내 방식은 이렇다. 먼저 계란을 풀어 팬에 얇게 부친다. 이것으로 조기를 도르르 말아 다시 팬에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부친다. 그런 다음 이것을 냄비에 넣고, 버섯 썰어 넣고, 내가 좋아하는 파도 듬뿍 넣고 양념을 해 끊이면 된다. 계란을 부쳐 말기 싫으면 그냥 조기에 양념을 해 끓이다가 맨 나중에 계란을 깨 넣고는 젓가락으로 노른자만 터질 정도로 한두 번 저어주면 된다. 이러면 계란에 양념과 조기 맛이 배 썩 괜찮다,
예전에 잡지사 기자가 나 혼자 있을 때 취재를 와서 둘이 죽이 맞아 노닥거리다 때가 되어 내 방식의 이 조기 매운탕을 끓여줬더니 끝내준다며 대뜸 나가 소주를 사 와서 거나하게 마셨던 일도 있다. 나도 꽤 손맛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준다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끝내준다는 말은 성적(性的) 용어이다.
밥은 뚝배기에 한다. 전기밥솥 밥은 별로이고, 그렇다고 굳이 돌솥이나 가마솥을 갖출 필요 없이 뚝배기에 하면 된다. 깨진다고? 절대 안 깨진다. 단 조금 길들일 필요가 있다. 길들이는 방법은 너무 센 불을 사용하지 않고 뜸 들일 때도 가장 약한 불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차례 거듭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센 불을 사용해도 깨지거나 금가는 일이 없다.
뚝배기에 밥을 하면 누룽지 떼어먹는 맛이 쏠쏠하다, 뚝배기가 아니면 코팅 처리된 팬에 해도 좋다. 계란 프라이 용 작은 팬에 밥을 하면 누룽지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외에 내가 웬만큼 한다하는 요리는 볶음밥과 짬뽕국물이다.
볶음밥은 먼저 익힐 물오징어 등의 해물(육류도 상관없다)과 나중에 익힐 야채를 따로 준비한다. 물론 잘게 썰어야 한다. 야채는 냉장고를 뒤지면 조금씩 남아 있는 것들이 쏟아지는데 어떤 것도 괜찮다. 버섯, 양파, 오이, 애호박, 감자 등등. 여기서 감자와 버섯은 먼저 익힐 해물 쪽으로 분류한다. 오이는 뒤 꼭지 쪽을 이용하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괜찮다.
이렇게 준비되면 팬에 식용유 넉넉하게 두르고, 먼저 익힐 해물과 감자 버섯 넣고 소금 간에 다진 마늘 등 양념을 해 볶다가 얼추 익었을 때 야채를 넣고 볶는다. 야채는 너무 익으면 안 되니까 설익었다 싶을 때 밥을 넣고 휘저으며 동시에 불을 끄면 된다.
짬뽕국물은,
관건은 화력(火力)이다. 가장 센 불이 필요하다.
준비한 해물 등을 바가지처럼 생긴 팬(정확한 이름은 모른다.)에 넣고, 식용유 두르고, 고춧가루 팍, 다진 마늘 팍, 소금은 폭, 다른 양념들도 팍팍 넣고 가장 센 불에 그 양념들이 타서 연기가 날 정도로 볶아주다가 물을 붓는다. 그리고 끓이면서 버섯 등은 먼저 넣고, 양배추(일반 배추도 상관없다.)는 중간쯤에, 시금치는 불을 끄면서 넣는다. 면으로 먹을 때는 날 시금치를 면 위에 얹고 국물을 부으면 된다.
그럼에도 중국집에서 먹는 것과 맛의 차이가 나는 것은 화력 탓이다. 화력이 강한 불에서 단시간 내에 볶아주는 게 필요한데 가정용 가스렌지가 음식점용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도 조리하기와 손맛에 의해 중국집 짬뽕 국물을 못 따라갈 이유는 없다.
자, 그러면 오늘은 뭘 해 먹고, 내일은 뭘 해 먹느냐……? 순서를 정해야 한다. 혼자 밥해먹으면서 이 정도라면 ‘황후의 밥에 황후의 찬’일 텐데, 이것도 저것도 귀찮으면 라면 끓이면 되고.
되고, 되고……. 요즘 ‘되고송’이 유행이라는데 까짓 안 될 게 무엇이냐.
사실 요즘 어려운 일이 있다. 일손도 안 잡힐 만큼. 일이 엎친 데 덮치면서 이것저것 걱정도 태산이고…….
그래서 이런 엉뚱한 짓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되고 되고 되겠지 뭐.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되고 …….
되고 되고, 다 잘 될 거야…….♧
***
왜 인간들은 온갖 잡것 잡탕들을 먹어야 하나. 그러지 않으면 영양결핍에 걸리고…. 어느 한 가지만 먹어도 되면 편리할 텐데. 만약 어느 한 가지만 먹는다면 오늘의 인구를 먹일 만큼 지구가 그것을 생산해내지도 못할 것이고, 피 말리는 식량전쟁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래도 왜 인간은 온갖 것들을 다 먹어야 되나. 사실 인간들처럼 온갖 것들을 다 먹는 동물들도 이 지구상에는 없는 것 같다. 그것도 그냥 있는 그대로 먹지도 않고 지지고, 볶고, 뒤섞고, 변형에 변질까지 시키고, 심지어는 썩혀서(발효)까지 먹는데 이 썩혀서 먹는 행위는 도리어 으뜸으로 친다.
물론 잡식성의 동물들이 인간 뿐만은 아니지만, 풀만 먹는 동물, 고기만 먹는 동물, 벌레만 먹는 동물, 곡식만 먹는 동물들은 그 한 가지만 먹고도 잘 살아가는데 왜 인간들은 온갖 것들을 다 먹어야 하며 그것도 조리라는 과정을 거쳐서 먹어야 하느냐 말이다, 복잡하게…
- 무더위 조심하시고, 늘 건강 행복하세요 !
첫댓글
아직은 여름 날입니다
아마도 가을 없이 겨울이 오려나 봅니다
조기매운탕을 그런식으로요
그냥 양념해서 끓이면 되는 즐 ...ㅎ
한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