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와 미디어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스마트폰 사용 규제입니다. 교내 스마트폰 소지 금지법이나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같은 강력한 법적 제재 장치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통제와 제한은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해결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임상심리학자로서, 그리고 교육 연구자로서 마음 한구석에는 늘 깊은 우려와 질문이 남습니다.
"화면을 끄게 만든 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내어줄 것인가?"
최근 국내 청소년 대규모 표본을 분석한 실증 연구들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원자료 5만 3천여 명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중강도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청소년일수록 스마트폰 중독 잠재위험군·고위험군에 속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운동 빈도가 낮을수록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 흐름은 여러 후속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그 연결고리 한가운데에는 공통적으로 외로움이라는 정서 변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은 기기 자체의 중독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현실 세계에서의 정서적 연결과 신체적 유능감이 부족할수록 그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를 제어하며 느끼는 유능감, 땀을 흘리며 동료들과 몸을 부딪칠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은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숏폼이 주는 가짜 쾌락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역동성은 마음의 정체를 막고 스트레스를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면역 체계가 됩니다.
통제(Control)가 아닌 자발적 몰입(Engagement)으로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스마트폰 관련 다큐멘터리 자문 요청을 받아 논의를 나눌 때도 제가 가장 강조했던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물리적인 강제 규제는 단기적인 억제책일 뿐입니다. 뇌 발달이 활발히 일어나는 청소년기에는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하는 자기 주도성과 자율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하지 마라"는 금지 명령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노는 것이 훨씬 더 도파민이 터지고 재밌다"는 실체적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그 실체적 경험은 누가, 어디서부터 만들어 주어야 할까요? 저는 두 층위에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지역사회가 마련하는 특별한 기회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이 만드는 매일의 반복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지역의 프로 농구인 고양 소노와 협력하여 '3대3 길거리 농구대회'를 진행합니다. 올해도 7월 25일부터 2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64개팀이 출전한다고 합니다.
3대3 농구대회에서 아이들은 좁은 코트 위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몸을 부딪치고, 패스 각도를 계산하며 '함께하는 신체 활동'의 절정을 경험합니다. 골이 들어갔을 때 동료와 나누는 하이파이브는 액정 화면 속 '좋아요' 하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서적 유대감을 줍니다.
게다가 7월 '경기도청소년예술제' 같은 역동적인 문화·체육 플랫폼들은 아주 훌륭한 실제적 모델입니다.청소년 예술제는 디지털 기기 너머로 숨는 아이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립니다. 자신만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관객들의 실시간 호응을 몸으로 감각하면서 자아존중감과 건강한 자기표현 방식을 체득하게 됩니다.
실제로 고양시청소년재단이 주관하는 2026 경기도청소년예술제 고양시대회만 보아도, 음악·무용·문예·사물놀이·대중문화(댄스·보컬·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양시 관내 초·중·고생과 학교 밖 청소년까지 무대에 설 기회를 얻습니다. 이렇게 화면이 아닌 몸과 목소리로 자신을 증명해 볼 수 있는 창구가 지역 안에 촘촘히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됩니다.
이러한 체육·문화 활동들은 단순한 놀이 이벤트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에 매몰되어 감각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신체성과 사회성을 깨우는 가장 정교한 정서적 임상 치료제입니다.
그러나 무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이라는 '매일의 영토'
지역사회의 축제나 대회는 일 년에 몇 번, 특정한 아이들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정작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순간은 특별한 무대가 아니라, 평범한 화요일 저녁 8시,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부모가 저녁 준비로 바쁜 그 15분입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모님들께 제가 늘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오프라인의 영토는 결국 '매일 반복되는 가정의 리듬' 속에서 완성됩니다.
임상 현장에서 보면, 스마트폰을 오래 쥐고 있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흥미로운 콘텐츠에 이끌려서라기보다, 그 시간에 딱히 다른 할 일이나 함께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화면을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스마트폰이 기본값(default)이 되어버린 것이지, 아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최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정의 과제는 이 기본값을 바꿔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시작할 수 있는 오프라인 회복탄력성 훈련
1. 무자극 15분을 먼저 만들기 — 운동이나 활동을 거창하게 계획하기 전에, 저녁 시간 중 스마트폰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15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와 나란히 서서 그날 있었던 일 한 가지씩 주고받기처럼, 아주 작은 단위부터 시작하는 것이 지속 가능합니다.
2. 부모가 먼저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 아이에게 "나가서 뛰어놀아"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가 스트레칭을 하거나 저녁 산책을 나서는 모습 자체가 강력한 모델링이 됩니다. 청소년기 자녀는 지시보다 관찰을 통해 행동을 학습합니다. "같이 나갈래?"라는 짧은 제안이, "폰 그만해"라는 명령보다 훨씬 더 잘 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신체활동 뒤에 반드시 정서 코칭의 순간을 붙이기 — 함께 걷거나 배드민턴을 치고 난 직후, 몸이 이완되고 대화의 문턱이 낮아진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학교에서 힘든 일 없었어?"라는 질문은 마주 앉아 진지하게 던질 때보다, 나란히 걸으며 무심하게 던질 때 아이가 훨씬 쉽게 마음을 엽니다. 이것이 부모의 메타 감정 코칭이 가장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지점입니다.
4. 가족 신체활동 루틴을 요일에 고정하기 — 매주 특정 요일 저녁(예: 수요일 저녁 식후 30분 배드민턴, 주말 오전 자전거 타기 등)을 가족 고정 일정으로 만들어 두면, 아이 입장에서도 "이 시간엔 원래 이걸 하는 시간"이라는 예측 가능한 기본값이 생깁니다. 예측 가능성은 청소년에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루틴으로 자리 잡습니다.
저 역시 한 아이의 부모로서 비슷한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아이가 잘 지켜내는 부분을 짚어주며 신뢰를 쌓는 쪽을 택했습니다. 실수를 하거나 약속을 어겼을 땐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부당한 통제로 느껴지지 않도록 서로가 지켜야 할 기준을 분명히 해두고 지키려고 했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부모로서의 염려를 먼저 이야기하고, 사용 시간을 조율하거나 미리 상의해서 바꾸기도 했고, 아이가 이야기하는 바를 충분히 듣고 수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캠핑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외부 활동을 함께하면서,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고 그 활동을 주도하게 했습니다. 물론 아이가 게임도 하고 카톡이나 유튜브도 적지 않게 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냈다면 크게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외동이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도 딱히 혼자 몰입할 취미를 찾기 어려웠기에, 저는 가능한 한 같은 시간을 공유하려 했고 그때마다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를 물으며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도록 이끌었습니다. 돌아보면 아이를 바꾼 것은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기준을 함께 세우고, 그 기준을 지켰을 때 온전히 신뢰받는 경험을 쌓아준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제도적 기반과 어른들의 시선이 바뀔 때
대입 중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우리는 체육과 예술을 너무 쉽게 뒷전으로 미뤄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뇌와 마음은 신체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성장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신체는 필연적으로 정서적 무기력과 고립으로 이어지고, 그 외로움의 틈새를 스마트폰이 빠르게 파고들 뿐입니다.
이제는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기 전에, 우리 사회와 지역 공동체, 그리고 각 가정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오프라인 영토를 제공하고 있는지 함께 돌아보아야 합니다. 지자체는 고양시의 사례처럼 무대를 만들고, 가정은 매일의 반복 속에서 그 무대로 향하는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끄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아이들 앞에 더 매력적인 오프라인의 세상을 열어주는 것뿐입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코트 위로 뛰어들고, 저녁 산책길에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마음의 그늘은 자연스럽게 걷힐 것입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또래관계, 정서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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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m, J. Y., Kim, D. H., & Shin, N. (2026). Parental psychological aggression, loneliness, and smartphone addiction in adolescents: Moderating effects of physical activity. Child and Adolescent Social Work Journal.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07/s10560-026-01123-4
“하루 1시간 이상 신체활동 청소년, 외로움·우울감 낮아”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