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을 밝히는 작은 생명들
선한 동심으로 함께 살아가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고 소중한 생명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살핀 생태 동시집이다.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제주도 곳곳으로 동시 수업을 다니면서 작은 생명들에 눈뜨게 되었다고 한다. 숲과 바다, 습지와 오름, 곶자왈과 자연 마을 곳곳에서 만난 수많은 풀과 꽃, 곤충과 새들이 작가의 마음에 들어와 따뜻한 동시가 되었다. 6부로 나누어 60편의 동시를 실었고, 마지막에 “천 개의 눈으로 쓰는 일곱 색깔의 관찰일기”라는 생태산문 한 편을 덧붙였다. 신기영 작가의 따뜻한 삽화가 함께한다. 제주는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생물종,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만큼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사람들의 무리한 발길에 신음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제주 곳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삶을 투명한 동심으로 관찰하고, 이 생명들을 아끼고 소중하게 지키는 데 어린이들이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엮었다.
목차
1부 별나팔꽃
야생 양하…10/ 풀 고드름…12/ 세시화와 암묵부전나비…13/ 별나팔꽃…14/ 방울새풀…15/ 참외꽃…16/ 개망초…18/ 세시화…20/ 비가 하는 일…22/ 자귀나무꽃 우산…23
2부 소리쟁이에게 배워
바람의 마을…26/ 고양이 마데카솔…27/ 제비의 눈물…28/ 닭은 개보다 세다…30/ 배풍등…31/ 고양이 하우스…32/ 소리쟁이에게 배워…33/ 보디가드 개미…34/ 방울꽃…35/ 굴파리…36
?3부 자연 체험장
제비통…38/ 운동회…40/ 왜가리…41/ 자연 체험장…42/ 뚱딴지…44/ 개미의 피신…45/ 개미집…46/ 빨간 고추…48/ 이름 바꾸기…50/ 열매 개미집…52
4부 바다 곶자왈
개미의 탑…54/ 나뭇잎 우주…56/ 감자꽃…58/ 자주괴불주머니…59/ 사려니 꽃향유…60/ 바다 곶자왈…61/ 회오리 구름…62/ 사계 바다 해님…64/ 좋은 친구…66/ 소리쟁이…68
5부 반딧불이 별
토끼의 우주는…70/ 동고비…72/ 오디똥…73/ 바다의 별…74/ 동박새…75/ 남몰래 피는 꽃…76/ 씨앗 하나가…77/ 반딧불이 별…78/ 여우구슬…79/ 여우콩…80
?6부 녹남봉 노랑나비
광대나물…82/ 고양이 콧소리…83/ 풍뎅이와 나방…84/ 하도리 매미…86/ 뱅듸못…88/ 녹남봉 노랑나비…90/ 남문지못…91/ 여뀌못…92/ 어도오름 주인공…94/ 말미오름…96
생태 산문 - 천 개의 눈으로 쓰는 일곱 색깔의 관찰일기
책 속으로
달팽이들이
자주색 옷 입고
땅으로 땅으로
내려와
주머니 가득
담고 온
봄 향기
전하려고
--- 「자주괴불주머니」
소리쟁이 씨앗 하나가
육만 개 씨앗을 만든대
차가운 땅 안에서
팔십 년이나 견딘대
깊고 깊은 땅 안에
백만 개 넘는 씨앗들이
꿈틀꿈틀 살아가고 있대
네 안의 씨앗도
꿈 퍼뜨리려고
꿈틀거려
--- 「씨앗 하나가」
출판사 리뷰
머리글
생물학자처럼 살아가는 시인의 시선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하면 나의 비밀을 고백하는 것처럼 마구 떨리고 가슴이 벅차요. 마치 오랫동안 혼자 즐기던 비밀의 화원을 소개하는 기분이니까요.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쫓아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늘 엄마 품처럼 행복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 살았어요. 마당의 풀과 밭의 식물들과 바다의 미역과 전복, 소라와 함께 숨쉬었죠. 호기심도 많아서 오빠가 하는 것은 다 따라 했어요. 메뚜기 구워 먹기, 개구리 해부하기, 꿩 잡기, 온갖 꽃으로 소꿉놀이 하기, 귤 서리하기 등 수천 가지 추억이 떠오르네요. 파브르처럼, 석주명처럼, 다윈처럼 한 가지 일에 파고들었다면 지금쯤 생물학자가 되었을 거예요.
그러나 대신 신(神)은 저에게 아이들을 주었네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을. 이십 년도 넘게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독서논술을 가르치다 보니 저의 마음에선 단 한시도 동심이 떠나질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과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화학 대신 스스럼없이 사마귀, 달팽이, 개미, 닭의장풀, 백일홍, 분꽃, 메밀꽃, 냉이꽃 등 무한한 자연의 세계를 관찰하며 글을 씁니다.
이 생태시집을 엮게 된 건 3년 전부터 제주도 동서남북 전역의 학교에 동시 수업을 가면서 작은 생명들에 눈 뜨게 되었기 때문이죠. 숲이나 바다, 저수지나 연못, 오름이나 습지, 곶자왈이나 자연마을 등을 탐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동시들이 태어났어요. 그러면서 안타까웠던 건 제주 구석구석 개발이 되면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생태환경을 지켜본다는 일이었어요.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펜션이나 빌라, 혹은 카페로 변신하는 광경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된 셈이죠.
그러나 제주의 곶자왈에는 아직 원시적 생태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청정지역에만 생존하는 반딧불이가 떼를 지어 불꽃을 피운답니다. 제주의 반딧불이 서식지는 청수곶자왈, 산양곶자왈, 군산, 법정사, 돈내코, 천지연폭포가 대표적인데 특히나 청수와 산양에서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축제도 열리고 있어요. 제주 반딧불이는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운문산반딧불이인데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예요.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죠.
제가 완성한 생태시편들은 2천 편이 훨씬 넘어요. 그것을 다 실으려면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 될 테니, 고르고 골라 몇십 편만 싣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생물학자처럼 살아가는 시인의 시선으로 생태시를 계속 쓸 거예요. 자연 보호를 위해 참여하고 실천하며 어린이들과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는 파수꾼이 되려 합니다. 제주도 어디서든 저는 출몰할 거예요. 그때 마주 보며 웃어요. 우린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