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 대부분이 믿음의 유아기에 있습니다. 나이가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돈도 있고, 학벌도 있는데도 믿음은 유아기에 있습니다. 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의 특징은, 말을 시작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나름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몸의 대소근육도 발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각이 부족하여 분류 능력이 불완전하고, 추리하는 게 전도되기도 하고, 자기를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상하 개념을 완전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런 유아기의 특징이 여러분에게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유아기를 지나면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유아기의 유치원 생활과 달리, 학교생활은 배우는데 집중됩니다.
“단단한 식물은 장성한 자의 것이니 저희는 지각을 사용하므로 연단을 받아”
세상에서는 ‘장성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믿음에서는 유아기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괴리로 인해 성도들은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채 늙어갑니다.
어느 날 모 장로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를 살려달라고 하면서 빨리 와달라는 겁니다. 그 장로님은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가 한국사회에서 최고이고, 교회에서도 덕망이 있고 점잖은 분이신데 전화를 다급하게 해서 의외였습니다. 장로님이 우울증과 귀신이 든 현상을 보여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기도를 해드렸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처럼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하면서 무조건 순종하겠으니 말씀을 하라는 겁니다. 하나님 은혜로 거의 완치가 되었습니다. 근데 이상한 건, 아이처럼 매달리던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예전의 점잖은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저를 담담하게 대하는 겁니다. 한 마디, “늘 성경을 읽고 생각을 하세요”라고 해줬는데 시큰둥한 겁니다. 괘심하기보다는 안쓰러웠는데 어쩌겠습니까? 이 분의 그 뒷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지금 성도들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일상에서 체험하면서도 하나님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기 방식으로 하나님을 알려고 하지 하나님의 방식으로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방식이란 고금으로 동일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순종하는 겁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지 않고, 그 내용을 생각하지도 않고, 그 내용을 살아내지 않고서는 믿음의 유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큰 기적을 체험했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아,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체험한 기적만한 기적을 체험한 사람이 있을까요? 근데 그들 대부분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시나요? 기적이 아니라 지각입니다. 단지 정보처리능력으로서의 지각이 아니라 하나님을 배우는 지각입니다. 하나님을 배우는 지각! 이것이 믿음의 유아기를 끝내게 합니다. 배우되, 하나님을 배우는 겁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하나님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치고 믿음과 삶이 변화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교회의 문제가 바로 이것 아닙니까? 믿음의 유아기에 있는 목사들, 장로들, 집사들, 권사들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아닙니까? 좋은 예배당, 놀라운 선행들, 많은 성도들…, 오히려 이런 것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더 유치해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교회가 패러디 대상이 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반복해서 하는 권면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으세요. 읽되 꾸준히 읽으세요’ 정말 평범한 권면이 아닙니까? 근데 이 평범한 권면을 제대로 순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평범한 믿음의 행위를 게을리 할 때, 악惡이 얼마나 평범한 얼굴로 우리를 공략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지금 여러분이 처한 문제의 답이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또 지금 여러분이 처한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서 말씀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이런 괴리로 인해서 유아기적 유치함은 하나의 관성으로 자리를 잡고서 성경을 읽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합니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성도들의 경우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생각을 하세요. 성경을 읽되 생각하면서 읽으세요. 해석에서나, 실천에서 오류가 나도 괜찮으니 성경을 읽고 생각하는 걸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마음을 둬서는 안 되고, 하나님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겸손해지고, 문제만 벗어나면 교만해지는 순환을 끊어야만 합니다. 기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더 좋다고 여길 때, 유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둘러 싼 문제들 보였지만, 점차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하나님’만 눈에 보이는 겁니다.
하나님을 배우게 됨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익들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됩니다. 하늘에서 이루신 하나님의 뜻이 내게도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경을 읽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인 말씀이 내게 주신 약속이란 걸 알고서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일비일희하지 않고 늘 평안 가운데 살아갑니다. 분별하고 선택해야 할 때,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후회하는 일이 적어집니다. 하나님을 앎으로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얻게 됩니다. 사람을 얻게 된다는 건,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얻게 된다는 거나 같습니다. 이런 일련의 열매들로 인해 더 큰 용기와 기쁨이 우러나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