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객지에 나가 있는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울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라고 했다.
집사람이 수화기를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기에 궁금하여 "여보 뭔데?"하고 물었다.
호언이 엄마가 돌아가셨대요.
그래? 참 안됐군, 쯧쯧...
호언이는 딸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다.
중2때 한반의 짝지로 시작된 인연이 고등학교 같은 반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밤늦게 열차를 타고 딸애가 부산역에 도착했기에
우리 부부가 역에서 만나 같이 장림에 있는 장례예식장으로 갔다.
우두컴컴한 골목길을 돌아 찾아 들어갔더니
썰렁한 장례식장에는 가족과 친척 몇몇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딸아이가 들어서자 호언이는 딸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문상을 마치고 접객실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당일을 하다가 그저께 삶은 고구마와 감자를 먹고
속이 거북하여 췌했나 싶어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바늘로 손가락 끝을 땄더니 시커먼 피가 솟아 오르더라고 했다.
조금 이상해서 인근 작은 병원으로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동아대 병원으로 갔단다.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담당의사가 응급처치를 제대로 못했는지
저녁때까지 의식이 있어서 가족들보고 집에 가라고 했는데
얼마후 얼굴이 보라색이 되었다가 곧장 체온이 싸늘해지더라고 한다.
신부전증으로 자기 몸을 돌볼 틈조차 없이 무리하게 식당일을 하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이다.
제때에 투석이라도 한번 해 봤더라면 하고 후회한들 이미 때는 지나가고
말았다.
이제 나이 겨우 54이라니, 한창 재미있게 살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건강 조심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