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내과 실습을 마치고 난 뒤 몇몇의 지인들과 밤을 새워 술을 마실 계획이었다. 이유는 24 x 7 = 168 시간동안 2인 1조로 일요일부터 들어가야하는 다음주의 응급실 실습이 야간반으로 당첨되었기 때문에 시차적응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다들 바쁜 관계로 (내가 인생을 잘못살았구나.라고 생각했음) 그냥 고시원에서 새벽까지 버텼다.자고 일어나니 겨우 낮 세시.시차적응 완전 실패이니 믿을건 체력뿐.
오리엔테이션
PK(임상 실습의 의대 졸업반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 extern이라고도 한다.간단한 처치 및 각종 procedure에 단독 혹은 조수로서 법적으로 참여가능하다.)들의 응급실에서의 할일은
*친절한 해설 : 심전도로 알 수 있는 것은 심장의 리듬(정상-동조율이라고도 함-과 부정맥을 감별가능)과 축, 전해질 이상, 허혈성 심질환 등등 굉장히 많다.병원에서 이것저것 하는 검사 중에 가장 아프지 않고(찌르거나 쑤시거나 하지 않으므로) 비용도 저렴하므로 검사한다고 투덜댈 필요가 없다.
3. Blood sampling : 말 그대로 각종 order 에 따라 혈액을 채취한다.
보통 10 cc 주사기와 바늘 알콜솜과 토니캣(팔 묶는 고무줄)으로 10cc ( 수술용 샘플은 2cc가 더 필요. 수혈시 크로스 매칭이라는 교차반응을 위해서임.) 정도를 채취한다. 한번에 뽑아서 각종 시약이 들어있는 병에 나누어 담는다.그리고 환자 이름이 적혀 있는 바코드를 각각 부착하고 검사실로 보낸다. 검사결과는 세상이 좋아져서 받으러 가지 않아도 컴퓨터로 알아볼 수 있다.(필자는 사실 응급실 보조 일을 본과 1학년때 동문 선배의 명으로 각종 잡일을 한 적이 있는데-물론 그때는 채혈은 엄두도 몼냈지만- 그때만 해도 시험관들 갖다주고 검사결과 종이 받으러 다시 가곤 했었다.)
친절한 해설.......을 관두련다.각종 시약 병과 그 검사결과가 의미하는 바와 케이스에 따른 오더들을 다 설명하자면 다시 그 시약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헤파린이니, EDTA니, Citrate니, cardiac profile은 어떤 효소 수치를 검사하는 것이며,그 의의는 어떤 것인가를 다시 친절하게 설명하려면 또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들이 나오게 된다.완벽한 이해를 기한다는 것도 좋지만 읽는 이들 짜증나리라 생각한다.(혹시나 '모르니까 그러는거 아냐?'라고 생각하실까봐 두렵다.)
그래도 친절한 해설. 한마디로 피검사는 왜 하는가.
피의 상태를 조사해서 몸 상태를 알 수 있다. 응고 인자 측정으로 간기능을 평가하고,특정 효소수치로 간손상의 정도 및 각종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또다른 효소 수치로 심근(또는 심혈관) 또는 근육질환을 알 수 있고, 혈당을 측정하고, 빈혈상태의 파악과 정도를 알 수 있고, 각종 전해질의 수치를 파악하여 심각한 위험을 교정할 수 있으며, 각종 감염이 있는지, 항체가 있는지 등등등을 알아내어
결국 진단에 도움이 되기 위함입니다.
4.ABGA(동맥혈 가스분석) : 호흡에 문제가 있거나 있었거나 한 환자들은 이걸 꼭 해야 하는데, 이것은 절대로 간호사가 대신 해줄 수 없다. 2cc짜리 작은 주사기를 사용하고 헤파린 코팅을 해야한다.뽑고 난 주사기에 공기가 들어가서도 안된다.PK들의 가장 난코스임.그런데 현재까지 90%이상의 놀라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감각이 중요하다.
5. 혈액배양검사 : 역시 아무한테나 내는 건 아니고 감염증 및 패혈증, 균혈증이 의심되는(즉, 열이 많이 나는) 환자에게 시행하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까다롭다. '무균적'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장갑과 베타딘솜,소독된 세트 등이 필요하다.그 이유는 우리 피부에 상재균들이 살고 있어서 검사과정에 오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10cc뽑아서 5cc씩 두개의 broth media.....고깃국물 같은거에 담가서 피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균을 키우는거다. 검사상의 각종 오류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30분간 다른 부위에서 3회에 걸쳐 채취해야 하므로 뽑히는 사람들은 왜 또 뽑냐는 소리를 꼭 한다. (아직까지는 그때마다 일일이 다시 설명해 드리고 있다.)
6. 그 외의 각종 피검사들~~~~바늘로 콕 찔러 피 안나오는 시간까지를 재는 BT,응고 시간을 재는 CT.등등도 익스턴의 몫이다.
7. Foley catheter (소변줄-흔히들 '폴리'라고들 한다.)꼽기
: 요로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무균적으로(장갑끼고) 해야 한다.
8. L- tube (레빈 튜브).: 코로 관을 집어넣어서 내용물의 배출과 위 세척 등을 시행할 수 있다.
9. enema :관장이다. 글리세린과 식염수를 잘 섞어서 정확하게 찾아 사정없이 슈팅하듯 빠르게 밀어넣는 것이 승부의 관건. 반드시 50cc 주사기의 tip부분을 끝까지 밀어넣어야지 안그럼 다시 다 흘러나오므로 의식이 희박한 환자마저도 표정의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집어넣는 것이 좋다.경우에 따라 고칼륨혈증 저해제를 섞은 것이 관장의 내용물이 될 때가 있는데, 젓다가 잠시 관두면 곧바로 굳어버리므로(현탁액 상태) 심하게 하지 않으면 주사기 안에서 내용물이 굳어버릴 수 있다. 굳으면 슈팅할때 굉장한 완력을 필요로 하므로 신경써야 한다. (실제로 화요일 새벽에 했는데 힘들었다.)
10. 그 외 각종 드레싱 및 레지던트들의 어시스트(여기에는 차차 설명)
일단 여기까지가 해야할 일인데 쉽게 말해 인턴 일 중에서 좀 쉬운거 나눠 해주는 거다.인턴들은 차트 쓰고 각 과의 레지던트들 호출하고 술취해서 싸움나서 찢어져서 피나는 환자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한다.그 와중에 위독한 환자들 관리도 해야 하니 어쩌다 우리 같은 도우미들이 없는 주차의 대학병원 응급실 인턴들은 정말 재수가 없는거다.(내공,또는 공력이 떨어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