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앨리스가 이렇게 애처로운 얼굴로 저런말을 중얼댈때면 앨리스의 엄마 빅토리아는 항상 앨리
스의 여드름을 짜다가도 "니 얼굴이 더우울해 임마." 라고 소리지르며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
곤 했어요. 하지만 엄마의 엄청난 공격 속에서도 앨리스의 얼굴은, 그리고 성격은 점점 우울
하고 음침하게 변해갔지요. 천성이 우울한 아이였거든요.
"우울해…"
그날도 앨리스는 '우울해' 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아침부터 우울하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니 우울할 수 밖에요. 언제나 우울하고 음침한 얼굴로 우울해, 혹은 음침해. 라며 광고하
고 다니는 참 상큼한 아이 앨리스의 취미는 토끼괴롭히기. 괴롭히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지
만 앨리스는 그 중에서도 귀 잡아째기를 가장 좋아해요. 두 귀를 양쪽으로 댕기면 나타나는
그 토끼의 이상한 얼굴과, 표정들을 앨리스는 가장 좋아하거든요.
"어머나- 앨리스네, 혹시 너네 아빠 이름이 앨리스니?"
어느날 새빨간 눈과 눈과같은 색의 요염한 입술을 가진 토끼모자를 쓴 미친남자가 나타나 앨
리스에게 물었어요.
"응"
"어머나- 정말이야? 꺄르륵, 너네 아빠가 내친구거든. 날 찬양하렴-"
남자주제에 어머나, 꺄르륵 등의 역겨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 토끼는,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정체모를 뻘건 사탕을 핥아먹었어요.
"미쳤군. 아- 미친토끼를 만나다니 정말 우울해…"
앨리스가 절망했어요. 하긴, 절망할만도 해요. 너무나도 착한 저도 만약 이 토끼를 봤다면 아
마도 저 빨간 눈을 젓가락으로 쑤셔 버리거나 엉덩이에 붙은 구역질나는 하얀꼬리를 뜯어 저
이상한 단어를 내뱉는 토끼의 요염한 입술 속에 집어넣어 버렸을테니까요.
"심심해?"
"아니."
토끼가 빨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지만 앨리스는 토끼를 쳐다보지도 않고 음침하게 대
답했어요. 아니, 라고. 그러자 토끼는 앨리스의 앞에 가서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는 말했어요.
"흑- 어떻게 내게 그렇게 차갑게 말할수 있어. 실망이야! 흐흑"
요즘 병원시설이 부족하다더니 그말이 사실인가봐요. 하긴, 병원시설이 충만하다 해도 저정
도로 미친건 받아주지도 않을거에요.
어쨋든 토끼가 말도 안되는 말들을 지껄이면서 우는척 하고 있자, 앨리스는 그런 토끼에게 다
가가- 손을 들었어요. 그리고는… 귀를 잡아쨌어요.
"아아악-!!"
토끼가 소리를 질렀어요. 그 귀도 머리띠에 붙어있는 것인 주제에 왜 아프다고 엄살을 떠는지
저로썬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아요. 설마 머리띠에 신경이 붙어있는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저
토끼는 정말 정상적인것이 하나도 없는 입술만 요염한 쓸데없는 토끼일거에요. 흐음- 그래도
예쁘니까 봐줄만 하지만, 저 토끼는 돈이 너무 많이들 것 같아서…
앗, 이야기가 이상하게 샜군요. 어쨋든 토끼는 소리를 지르고, 앨리스는 계속 찢었어요. 우리
앨리스 참 착하죠? 어릴때 부터 가족들이 메이드복,세일러복 종류의 이상한 옷을 강제로 입
게 한다던지 뭐 이상한 짓을 많이 당한지라 우리 앨리스는 저렇게 착해요.
"사과해! 내 이 사랑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은 내 매력포인트인 이 귀를 잡아짼 건 도저히 용서
할 수 없어. 사과해."
"…"
앨리스는 또다시 열받아 있는 토끼를 씹고 지나갔어요. 토끼가 따라왔어요. 짜증이 난 앨리스
는 옆에 있던 짱돌로 토끼의 대가리를 맞추고 귀를 다시 째주고 난 후 미친듯이 달려왔어요.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어딘지 모를 이상한 숲이었어요. 누나에게 이런 곳은 이상한 일들
[건전하지못한]이 많이 일어난다고 배운 앨리스는 조금 불안했지만 '미친토끼가 있는 곳 보
다는 나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어두운 숲을 계속 걸었어요.
"호오- 귀여운 소년, 어디가?"
앨리스가 계속 걷고 있는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도저히 건전하다고 볼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앨리스가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자 보인 고양이 귀를 단 이상한 소년이 보였어
요.
그 소년은 목소리와 생김새가 너무나도 매치가 잘되는 섹시한 고양이였어요. 딱 붙는 검정 가
죽[캣우먼 옷이랑 비슷한 재질]으로 만든 배꼽나시와 무릎 위 20센치는 될듯한 바지를 입고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는 요염한 자세로 앨리스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여자라면 앨리스도 좋
아했겠지만 징그럽게 남자가 저러고 있다는 것을 보니 앨리스는 살인충동이 스멀스멀 일어나
는것을 느낄수 있었어요. 하지만 토끼 귀 째는 것과 같이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앨리스는 애
써 참으며 다시 가던길을 갔어요.
그러자 고양이 소년은 "앙탈은 그만-" 이라며 나무에서 휘익 내려와 앨리스의 앞으로 착지했
어요. 그 모습이 요염하기 그지없었지만 앨리스는 고양이소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쭈
욱 훝어보더니만은 다시 고양이 소년을 지나쳐 걸어갔어요.
"내이름은 체셔. 보다시피 섹시하신 고양이님이지."
이 고양이도 미친게 분명해요. 우리 앨리스는 어쩜 이렇게 복도 없을까. 끼리끼리, 유유상종
뭐 이런말들은 다 거짓말인게 분명해요.
"미쳤군."
앨리스는 오늘 일진이 오지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이에요, 미친동물을 두마리나
만났으니까요.
"흐음- 역시 내 색기가 부담스러운건가?"
체셔가 중얼거렸어요. 징그러운 녀석이에요. 분명.
"이리와봐."
체셔가 앨리스를 끌어당겼어요. 그리고는 나무에 앨리스의 등을 탁 하고 부딪히게 하고는 자
기얼굴과 앨리스의 얼굴의 간격이 10센치 정도도 되지 않게 가까이 하고는 자신의 그 까만 눈
과 앨리스의 은청색눈을 맞췄어요.
"흐음- 멋있어. 은근히 흐르는 이 색기라니. 매력적이야."
"느끼해."
그래요 체셔는 느끼했어요. 그것도 심각하게. 저렇게 느끼한 동물은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동
물애호가인 저에게도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어쨋든 앨리스가 체셔의 손을 탁 치고 돌아서자
가까스로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깨졌어요.
"자- 솔직히 말해봐. 가슴이 뛰지? 내 눈에서 눈을 못떼겠지? 다 그런거야. 걱정마. 너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내 첩으로 맞아줄게. 내게 시집올생각 없나?"
"동물에게 장가갈만큼 미치진 않았다."
앨리스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체셔를 한번 쏘아봐 주고는 다시 가던길을 갔어요. 체셔는 다
시 검은 눈을 번뜩이며 앨리스를 따라갔지요.
"잘 생각해봐. 이렇게 섹시한 낭군 얻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야. 정말 생각없어?"
"응."
정말 오늘은 너무나도 짜증나는 날이에요. 토끼에게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귀를 쭉 찢어주고
싶지만 이렇게 느끼한 고양이는 귀를 만져도 기름 때문에 다시 미끄러질 것 같아서 손이 더러
워 지는걸 싫어하는 앨리스는 귀도 찢지 못해요.
"어쩔수 없지. 오랜만에 맛있어 보이는걸 두고 놓칠수는 없으니까."
-풀썩
체셔가 앨리스를 눞혔어요. 어머나, 체셔 뭐하려는 거죠? 우리 앨리스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화가 나겠지만- 어쨋든 난 착하니까 봐줄게요. 그러니까 얼른 해봐요. 둘다 예쁘니까 볼만할
거에요. 얼른시작해요.
"뭐하는-"
체셔가 앨리스에게 키스하고 있어요. 앨리스의 초점이 흐릿한 눈이 가늘어 졌어요. 아마도 앨
리스가 화난 모양이에요. 그렇겠죠. 오늘 처음 본 고양이에게 첫키스를 뺏겼으니. 그 고양이
가 아무리 요염하고, 예쁘고, 섹시하다고 해도 앨리스는 용서할 수 없을거에요. 게다가 이번
키스는 앨리스가 공인것도 아니잖아요?
"아악-"
앨리스가 체셔의 입술을 깨물었나봐요. 체셔의 요염한 입술에서 피가 나네요. 그런데 역시 체
셔는 입술에서 피가 나도 어쩌면 저렇게 요염할수가 있을… 흠흠, 미안해요.
"뭐하는 짓이야? 이거 동물학대야. 알아?"
자기가 동물인건 아나봐요. 게다가 체셔는 동물학대 당하기 젆에 성희롱까지 하려고 했으면
서.
체셔 나빠요. 그렇게 소리 지르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내고 있는 체셔를 두고 앨리스
는 뛰었어요. 뒤에서 체셔가 소리지르는 것이 들렸지만 앨리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어
요. 빛이 보이고 있어요.
숲을 빠져나온 것 같아요. 빛이 환해져요. 으음- 마을이에요!
-벌떡
"하아- 하아- 끔찍한 꿈이었어."
자다가 악몽을 꾼 듯 갑자기 일어난 앨리스의 손에는 다 찢어져버린, 찢어지기 전에는 분명
아이들에게 사랑받았을 귀여운 토끼와 고양이 인형이 너덜너덜한 헝겁이 되어 있었다.
첫댓글 오~ 굿인데요 -_ -;;
캬하하하 체셔 마음에 드네 -_-므흣(이봐 정신차리라고 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