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함마 다 큰 으른들한테 뭔 대학교 채플도 아니고 목사 면담을 시킨다냐. 훠따 나는 모태불교랑께! 면담 끝나믄 싸게싸게 스카이캐슬 서울대병원으로 가브러야쓰것구만!’
불만스런 표정으로 면담을 갔는데 눈이 불편하신 원목실장님께서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하셨다.
“박은식선생님!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언제 들어온 지 아십니까?
갑작스런 역사 상식 테스트에 심드렁 해진 나는
“저는 불교라 잘…”
“그렇다면 박은식 선생님. 우리나라 교회 1호점이 어딘지 아십니까?”
“저는 불교라 잘…”
“박은식 선생님. 저희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이 제중원이라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사이자 선교사인 알렌이 권력자였던 민영익을 치료해주고 고종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최초의 현대의학 병원인 광혜원이 제중원이 됐지요. 그곳에서 알렌과 뒤이어 들어온 의료선교사 헤론 부부가 함께 1887년 11월 21일 예수님께 예배를 드린 것이 최초의 예배이자 개신교 교회의 시작이었지요.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 교회 1호점]이랍니다!"
그리고는 사진을 꺼내 보여주셨다.
“이 보잘 것 없는 조그만 기와집이 바로 세브란스의 전신인 제중원입니다. 세브란스씨께서 거금을 기부해 주셔서 저희 병원이 지금처럼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세브란스씨가 저희 병원 말고도 개발도상국 여러 곳에 기부를 했는데,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오직 대한민국의 세브란스병원만이 기부자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었답니다. 세브란스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선생님! 이것이야말로 주 예수께서 행하신 [한알의 밀알이 황금빛 밀밭이 되고 물방울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기적의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면서 내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외시는데,
묘하게도 서울대병원으로 가려던 맘이 싹 사라지는 것 아닌가!
결국 세브란스병원에서 열심히 내시경 배우며 대장천공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내시경을 할 때면 ‘할렐루야’를 맘속으로 외웠다.
그 때문이었을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펠로우 수련을 마무리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한강 쪽으로 가다 보면 선교사들의 무덤인 양화진이 나온다.
갓 스무살넘은 청년들이 머나먼 조선 땅에 와 복음과 새로운 학문을 전하다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특히 2대 제중원 원장인 헤론은 테네시의과대학을 수석 졸업해 교수 자리가 보장됐는데도 척박한 조선땅에 와서 일년 동안 만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후학을 양성하다 33세의 나이에 이질에 걸려 사망했다.
요새 일부 교회문제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래도 개신교도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소명의식을 가진 여러 개신교도 분들께서 남한과 북한 모두 자유가 충만한 땅이 되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모태불교인 나도 거들어야겠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성췌장암환자분들께서 중입자치료 받으러 일본까지 가서 수 억원을 쓰고 오는 현실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네요. 세브란스병원, 그리고 제 모교인 한양대병원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