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웰다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PART6]- 43.희로애락이 강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안 걸린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치매에 잘 안 걸린다
눈물이 많은 편인 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곧잘 눈물을 흘리곤 한다 . 이 때문에 ‘울보’라는 별명이 붙은 적도 있다. 눈물만 많은 것이 아니라, 화도 잘 내고 조그만 일로도 웃음이 터지고 기뻐하며 상처도 잘 받는다. 이렇게 희로애락이 격렬하니, 유방암에 걸린 여성의 유방이 함부로 잘려나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도저히 용납되지 않아 ‘유방온존요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게 된 것이다. 고통만 안겨주는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를 강요당하는 환자들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암 방치요법’을 확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의 풍부한 감수성과 희로애락을 사람을 구하기 위한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유명한 시 ‘청춘(Youth)’에는 청춘과 늙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굳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꺾이지 않는 용기,
만족할 줄 모르는 모험심이야말로 청춘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었을 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더하지만
정열을 잃으면 마음이 시들게 된다.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껏 울고 웃어라
뇌 속에서 기억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은 ‘해마’이지만, 해마가 기억을 정리할 때 관여하는 또 다른 기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오감을 통해 뇌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 ‘좋다’, ‘싫다’, ‘기쁘다’, ‘무섭다’ 등의 감정 반응, 즉 희로애락을 처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가슴 떨리도록 두근거렸다’거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금이 저렸다’처럼 편도체와 연결되어 강렬한 감정이 동반되는 체험은 기억에 깊이 박혀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반대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체험은 즉시 잊힌다.
또한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우거나 기억할 때 ‘이것은 꼭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거나 ‘이 시험에 떨어지면 낙제한다’라는 식의 압박이 있으면 기억력은 단숨에 좋아진다.
희로애락이 강할수록 뇌는 아주 활발하게 활성화되고, 기억을 저장하는 서랍도 늘어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요즘 한창 유행인 두뇌 트레이닝보다, 의식적으로 희로애락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다. 즉 여러 가지 일에 호기심을 가지며, 즐거울 때나 기쁠 때 크게 웃고,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는 마음껏 우는 것이다.
사무엘 울만이 말하는 “불타는 정열”, “만족할 줄 모르는 모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자신에게 ‘마음껏 울고 웃어라’라고 되뇌는 것만으로도 뇌는 놀라울 정도로 젊어진다. 오감을 가능한 한 젊게 유지하여 둔감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뇌를 노화시키지 않는 비결이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