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이 날려버린 100만 달러
안녕하세요, 카지노 베테랑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손님들을 봅니다. 어떤 이는 칩 한 개로 수만 달러를 거머쥐고, 어떤 이는 가방 가득 채워온 돈을 단 몇 분 만에 날리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진짜 대박과 쪽박은, 카지노 객장이 아니라 퇴근 후 켜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때는 1990년대 후반, 전 세계가 픽셀 몇 개로 움직이던 ‘닷컴 버블’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카지노에서 카드를 쪼개던 제 동료 딜러, 가명 ‘Bobby’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달콤했고, 동시에 가장 속 쓰렸던 어느 부부의 황당한 실화입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딜러들의 휴게실인 딜러룸(Dealer's room)에 모이면, 다들 카드 얘기나 손님 팁 얘기 대신 낯선 단어들을 주고받기 시작했죠. "컴퓨터 속 세상에 땅을 사야 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 같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 동료였던 Bobby 역시 평범하고 성실한 딜러였습니다. 매일 몇 시간씩 서서 카드를 셔플하고, 진상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번 귀한 팁(Tokes)을 차곡차곡 모으던 친구였죠.
그러던 어느 날, Bobby가 눈을 반짝이며 딜러룸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이, 친구. 내가 이번에 아주 기막힌 녀석을 발견했어. '야후(Yahoo)'라는 회사인데, 인터넷 검색창을 만드는 거래. 이거 무조건 뜨게 되어 있어."
당시 야후는 주당 11달러 안팎을 횡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거저 주는 가격이지만, 당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유령 같은 기술주에 돈을 넣는 건 꽤 큰 모험이었죠. 하지만 Bobby는 과감했습니다. 그동안 테이블 위에서 모은 쌈짓돈을 털어, 주당 11달러에 무려 1,000장을 매수했습니다. 총 투자금 11,000달러. 당시 물가로 딜러들에게는 꽤나 묵직한 거금이었습니다.
주식을 사고 나면 매일 밤 잠을 설치는 건 딜러나 일반인이나 똑같나 봅니다. Bobby는 교대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번개같이 달려가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래프가 무서운 각도로 치솟기 시작하더니, 불과 2주 만에 주당 15달러를 찍어버린 겁니다. 11불에 산 주식이 15불이 되었으니, 1,000장을 쥔 Bobby의 계좌에는 순식간에 4,000달러라는 순수익이 찍혔습니다.
2주일 만에 자산이 35%나 불어난 겁니다. 카지노 테이블에서 온갖 풍파를 겪은 Bobby였지만, 일 안 하고 컴퓨터 모니터 속 숫자가 불어나는 걸 보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이 기쁜 소식을 혼자 알 수 없으니, 당연히 집에 있는 아내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계좌에 찍힌 초록색 수익 숫자를 본 아내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여보! 이거 진짜 우리 돈 맞아? 2주 만에 4,000불을 벌었다고? 딜러 일 한 달 내내 해도 쥐기 힘든 돈이잖아!" 아내는 Bobby의 등짝을 때리며 흥분해서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팔아! 익절은 언제나 옳다고 했어. 여보, 마침 우리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는데, 이 돈으로 그동안 노래를 불렀던 일본 여행이나 갔다 오자. 2주 동안 스시도 실컷 먹고, 온천도 하고, 푹 쉬다 오면 딱 맞겠네!"
Bobby는 조금 더 들고 가고 싶었지만, "돈이란 건 사이버머니일 뿐이다, 내 주머니에 들어와서 써야 진짜 돈이다" 라는 아내의 확고한 철학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서서 일하느라 부어 터진 다리를 온천에 지지고 싶다는 아내의 말이 밟혔죠.
결국 Bobby는 15달러에 1,000장을 전량 매도했습니다. 손에 쥔 4,000달러의 보너스를 들고, 부부는 기분 좋게 짐을 쌌습니다. 도쿄로 날아간 2주일은 그야말로 꿈만 같았습니다. 신주쿠의 화려한 네온사인속을 걸으며 최고급 사시미를 먹고, 료칸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죠. 카지노의 시끄러운 슬롯머신 소리도, 담배 연기도 없는 완벽한 천국이었습니다.
Bobby는 온천 물속에서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여보, 주식 참 별거 아니네. 야후 덕분에 우리가 이런 호사를 다 누린다, 그지?" 아내도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 듣길 잘했지? 주식은 타이밍이야!"
그들은 자신들이 베가스 역사상 가장 비싼 온천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2주간의 달콤한 휴가가 끝나고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내린 부부는 시차 적응도 못한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Bobby는 가방을 던져두고, 습관적으로 컴퓨터 전원을 켰습니다. '내가 팔고 온 야후가 지금쯤은 좀 떨어졌겠지? 역시 우리 마누라가 고수야'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인터넷 창이 켜지고, 야후의 주가 창을 띄운 순간... Bobby의 숨이 턱 막혔습니다. 화면을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모니터 화면을 손으로 닦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거기에는 마법 같은 숫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야후의 주가가 한 장당... '500달러' 부근을 쳐 가며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던 겁니다. "여보... 이리 와봐... 이것 좀 봐봐..." Bobby의 떨리는 목소리에 아내가 다가왔습니다. 모니터를 본 아내 역시 돌처럼 굳어버렸죠.
그 2주일 동안, 미국 증시에는 유례없는 광풍이 불었고, 야후는 주가가 너무 무섭게 치솟자 주식을 쪼개고 또 쪼개는 '액면분할(Stock Split)'을 단행하며 폭발하고 있었습니다. 주당 15불에 팔았던 주식이, 단 2주 만에 수십 배가 뛰어 500불 고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정말 만약에 Bobby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그 주식을 그대로 묻어둔 채 여행을 다녀왔거나, 혹은 여행을 가지 않고 홀딩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11,000달러였던 그의 투자금은 단 2주 만에 500,000달러(한화 약 6억~7억 원), 그리고 이어지는 추가 분할과 정점에서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훌쩍 넘는 거부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1990년대 후반의 100만 달러면,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근처에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사고도 남고, 당장 딜러 앞치마를 던져버리고 은퇴할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결국 Bobby 부부가 일본에서 먹은 스시와 온천은, 공짜 여행이 아니라 ‘100만 달러짜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행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날 이후 한동안 딜러룸에서 Bobby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아내 역시 미안하고 속이 상해서 한동안 Bobby에게 잔소리 한마디 못 했다고 하더군요. Bobby는 터덜터덜 다시 카지노 객장으로 돌아와 카드를 셔플했습니다. 손님들에게 "Good luck"을 빌어주면서도, 속으로는 '내 100만 달러...' 하고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인생이란 참 알 수 없습니다. 카지노 테이블 위에서 남의 돈을 따고 잃는 걸 평생 보던 베테랑 딜러조차도, 눈앞에 찾아온 100만 달러짜리 대박의 순간을 아내와의 행복한 일본 여행과 맞바꿔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생각합니다. 돈 100만 달러는 날렸지만, 평생 잊지 못할 달콤한 2주간의 추억과... 그리고 제 채널에서 이렇게 풀어낼 수 있는 기가 막힌 실화 한 편을 남겼으니, Bobby의 인생도 그리 밑진 장사는 아니지 않을까요?
오늘 이야기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요. 다음에도 베가스 테이블 뒤편에 숨겨진 씁쓸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이야기는 유투브에 7월 2일짜로 업로드 예약이 되어 있는 콘텐츠 입니다. 유투브 채널 검색창에 The Casino Veteran 을 검색 하시면 저의 콘텐츠를 보실수 있습니다.
글쓴이 : 김해송의 장손 김성필 씀 https://youtu.be/FYwptMxNel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