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온다.
하지만
누구나 새벽을 맞는 건
아니다.
새벽은
오직 ‘깨어 있는’ 자만이 맞는다.
- 김영훈, '생각줍기' 중에서 -
-지인이 보내 준 톡에서-
살다보면/ 권진원
https://www.youtube.com/watch?v=VOCblhLRz8Q
어제부터 내린비가 그치지 않는다
가뭄에서 장마로 바로 넘어가나?
일어나니 새벽 세시
어제 일찍 자느라 일기를 쓰지 못했다
일기를 써 톡을 보내고 나니 여섯시가 넘었다
저녁에 일기를 쓰지 않으면 아침이 바쁘다
집사람이 고추가 쓰러져 안되겠다며 아침에 고추줄을 치면서 쓰러진 고추를 세우잔다
그래 시원찮게 고추줄을 쳐 놓아 어제 바람불어 쓰러진것같다
고추줄과 양말 목끈 나무 젓가락을 준비해 고추밭으로
가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어 일하긴 괜찮겠다고추대 크기가 들쑥 날쑥
그래서 한번만 고추줄을 친 두둑이 있다
그 두둑은 두 번째 고추줄을 쳤다
고추줄을 치고 비스듬히 쓰러진 고추는 바로 세우고 고추줄이 느슨한 건 양말 목끈이나 나무젓가락으로 즐을 돌려 단단하게 고정해 갔다
하나하나 바르게 세워가야하기에 집사람과 둘이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고추를 모두 바르게 세운 뒤 키가 큰 고추는 고추줄을 한번 더 쳤다
이번엔 고추줄을 지주마다 돌려 치지 않고 처음과 끝을 일자로 돌린 뒤 양말 목끈으로 고추줄을 지주마다 묶었다
이렇게 하니까 고추줄이 더 팽팽하며 줄 치기도 쉽다
앞으론 이 방법으로 고추줄을 쳐야겠다
모두 끝내고 집으로 올라오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집사람이 아침 먹잔다
그도 좋지만 이왕 옷이 젖은 김에 붕어와 자라 손질을 해야겠다
오늘 인경엄마가 닭을 가지러온다 했으니 붕어와 자라도 주어야겠다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둔 붕어를 꺼내와 손질
손질을 끝내고 보니 붕어가 좀 이상하다
문사장이 밤에 낚시해다 물에 담가둔 붕어가 오후에 죽었다며 가져다 주었는데 날씨가 더워 상해 버린 것같다
상한 붕어를 인경엄마에게 주어선 안되겠다
붕어를 삶아 닭에게 주면 좋을 것같아 냄비에 넣고 삶았다
인경 엄마 전화
장성 왔다며 곧 집에 도착한다고
자라를 한 마리 손질했다
자라가 접시만 하다
닭한마리 넣어 용봉탕 끓이면 괜찮겠다
매제네가 손주들 데리고 왔다
씩씩하고 인사도 바르게 잘한다
보는 것마다 신기한지 여기저기 잘 따라 다닌다
인경엄마 지인이 닭한마리 산다고 해서 청계 암탉을 잡아 주고
매제와 손주들 먹이라며 이제 막 우는 수탉을 두 마리 잡아 주었다
닭은 막 중닭을 벗어나려 할 때 약이 된다고들 한다
옛적 엄마들은 아기들에게 일년에 한번씩 햇닭을 푹 고아 먹였다고 한다
그럼 아이들이 병치레 하지 않는다고
손질한 자라와 달걀도 한줄
있으면 나누어야겠지
닭손질해서 일찍 가봐야한다기에 다음에 식사하자고
어느새 11시
집사람이 아점을 먹자며 밥을 차리길래 아산형님네랑 나가서 먹자고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내리니 얼큰한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생각난다
아산형님에게 전화하여 점심 같이 먹자니 그러잔다
아산형님네랑 감가네 가서 김치찌개
여기에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오전의 피곤이 사라지는 듯
맛있게 잘 먹었다
술이 얼큰해 낮잠 한숨
일어나니 세시가 다 되간다
무려 시간 반을 자 버렸다
바둑 한수 생각나 조사장에게 전화
다섯시까진 시간이 있다길래 바둑 휴게실에서 만나자고
조사장과 세판을 두어 1승 2패
유리한 바둑을 승리로 이끌어 내지 못한 건 실력 부족이겠지
예전엔 수담나누면 주담을 했는데 오늘은 서로 시간이 마땅치 않다
나도 집에 가서 할 일이 있다
참깨밭에 잎마름 병과 노린재 약을 타서 뿌렸다
고추밭엔 담배 총체 탄저 영양제를 함께 타서 뿌렸다
참깨밭엔 노린재를 예방하기 위해 가루약도 뿌려주기로
가루약이 물약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양파망을 세 개 포개 가루약을 넣어 뿌리면 된다기에 그리 해봤더니 약이 넘 많이 나온다
차라리 가루약을 손으로 뿌리는게 나을 듯
마스크를 쓰고 가루약을 직접 손으로 뿌렸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집사람은 서리태 콩밭을 거의 다 맸다
참말로 부지런한 사람
저리 일을 하니 아플 수밖에
끝내고 올라가며 그만 하라니 알아서 하겠단다
어느새 일곱시가 훌쩍 넘었다
막걸리 한병 들고 베란다로
집사람이 밭매고 올라온다
안주하게 명태전 지져 달라니 도와주면 지져 주겠다고
달걀을 깨 저어서 풀어 주는 등 옆에서 도와 명태전을 지졌다
명태전에 싱싱한 오이무침까지
안주 좋으니 술맛도 좋다
두어잔 술에 얼큰해지니 하루의 피곤이 가시는 듯
우리네 삶
즐겁게 살다갔으면 좋겠다
하늘 가득 구름
님이여!
어느새 유월 마지막 주
이주부터 여름 장마도 시작한다네요
비 피해 입지 않게 대비 잘하시며
이 주에도 건강 행복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