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는 강물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라. 강물은 물비늘을 일으키며 반짝인다. 인생도 강물처럼 뒤척이며 몸을 섞는 것을 반복한다. 추억이 그물에 걸린 것처럼 파닥거린다. 전라도와 지리산을 품은 기운은 사람을 은근히 압도하다. 진안에서 발원해 전라북도 내륙을 지나면서도 계절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묵화처럼, 뿌리 깊은 나무처럼 깊은 흡입력으로 마음을 끌어들이는 곳이 바로 섬진강 상류다. 게다가 사진작가들도 탐내는 옥정호에 다다르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풍경에 압도된다. 호수가 거대한 바다처럼 살아 꿈틀대는 옥정호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당신은 홀연 망부석이 될지도 모른다.
 새벽에 안개가 호반을 감싸면 옥정호를 둘러싼 산들이 섬처럼 보인다
진안 데미샘에서 시작한 강물은 진안 마령에서 물길을 바꿔 임실군 관촌면으로 흘러든다. 관촌면에는 섬진강이 만들어 준 사선대유원지가 유명하다. 사선대를 지나 운암면으로 들어서서 순창군 강진면에서 물이 모이면서 호수를 만든다. 섬진강댐으로 인해 물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댐으로 막힌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호수가 옥정호다. 옥정호는 내륙 깊숙이 산길을 따라 이어진다.
섬진강 최고의 전망포인트 옥정호 드라이브
 옥정호 안개 위의 일출
옥정호는 다양한 풍경으로 비친다. 수많은 산자락이 호수에 발을 담그고 호반을 따라 이어진 길도 여러 곳이다. 이중에서도 호반 드라이브의 최고 포인트는 운암대교에서 운암면 방면의 6km 정도의 호반길. 이 길은 최근에 포장된 곳으로 알려지지 않은 길이다. 호반 드라이브는 운암대교에서 시작된다. 운암으로 가는 길은 호수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산과 옥정호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경치에 취했는지 앞서 가는 자동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주차장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진다. “참 근사하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 옥정호가 초행인 것으로 보이는 여행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풍광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비갠 옥정호반
 나룻배와 옥정호반
 밀려오는 안개
 안개속의 옥정호반
호반길 끝 지점에 가면 시원스럽게 전망이 트이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국사봉 전망대. 가파른 벼랑을 깎아 만든 전망대에 서면 옥정호가 품은 호반풍경의 백미를 눈에 넣을 수 있다. 산 위에 만들어진 호수가 대개 그렇듯 옥정호 또한 아침마다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안개 낀 옥정호 주변 길을 드라이브하는 맛은 환상적이다.
옥정호 가운데 댐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두 개의 섬이 그림처럼 떠있다. 하나는 작고, 다른 하나는 제법 큰 섬이다. 아직도 이 섬 안에는 사람이 산다. 수몰된 집을 버리지 않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섬진강댐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곁에 두고 달리는 호반 위로 첩첩이 산이 포개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옥정호반 드라이브길. 새벽부터 호수를 감싸던 안개가 흩어지면서 아름다운 옥정호반길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강마을 트레킹 장산마을 ~ 천담마을 ~ 구담마을
천담마을과 구담마을까지 이어지는 강변길과 강마을 풍경은 섬진강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김용택 시인이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에서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한 천담마을,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등장했던 구담마을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강마을로 가려면 임실 덕치면에서 진입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 덕치면에서 회문산 자연휴양림 입구 맞은편의 빨간 지붕 옆 시멘트 길로 진입하면 된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구담마을 느티나무 숲에서 바라본 섬진강
천담마을을 지나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이끈다. 이 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섬진강이 멀어지면서 길이 산 중턱에 걸린다. 강 건너에는 내룡마을과 용골산의 그림 같은 자태가 펼쳐진다. 이 길의 끝에 구담마을이 있다. 이곳은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구담에서 고샅길을 따라 내려가면 금방 섬진강에 닿는다. 갈대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전라도 사투리로 ‘징하게’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숱한 시절 두 마을을 이어온 내력만큼 징검다리는 튼튼하다. 섬진강이 다 쓸려 내려가도 버틸 만큼 튼튼하고 넓은 너럭바위로 만들어졌다. 지게 가득 나무를 진 농부 둘이 마주쳐도 사이좋게 지날 수 있을 만큼 넓다.
 장산마을 징검다리
 구담마을 안쪽에 자리한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
 담마을
 천담마을로 가는 길은 섬진강의 청정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구담마을 강변길은 회룡마을과 징검다리로 연결된다
 섬진강에서 손꼽히는 명당으로 유명한 회룡마을 전경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울 장구목
천담에서 구담까지 섬진강은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장구목의 자연경관이 알려진 뒤부터는 여름철만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천담마을 앞의 천담교를 건너 우회전해 작은 다리를 지나면 석전마을 표지석이 나타난다. 우회전하여 언덕길을 오르면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강을 만난다. 이곳이 싸릿재 석전 마을이다. 바로 구담마을 건너편인데 구담마을과 싸릿재 사이는 강물이 얕아 걸어서 건너다닐 수도 있다. 한적한 산촌마을에 제법 너른 밭이 펼쳐진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로 1km 정도 내려가면 장구목이 나온다. 이곳이 요강바위로 유명한 곳이다. 강폭이 상당히 넓고 물은 얕아 번잡하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식당을 겸한 큰 민박집이 두 집 있고 위쪽으로는 마을이 있다.
장구목을 지나 계속 달리면 왼쪽으로 구미리가 나온다. 그 길을 뒤로하고 우회전하여 강을 따라간다. 구미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강을 따라가면 섬진강이 왼쪽으로 흐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섬진강이 이제 중류의 깊고 넓은 강폭으로 펼쳐진다. 감탄에 지쳐 입을 다물 때쯤 멀리 험한 바위 아래로 강이 유연하게 굽어지며 길과 잠시 작별한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울목인 장구목. 장구의 모습을 닮아서 이름이 붙었다
◎ 여행 추천코스 옥정호 - 운암대교 - 장산마을 - 천담마을 - 구담마을 - 장구목
◎ 추천코스 플러스 진메마을 - 천담마을 - 구담마을 - 회룡마을 (약 7.2km, 1시간 30분 소요)
<여행 Tip> 사진작가도 인정한 옥정호반 안개 옥정호의 물안개를 찍으려면 새벽 5시경에 국사봉 전망대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해가 뜨기 전의 오묘한 풍경 변화를 놓친다면 옥정호 여행은 팥소 없는 찐빵을 먹은 것처럼 허무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옥정호 여행은 새벽부터 11시 정도까지 묵직하게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다.
여행지 상세 정보
- 옥정호
- 호수 속에 섬이 떠 있는 옥정호 주변은 전망 좋은 포인트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전망포인트는 국사봉 전망대. 그리고 운암대교와 마암분교가 있던 막은대미, 섬진강댐 주변의 황토리가 제일 좋은 전망포인트다. 더불어 전망포인트를 찾아가는 길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곧바로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태인 IC에서 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된다. 강진을 지나 운암대교를 넘어 우회전 하면 옥정호가 나온다. 빠르고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국사봉전망대 휴게소는 옥정호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곁들일 수 있는 전망대인 셈이다.
- 섬진강댐
- 섬진강이 흘러 임실 사선대를 지나 운암면으로 흘러들면서 거대한 호수에 몸을 섞는다. 흘러야 할 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하게 된 건 섬진강 상류의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섬진강댐 때문. 이곳은 섬진강 물이 유일하게 댐에 의해 막히는 곳이다. 섬진강댐은 동진강 하류와 계화도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호남지방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1965년 12월 완공한 콘크리트 중력식댐이다.
찾아가는 길) 강진면에서 정읍 방향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우측에 섬진강댐이 나온다. 섬진강댐 쉼터에서 전경을 관람할 수 있다.
- 진메(장산)마을
-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들판이 악양들판이라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장산마을이다. 마루에 앉아 강물에 귀를 씻을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김용택 시인의 고향마을이다. 장산마을 초입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두 그루가 어머니와 아들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끝에서 시멘트길이 흙길로 바뀌면서 길은 강줄기를 곁에 두고 이어진다. 이 길은 장산마을에서 약 4km 정도 계속된다. 길옆으로 엉겅퀴가 고개를 내밀고 앉은뱅이 들꽃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찾아가는 길) 운암대교를 지나 직진하면 강진이 나오고 여기서 덕치초등학교를 지나면 회문산입구 삼거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진메마을이다.
- <아름다운 시절> 영화촬영지
- 구담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백년은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 있다. 느티나무로 오르는 초입에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은 예술감독으로 유명한 이광모 감독이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인, 안성기, 배유정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다. 느타나무 군락 언덕에서 섬진강이 휘돌아가는 회룡마을을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찾아가는 길) 구담마을 안쪽 느티나무 군락지
- 순창 전통고추장마을
- 순창 전통고추장은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이었다. 순창고추장은 순창에서 생산된 고추와 콩, 찹쌀만을 사용해 전통재래식 방법으로 만든다. 고추장 맛의 비결은 순창의 깨끗한 물과 신선한 콩을 항아리에서 6개월 이상 발효시키는 제조 방법에서 나온다. 순창고추장은 방부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장독에서 퍼내면 부풀어 오른다. 고추장을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뚜껑을 연 뒤에는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된다.
찾아가는 길) 순창읍에서 담양방면으로 2km 정도 가면 고추장집들이 모여 있는 민속마을이 나온다. 찹쌀고추장은 1kg에 1만 2000원, 된장은 7000원, 매실장아찌는 3만 원이다.
숙박정보
- 회문산자연휴양림
- 순창과 임실의 경계를 나누는 회문산 자락은 섬진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 자연휴양림은 회문산 골짜기 중턱에 둥지를 틀고 있다. 원시림에 가까울 만큼 숲이 우거져 있고 통나무스타일의 산막동과 펜션형태의 예쁜 집이 있다. 특히 하얀색 펜션스타일의 객실은 인기가 좋아 주말에는 예약 필수. 휴양림 주변에 있는 순창고추장의 발원지인 만일사도 둘러보면 좋다.
찾아가는 길) 임실 덕치에서 구림 방면으로 우회전해 2km 지점에서 다시 우회전(063-653-4779) Tip)운암대교 주변에 모텔이 몰려있다. 리버사이드모텔(063-221-7968), 보금장모텔(063-642-7297), 백제가든장(063-643-4433) 등의 모텔이 전망이 좋고 깨끗하다. 숙박료는 3~5만 원 선.
맛집정보
순창 민속집 순창 제2교 옆에 위치한 민속집은 한정식 하나로 소문난 맛집. 미식가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단골이 많다. 민속집은 옛날 기와집에 가운데 정원이 있어 잔칫집에 초대된 느낌이다. 한정식이 한 상 가득 차려져 방에 들이는데 반찬이 무려 25가지가 넘는다. 이중에서도 순창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숯불에 살짝 구운 돼지주물럭이 별미. 감장아찌, 더덕무침, 우렁된장국 등 순창에서 직접 나는 반찬도 맛있다. 찾아가는 길) 순창읍내 군청 옆 전화 063-653-8880 메뉴 한정식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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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꼭 가보고 싶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