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차문화 대 축제의 행사 중 하나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에서 <디카시를 만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경연대회를 마친 뒤 쌍계사(회주 영담스님)에서 점심을 먹은 뒤 우연히 만난 여학생이 나를 보고 ‘엄지척을 했다. “왜, 그러지?” 하고 내가 묻자, “선생님 제가 오늘 시인이 된 것 같아요.” “그래, 이름이 뭐지?” “조재원인데요” 내가 그와 함께 있는 여학생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조 시인이라고 불러”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웃음꽃이 피었다. “시인이 된 기분으로 성군관대 인문대 학장님인 ”안대회 교수님과 사진 한 장 찍어“ 그렇게 헤어졌는데,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과 안대회 교수와 셋이서 디카시 심사를 한 결과 그 조재원학생이 일등으로 결정이 되어 경상남도 도지사상을 받고 큰 상품까지 받았다. 시상식에서 아리랑 TV 아나운서가 물었다. ”어떤 느낌을 시로 썼지요“ 그때 조재원 학생이 대답했다. ”디카시 경연대회에 앞서서 심사위원 선생님이 시를 쓰기 전에 연 푸른 녹차잎을 따 먹으라고 해서 따먹었는데, 녹차나무가 상처를 입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떤 심사위원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 앞에 웃고 있는 선생님요.” 하면서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서책書冊을 불살라버려라. 강변의 모래들이 아름답다고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원컨대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어떠한 지식도 우선 감각感覺을 통해서 받아들인 것이 아니면 아무 값어치도 없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의 한 구절을 얘기하면서 차 잎을 따 먹고 디카시를 쓰라고 했는데,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쓴 그 여학생이 대상을 탄 것이다.
모든 것은 순간이 결정짓는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순간, 순간이 인생의 전체라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 깨닫는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되어 지혜로 끝난다.”는 로버트 프루스트의 말과 같이 한 편의 의미 있는 시는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인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시를 짓는 사람도 다 시인이다. 조재원이라는 학생이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이 좀 더 좋은 시를 쓰기를, 좋은 글을 쓰기를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