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으로 바뀐 세상 [2전째]
아내와 함께 급히 민아에게 달려갔던 날, 하와이는 너무나도 눈부
시고 아름다웠지요. 겨울이 없는 하와이는 늘 플라워 레이처럼 원
색적이 꽃으로 충만합니다. 산호초의 바다는 맡바닥까지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유리알처럼 보입니다. 소낙비 끝에 무지개가 자주
뜨는 섬이라서 하와이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7색 레인보우가 그려
져 있기도합니다.
그러나 그때 하와이는 꽃도 태양도 바다도, 더더욱 무지개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깜깜했습니다. 하늘과 땅 어디에도 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아를 보았습니다. 하와이의 대낮이 한밤
처럼 어두웠던 그날 나는 민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아버지의 얼굴 바라보며 호동그란 눈을
뜨고 미소 짓던 아이, 강보에 싸인 민아의 맑은 눈을 생각했습
니다.
나도 모르게 " 하나님"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 애가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머니의 웃는 얼굴과 아버지의 미
소를 보지 못한다면, 이 집에 있는 모든 것, 산과 바다와 길거
리 색채가 있는 모든것,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 이
야기 아닙니까. 주님의 딸에게 어찌 그러실 수 있습니까.
너무하세요. 하나님 저렇게 하나님 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당신의
딸에게 왜 그 많은 수난을 내리시는지요. 암으로도 모자라 이번에
는 실명입니까. 아픈 아이 때문에 학교를 찾아다니느라 눈물이 마
르지 않은 아이에게 무슨 눈물이 남아 있기에 또 울리십니까.
민아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요. 아무개 목사님은 어려서
실명하신 분인데도 우리보다 더 잘 보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고했어요. 늘 밤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 깜깜한 세상에서도 낮에
본 모든 형상과 빛이지 않나요? 아버지의 얼굴. 어머니의 손. 소리
가 말해주고 냄새가 느끼게 하는걸요. 아빠 엄마가 걱정할까봐서
그렇지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말로는 태연한 체하면서 사태를 숨기려고 했지만 간단한 설거지를
하다가도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접시를 깨요. 그러면 내가 가슴
아파할까 봐 올리브 기름 때문에 미끄러웠다는 거지요.
못 볼 바다면 무엇 때문에 저렇게 푸른가요. 다시는 느끼지 모할 것
이라면 왜 히비스커스는 알롱와 셔츠처럼 그렇게도 다양한 색깔로
피나요. 부겐빌레아가 피어있는 담쟁이, 극락조가 피어 있는 공항
길은 앞을 보지 못 보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아 있다고 저리도 빛
나는가요.
그날 저녁 민아 컴퓨터를 보니 바탕화면의 아이콘들이 보통 것보다
3~4배는 커요. 그래서 얘가 아직도 컴퓨터를 잘 못하나 싶어 해상
도를 바꿔 정상 사이즈로 해놓았지요. 그랬더니 민아가 "아빠, 눈이
잘 안보여서 일부러 크게 해 놓은 건데" 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딸의 눈이 아파서 왔다는 애비
가 눈이 아픈 건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세속에 있어
서의 아버지와 딸의 만남이구나. 그 애가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
는 아버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아버지는 샅샅이 딸의 아픈
모공 하나하나까지도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며 쓰다듬어 주실 것이
다, 그래서 민아가 지상의 아버지보다는 하늘의 아버지에게 더 의
존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무심한 내 자신을 탓했습니다.
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오리니 이는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 * 시편 9편 10절 * |
첫댓글 본격적인여름7월!
많이 더운만큼
많이 행복 건강 하세요
♡♣♡♣♡~~♪~
\(^0^)/ ~~♬
지성에서 영성으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날씨가 무덥네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오늘도 홧팅하세요
오늘도 무더위를 이기고 오후에도 홧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