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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뭐라구요? 아저씨. 다시 말해봐요"
소윤이 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제하에게 물었다.
제하는 또한번 단호게 대답했다.
"이혼."
" 이혼이요?! "
소윤이 기가찬 듯 코웃음을 팽 치면서 종이를 제하에게로 던져버린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경직되어 있던 자신의 몸을 벌떡 일으킨다. 바닥을 세게 밟았던지, 후식으로 한잔씩 하던 오렌지 주스가
탁자위에서 찰랑인다.
"절.대.안.돼.요."
"내가 원하면 하는거다 꼬맹이. 너도 원하던 결혼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이미 해버린거. 절대 안돼요!"
"왜 안된다는거지? 넌, 니 남은 여생을 이런식으로 허비하기를 원하는건가?"
"네! 그래요. 원해요. 그러니까 이혼은 절대 안돼요"
제하가 당돌한 소윤의 말에 무언가에 한대 맞은듯 멍한 표정으로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소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소윤이 씩씩거리며 탁자위에 놓여져 있던, 주스를 한번에 꿀꺽 삼켜버리고는 손등으로 입술을 슥 문질럿다.
"난 돼. 절대로. 돼."
"아니요. 전 거절해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요."
"어째서지?"
"저희 아버지의 바램이고! 저희 조상님들을 죽어서 면목없이 뵈고싶진 않으니까요."
"늙은이들이나 하는 말은 집어치워. 죽으면 그냥 끝인거야. 끝."
"아저씨!"
"왜. 꼬맹이. 어차피, 너. 미성년자라 혼인신고도 아직 두 내외분들 허락 안떨어졌어.
단지, 내새우기용 결혼식이란 말이야. 그냥, 니 덕분에, 몇달만 그래 최대 1년정도, 이러고 산다고 하자.
그럼 난, 니가 아버님이라고 살랑거렸던, 그 영감님 밑으로 조용히 다시 돌아갈 수 있고, 내가 뺏겻던 카드!
그래 그거. 그것도 되돌려 받을 수 있어. 그 사이에 너만 없어지면되."
제하가 거친숨을 몰아쉬며, 자기 할 말은 다했다는 듯이 숨을 고르어 낸다.
소윤이 허탈한 눈빛으로 제하를 쳐다본다. 모든게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왜 자신이 몇일 전 결혼을 피하려 가출을 시도했으며, 그런 불경스러운 일까지 당하고, 자신이 전기충격기로 때린 남자가
남편인거에 공포감을 느끼며, 그 무겁고 답답한 옷들을 몇벌씩이나 끼워 입었는지, 왜 곰인형은 또 그렇게 되서
잃어버릴 뻔 했는지에 대한 이 모든것이 허무해진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니… 이건 그와 그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란 말이다. 아니, 관계는 단지 지금 동거대상일 뿐.
그것도 양가 부모님의 의논과 협의 아래 이루어진. 아주 합법적인 '동거관계'란 소리였다.
소윤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래요…, 알았어요"
"말이 통하는 군. 앞으로 오늘처럼 이런 일은 만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래요…,먼저 들어갈게요. 내일부턴 학교 나가야 해서요"
"그래."
.
'니 남은 여생을 이런 식으로 허비하기를 원하는 건가?'
'네! 그래요. 원해요. 그러니까 인혼은 절대 안돼요' 소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소윤이 허탈한듯 몸을 소파로 늘어 뜨릴땐, 옆에서 부축여 줄 뻔 했다.
곧 쓰러질것만 같이 위태로웠기에, 그렇게 말을 내뱉고도 마음이 편할 리 없는 제하였다.
'하, 정말. 쬐끄만게 정말 걸리적 거리게 하는군.' 하는 생각을 하며, 얼굴을 베계속으로 파묻어버린다.
소윤 또한 그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유리창이 달빛을 받아 은은한 느낌이 이불위로 스쳐왔다. 소윤은 눕혀있던 몸을 살며시 일으켰다.
눈물이 한방을 또르르 흘러 떨어졌다. 하얀 이불에 소윤의 눈물이 물감처럼 천천히 번져왔다.
소윤은, 그의 그런 말을 당해내기에 너무 약했다. 어떻게 살든 지금은 그와 살아야 할때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분을 실망 시켜드릴 수는 없었다. 그와 헤어져도 자신이 먼저 해야 하고,
혹시나, 정이 생기더라도 강하게 털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소윤은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그와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꼭 그러리라 맘을 다 잡으며 주먹을 꼭 쥐었다.
'지소윤, 원하긴 뭘 원한다는거야!' 아까전 자신 또한 소리를 지를때, 자신 또한 놀라웠다. 어떻게 규중 아녀자가 그런 막말을 할 수가 있는건지. 소윤은 '그러면 안돼지 안돼. 조신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긴장이 풀려오니 눈물이 흘러나온다. 역시 그땐 좀 무리였나보다.내가 어떻게 그에게 바락바락 달려들 수가 있었던 건지…그러나 앞으로는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했다. '강한 여자가 돼자!' 그것이 그녀의 결혼후 그 끝까지의 다짐이되었다.
.
소윤이 퀭한 눈으로 교복을 꺼내 들었다. 얼굴을 찬물로 몇번이나 행구었는데도, 눈덩이에 붓기가 빠지지 않는다.
한번 더 생각 해 보아도, 어제의 제하는 너무 낯설었다. 물론 같이 산지도 이제서야 3일째라고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말을 똑바로 하면서, '이혼하자' 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지… 정말 얄미운 남자다.
그리고 그런 얄미운 남자 때문에. 아니 그 남자의 말 때문에 모든게 허무해져 밤을 눈물로 지샌것이다.
'달칵-'
'달칵-'
소윤과 제하가 문을 열어 젓히고 나오며, 눈이 마주쳤다.
제하가 퀭 한 눈으로 소윤을 바라봤다. 교복을 입혀놓으니. 여느 여고생과 다를바 없었다.
그리고나서 소윤의 얼굴을 바라본 제하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붕어가 따로없군."
소윤이 기분 나쁜 듯 제하를 똑바로 주시했다. 제하의 복장은 아주 말끔했다. 세삼 그가 자신보다 7살이나 많다는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회사로 출근을 하는지, 잘 챙겨입은 양복과 가방을 들고있다.
"눈 아래만 안씻으셨나 보죠?, 아주 아주 쌔~까맣네요!"
"큼."
그러면서 소윤은 곧바로 현관에서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곧이어 제하가 신발장 앞에 가만히 서서 '어제의 일은 미안하게 됬다.' 라는 표정으로 소윤에게 말한다.
물론 소윤은 그런 그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꼬맹아. 대려다 줄까?"
"됐어요. 혼자 갈거에요. 혹시 모르죠? 몇개월 잘 버티려고 절 어디다 가두어 둘지"
"…하다"
"뭐라구요?"
제하가 말을 흐리며 소윤에게 말했다. 소윤은 제하를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제하는 어색한 표정으로
무안한듯 손짓을 해보인다.
"그러니까… 어제, 소리지른거 미안하다고"
"알겠어요."
"너는"
"제가 뭐요?"
"넌 사과 안하냐?"
"제가 사과 할게 뭐가 있는데요. 소리 지른 그쪽이 사과하는건 당연하죠. 안그래요? 그리고
관심꺼달라고 하시던 분이 아침부터 데게 말 많으시다."
"씨끄러. 학교 가야지 꼬맹아."
제하가 먼저 신을 신고 획 나가버린다. 소윤은 아주아주 얄밉다는듯이 나쁘지 않은 눈빛으로 흘겨보고는
제하의 어색한 표정을 다시 회상하며, 씩 웃었다.
차를 타고 이제 곧 출발하려던 제하를 막아선건 소윤이었다.
소윤은 다행이라는 듯 회심의 미소를 씩 지으며 제하의 옆좌석 문을 열었다.
"아저씨. 학교 대려다 주서야죠. 저 이쪽 지리 몰라요"
"그래. 그런데 말이야. 뒷좌석에 앉아주면 고맙겠군."
"싫은데요?"
"뭐?"
"어차피 어떤 관계도 아닌데, 앞좌석 뒷좌석 따로따로 자리매김 할 필요 있으세요? 그냥 여동생 하나 대리고
다닌다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그래도."
"아 몰라요. 아저씨나 저나 지각 하겠어요.빨리 출발이나 하시죠?"
제하는 어쩐지 자신이 오늘따라 소윤에게 휘둘리는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소윤과 제하는 차 안에서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하마터면, 소윤을 내려다 줘야 할 곳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하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신호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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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문을 닫아주고, 멀어져가는 그의 흔적을 쳐다보며 드디어 참아왔던 숨을 몰아 내쉬었다.
차안은 소윤에게 치명적인 독과도 같았다. 그의 향이 너무나도 짙게 뭍혀있었기에, 하마터면 그 포근함에
또 한번 잠이 들 뻔 했던것이다. 소윤은 자신이 그에게 잘도 받아치며 그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음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왠지, 당하다가 한방 먹인 기분에 약간은 상쾌한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번엔 잘했어. 앞으로 이렇게 팍팍 받아치는거야. 지소윤 아자!'
라고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이제부터, 새롭게 다니게 될 학교를 돌아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벚꽃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학교였다.
그리고 그아래 담배연기가 피어 오르는것도. 왠지모를 오묘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듯…이 아니었다.
신성한 학교에서 담배라니.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예전에 자신이 있던 학교에선, 절대
저런 것들은 하나 하나 잡아다가 (물론 경호원언니들이) 잘 충고 했었다. 경호원 언니가 지금은 없으니.
'선생님께라도 알려야겠어. 어떻게 학교에서 저런짓을!'
이라고 생각을 마치며 쳐다보고 있던 곳에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사실은 아주아주 무서워서였지만…
"거기 너…"
뒤에서 들려오는 뭔가 모를 싸늘한 오오라를 담고있는듯한 목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소윤이 몇걸음 움직이던 발을 땅에 심어 놓은듯 딱 굳은체 멈춰섰다.
그리고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로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담배를 물고 삐딱하게 서서 '난 불량학생입니다' 라는 로고라도 달고 있는것 같은 아주아주 건방진 모양세였다.
소윤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저 말인가요?"
"그럼, 여기 너말고 또 누가 있냐?"
"음… 새도 있고, 학교도 있고, 또…아 돌맹이도 있네요~ 어, 저기 예쁜 벚꽃 나무도 있다!"
라는 말을 내뱉으며 소윤이 뒤로 한걸음 한걸음 물러나 냅다 달렸다.
그는 황당한듯 물고있던 담배를 떨어뜨리고는, 그녀를 가르키며 소리질렀다.
"거기안서! 야!"
"서라고 하면, 누가 선데요?"
라며, 영화나 드라마 속 나오는 추격신 명대사를 내뱉으며 소윤이 혀를 살짝 내밀고는 학교 건물안으로
쌩. 들어가 버렸다.
"잉? 지안아 여기 서서 뭐하는거야?"
여느 여자아이 못지 않게 귀여운 외모를 간직한 또다른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리를 질러대는 지안을 향해 물었다.
그의 앙증맞은 입술 속에는 지안과는 다르게 막대사탕 하나가 꽂혀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또다른 남학생이 한숨을 훅- 내어쉬고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귀여운 그의 어깨에 손을 턱 얹히며 말한다.
"우리 지안이가, 운명의 상대를 만났나 보군"
"아~ 그래서 저렇게 큰 소리로 부른거야?"
"그렇지. 그렇지."
"아…지안이의 사랑표현은 쬐끔 무서웡."
지안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런 그 둘을 쳐다보더니 꺼져가는 담뱃불을 발로 더욱 비벼댄다.
마치 소윤을 그렇게라도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당장, 저기집애 찾아다가 내앞에 대려다 놔."
"왜? 고백하게?"
"음, 그럼 꽃을 준비해야겠군. 그건 내가 준비하지. 평소 잘가는 꽃집이 있다네."
"아아악! 이것들아! 저 기집애가 우릴 꼰대한테 꼬지르러 갈려 한다니깐? 그러니까 입을 막아야지 입을!"
"첫만남부터 입맞춤을 하겠다는 군."
"히잉. 지안이 너무 거칠어잉~"
"아아아아아악!"
남은 그 둘의 반응에 지안은 비명을 꾁 질러대며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 뜨렸다.
둘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안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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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찾아온 교무실. '아아, 역시 첫시작은 떨리는구나' 라며 긴장된 얼굴로 교무실 문고리를 잡았다.
밖에선 지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순탄한 생활은 못될것 같다 판단이 서는 소윤이다.
"어서오렴, 니가 지소윤 이니?"
담임은 여자였다. 소윤이 하하, 웃으며 꾸벅 인사했다.
"네, 오늘부터 입학하게 된, 지소윤 이라고 합니다."
"그래, 결혼했다지?"
"네?"
'선생님이 알고있다?'소윤은 당황한 얼굴로 선생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이 싱긋이 웃으며, 소윤의 신상기록이 되어있는 교무수첩을 쳐다보고는 다시 소윤과 눈을 마주친다.
"어때. 결혼생활은 힘들지 않아?"
"아… , 하하, 얼마 되지도 않았는걸요"
"그래? 결혼생활과 학업생활. 둘다 힘도 들텐데. 열심히 할 자신 있지?"
"네? , 아. 물론이죠. 헤헤"
다행이었다. 선생은 참 인정이 있어보이는 분이셨다. 소윤은 마음이 놓이는지 빙긋이 웃으며.
열심히 하리라 말하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른 몇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결혼생활 하는 사람으로서 대화를 하는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소윤이었다.
물론. 말만 결혼이지만…
"그런데, 니가 결혼했다는 거.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면 별로 좋진 않을거야."
"네?"
"그냥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몇몇 안됀단다. 다들 거리감을 두고 널 경계하며,
널 배척하게 될 수도 있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지. 니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경호원들이 지켜줬다지만,
여기선, 결혼까지 한 널, 파장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선 경호원을 때어놓는 조건아래 받아들였단다."
"아…"
'그래서, 언니들이 더이상 …'
"그러니, 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결혼에 ㄱ자도 꺼내면 안돼. 알겠니?"
"주의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래, 좋은 마지막 고등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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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탓에 숨이 막혀옴을 느낀다. 소윤은 다시한번더 숨을 고르어 내려 시도한다.
그러나, 교탁 앞에선 소윤은 또 한번 숨이 막혀와. 말을 꺼내지 못하고는 고개만 꾸벅 숙였다.
선생님이 아까전 까지만 해도 말 잘하던 소윤의 반응에 '하하' 웃으며, 직접 그녀를 소개 시켜줬다.
소윤이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약간은 질투어린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그들의 말소리는 뚜렷하게 들려오지 않는 소윤이다. 선생님이 지목해준 자리로 걸음을 한걸음 두걸음 옴길때마다
뻣뻣한 몸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강지안, 차연우. 민호준 이것들 어디갔어?"
"……."
학생들은 죄다 모른척 선생님의 시선을 외면해 버리고는 다들 다른쪽을 쳐다본다.
선생님은 인상을 찌푸리며 '어쨋든. 오늘 하루도 수업 잘들어.' 라는 말을 남긴체 휙 나가버린다.
"지소윤? 이름 예쁘다. 어디에서 전학왔어?"
"그학교는 어땠어 괜찮았어?"
"배고프지, 이거라도 좀 먹을래?"
라고 말하며, 남학생들이 몰려오고, 그 뒤를 이어 여학생들의 독기어린 질타가 이어졌다.
"아 왠 기집애가 와서 물흐리네"
"저것들 봐라. 완전 짐승들."
"신경끄자, 저런것들이 나중에 우리의 짝이 되지 않길 빌어야지."
"우리의 짝은 단 세명. KCM뿐이라구!"
"엇, 저기봐. 지안이랑 연우 호준이가 돌아왔어."
"왠일이래니, 1교시 수업을 다 들으러 오구?"
"어쨋든 아침부터 이게 왠 영광이야~ 꺄~♡"
라는 소리와 뒤이어. 또한번 '담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윤이 바짝 긴장을 하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침부터 왠 소란이야."
"엇! 저 아이는?"
"지안이의 짝사랑녀?"
아까전 벚꽃나무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던 연우와 호준의 결론은 지안이 소윤을 짝사랑하고.
소윤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안이 소리를 지르며 발광 했다. 로 자신들의 머릿속에 자리매김 해놓았던 것이다.
호준의 말에 모두가 경악한듯 소윤과 지안을 번갈아 본다.
"너. 이 반이었냐?"
"하, 하하. 안녕 오늘 전학왔어. 담배소년 니가 부르던 새랑 학교랑 나무랑 돌맹이는 찾았니?"
소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안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소윤에게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긴 속눈섶을 가진 그의 얼굴이 소윤의 시야에 한가득 담겼다.
지안이 소윤의 귓가에 입을대고는 작게 속삭였다.
"죽을 준비해라. 날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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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알싸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죽을 준비하라는 그의 목소리가 소윤에게 경고하듯 울려퍼졌었지만, 더이상 어떤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연우라는 녀석이 소윤의 책상위로 사탕 하나를 놓아두고 호준과 함께 지안을 따라 자신의 자리로 앉았다.
왜 자신의 주변엔 저런 성깔 못된 애(제하, 동윤, 지안)들만 걸리는지 알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편안한 삶은 역시 그른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질투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몇시간 뒤. 그가 했던 말과. 자신의 귓가에 왜! 하필 자신의 귓가에! 그것도 그 많은 여학생들이 있는 한 가운데
그런 '마치 사랑스러운 연인처럼' 행동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퍽-'
한번도 당해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 보는 여학생. 아니, 자신보다 나이도 한살 많아보이는.
아마도 3학년 선배 인듯 싶었다. 그런 그녀가, 소윤의 책상을 차버린 것이다.
"야 이 기집애야. 글이 눈에 들어오니? 앙?"
"왔으면, 암젼하게 생활하다가 조용히 졸업해야 될거 아니야!"
3명정도로 보인다. 소윤은 당황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학생이 해서는 안될 염색을 그녀들은 하고있었고,
왠만하면 모두 교칙 위반으로 가지고 있는 교복규정도 그녀들은 어기고 있었다.
말그대로, 정말 정말 무서운 언니들이었다.
"왜 그러세요…"
"왜 그러긴, 뭘 왜그래? 이 여우같은 기집애가. 그걸 몰라서 물어?"
"야야,"
"아 왜그래"
막 소윤의 머리를 잡아채려던 그들이 귓속말로 뭔가를 주고 받는 듯 하더니, 지안이 있는 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소윤에게 다가가 볼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따라나와. 여기서 꼴갖잖은 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아…"
어느 누구도 도와주는 이 하나 없었다. 그녀들의 말에 소윤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소윤은 힐끔 지안과 연우 호준을 바라봤다. 지안은 그 상황이 아주아주 재미있다는듯이 바라보고만 있었고
연우와 호준은 관심따위는 없다는 듯이 둘의 대화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결국 끌려 나온 불량아들의 놀이터, 뒷마당.
"넘볼걸 넘봐야지. 말이야."
"저,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본데…"
'쫘악-'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소윤의 뺨이 세차게 돌아갔다. 소윤은 이제곧 펑펑 울지경에 이르렀다.
학교 첫날부터 이상한 남자를 만나질 않나, 그 남자 때문이 이런 알지도 못하는 여학생들에게 뺨을 내어주고 말았다.
아려오는 아픔속에 소윤은 부모의 품에서 나온다는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또 한번 더 느꼇다.
분명, 이런일을 당하고 가봤자. 제하 또한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터였다.
'자기가 먼저 서로에게 관심 갖지 말자 했으니깐…'
"오해는 무슨 오해? 우리가 바보로 보여?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들어?!"
"오해라구요! 정말, 정말이란 말이에요… 흐아아아아앙"
사실 그들이 나가자마자 뒤를 따라온 지안이 멀찍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팬클럽이다. 지안을 보호한다. 이런 구호를 외치면서, 오만 선물을 다 가져다 받치는 3학년 여학생들이
처리 하기는해도, 약간은 꺼림칙한 느낌에 따라 온것이다. 사실, 선생한테 걸리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소윤의 얼굴이 그들의 손찌검에 의해 세게 돌아갔다. 이때쯤 슬슬 나아가 볼까 하던 지안은 그녀의 아이처럼 우는 모습에
자신또한 당황하고 말았다. 애처럼 우는 소윤을 얼른 저자리에서 빼내와, 그들을 다그치고 소윤을 다독여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서 지안은 그리 하기로 마음 먹었다.
"누님들, 이제 그만 하시죠?"
"어머, 지안아? 괜찮니? 이렇게 무례한 기집애를 그냥 보네도"
"물론이죠. 그 뒤는 제가 처리할게요. 조금 있다. 학생회 실에서 뵙죠"
"그래~ 지안아 유은이랑 기다릴게!
이 기집애야. 넌 운 좋은줄 알아."
"확, 그냥"
갖가지 욕설을 소윤에게 내뱉으며 지안을 향해 눈웃음을 흘리고는 하나둘씩 나가버린다.
지안이 다가와 주저앉아있는 소윤의 발을 툭툭 건드린다.
"야. 야. 괜찮냐?"
소윤이 눈물 그렁한 얼굴을 들어올린다. 경멸한다는 표정으로 지안을 올려다 보던 소윤이 벌떡 일어났다.
지안은, 약간 미안한 마음에 눈을 돌리고는 말한다.
"그러게, 아까 내선에서 끝냈으면…"
'쫘아악-'
"치졸한 자식. 너 때문에 왜 이런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아는 척 하지마."
"하하, 나도 너 아는척 할 생각 없거든? 근데, 내 뺨 때린건 용서가 안되네."
"그래? 그럼 너도 한대 쳐! 치라구!"
소윤은 이젠 그냥 막나가는거다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뺨을 내밀었다.
소윤의 뺨은 이미 그들에 의해서 붉어져 부어 올라 있었다. 지안은, '아오' 하며 스스로 소리를 빽 질러댔다.
"양호실에나 가라."
"상관마."
그러고는 지안은 멀어지는 소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봤다.
계속해서 자신이 미안해 지는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하자.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담배 한개피를 길게 뽑아 문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흰 담배연기가 몽롱하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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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백만년 가약 4편 끝-
안녕하세요! 까까사와 입니다!.
뭔 하루 몇시간이 이렇게 긴 스토리로 나아가는지 (ㅠㅠ) 빠른 진행을 원하지만, 잘 되지 않네요 ㅠㅠ
너무 느린것 같아요 ㅠ_ㅠ.
오늘도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더 분발하는 까까사와 가 되겠습니다!
파이팅!
첫댓글 ㅠㅠ헝헝 ㅠㅠㅠ저못대처먹은녀자세명들 ㅠㅠㅠㅠㅠㅠㅠ아짜증나 ㅠㅠ소윤아힘내 ㅠㅠㅠㅠㅠ
지안이가소윤이좋아하나바요> 3 <꺄~ 아졍말재밋쎠요 ㅠㅠㅠㅠ아진짜 소윤이는남자복도많네 ㅠㅠㅠ흑흑흑 ㅠㅠㅠ
ㅠㅠㅠㅠㅠ담편어서어서보고시퍼용 ㅠㅠㅠ어서어서연재 ㅠㅠㅠ아재밌땨재밌뗘
'FOR가약'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