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조선족자치구의 주요도시 중 하나인 훈춘시는 탈북 '루트'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두만강만 넘으면 곧바로 중국이다.
강폭이 좁아 겨울이면 걸어서도 강을 건널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훈춘시는 조선족과 탈북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꽤 오랫동안 진화해왔다.
시내 외곽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북한의 공식 파견 근로자만 7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탈북민까지 합하면 인구 25만 명의 훈춘 인구 중 북한 출신이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훈춘으로 넘어오는 탈북민들을 엄중 단속했다.
대규모 난민 유입을 우려해서다.
2008년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 조선족 출신 훈춘시 관계자는 '탈북민을 송환하는 버스를 몰고
북으로 들어갈 때가 가장 괴롭다'고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얼마 전 찾은 훈춘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고려수지라는 북한식 한의원까지 있을 정도다.
좃건유화도 심심치 않게 거래된다.
중국 옌변대는 올해 말께 훈춘에 캠퍼스를 열고, 소프트웨어.물류.관광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학생들 중 적어도 절반은 북한의 우수 인재들로 체워질 전망이다.
10년이란 세월을 간격으로 달라진 훈춘 얘기를 꺼낸 건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폭스뉴스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 떠올라서다.
문 대통령은 탈북민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남북통일의 마중물이나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훈춘, 영안 등 조선족 자치도시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지원단체들에 전화를 돌려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교 역할을 하겠지만 한국민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라는 게 보다 정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지원단체 관계자는 '약 3만 명에 달하는 새터민이라 불리는 한국의 탈북자들은 차별을 감수하지 않으려 대부분
신분을 감추고 산다'고 했다.
자유를 찾아 떠난 탈북과 범죄자들의 탈북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사후 관리도 어렵다고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가교' 얘기를 환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