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는 돈·명성 아닌 가치·신념
훌륭한 리더는 '창업의 목적' 알려주고 조직원들이 그 속에서 긍지 갖게 해야'
왜'를 부활시키며 부활한 디즈니
"돈벌이보다 즐거움·재미가 우선돼야" 디즈니 설립 정신 직원들에게 일깨워… 장기적으로 이익… 침체서 再建 일궈
-
-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리더십의 요건] ①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의 '왜'
사이넥〈사진〉씨는 원래 포천 500대 기업 중 몇 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성공적인 마케팅 전문가였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일터에 가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는 그 사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저는 행복해야 했거든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돈도 잘 벌렸고, 매우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일하는 게 행복하지 않은 건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했어요.
제 인생에서 정말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다가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너 괜찮은 거니?'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때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괜찮지 않다는 이야기를 터놓고 하게 됐고, 그런 대화를 몇 차례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가진 문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나는 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하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책에 쓴 '골든 서클'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저의 새로운 '왜'가 됐던 겁니다."
-
'왜' 일하는지 몰라 방황
그를 만난 건 식료품 가게 위층 허름한 식당 겸 카페에서다. 그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왜'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 원래 처음 시작한 본래 뿌리에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왜'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조직원들에게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겁니다. '왜'를 계속 유지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으로는 훌륭한 리더를 가지는 겁니다. 훌륭한 리더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자'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죽고, 마이클 아이스너가 뒤를 이어받은 뒤 디즈니는 성장과 몸집 키우기, 지배력에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잃어버리게 된 것은 '핵심'이었지요.
밥 아이거 현재 회장은 재임 직후 '과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사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디즈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디즈니의 설립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살펴본 뒤 원래 디즈니가 추구하던 '왜', 즉 '재미'와 방향이 맞지 않는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왜'와 맞지 않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리더십에서 가장 훌륭한 점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단순히 그것이 '훌륭한 비즈니스 기회'라는 것에만 기반을 두지 않고, 그것이 디즈니의 '왜'와 방향을 같이하는 것인지에 항상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디즈니처럼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경우엔 회사가 여러 방법으로 '왜'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왜'를 전달해 주는 많은 문서가 있을 겁니다. 또 '왜'가 생생하게 작동했던 당시에 근무했던 사람들, 창업자와 가까웠던 이들, 아직 '왜'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가서 우리 회사의 잃어버린 '왜'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는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돈이나, 명성이나, 운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념입니다. 100명 중 99명의 확률로, 사람들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중 가까운 다른 이들과 고민을 나누다가 같이 회사를 만들게 됩니다. 그들이 처음 창업을 하게 됐던 근원을 찾아야 합니다."
'왜'로 다시 돌아간 디즈니
―디즈니 외에도 '왜'를 잘 지킨 회사 사례를 든다면요?
"아웃도어 회사 파타고니아도 좋은 예입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자신이 처음 시작한 목적과 '왜'에 매우 충실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기보다 자연과 교감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중요한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죠. 요가복을 만드는 캐나다의 룰루레몬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또 코스트코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언제나 '사람'을 가장 앞세웁니다. 하지만 그들은 월스트리트를 무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경제적 논리는 언제나 직원들의 복지에 쓰는 돈을 줄이기를 강요하고, 고객보다 먼저 주주에게 신경을 쓰도록 강요합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고객을 주주보다 우선으로 했고, 직원들을 우선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느냐고요? 그들은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률에서 GE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넥씨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도 '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회사들이 제시한 '무엇을'을 보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왜'에 마음이 동해 구매한다. 제품 설명서에 아무리 좋은 스펙이 나열돼 있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머리로 구매하지 않고, 가슴으로 구매한다.
사이넥씨는 이런 메커니즘을 뇌의 진화에서 찾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서 마지막으로 출현한 영역은 신피질이다. 그가 주장한 골든 서클의 '무엇을'에 해당한다. 골든 서클의 가장 안쪽 부분 즉 '왜'는 변연계(邊緣系)를 구성한다. 변연계는 신뢰와 충성심 따위의 모든 감정을 담당한다. 사람은 변연계에 의해 일단 결정을 한 다음 단계에서야 신피질 수준에서 상세 정보를 검토한다. 따라서 종업원이든 소비자든 사람을 설득하고 신뢰를 심어주려면 '왜'에서 출발해야 한다.
"카리스마는 에너지와 관련이 없습니다. '왜'의 명료함에서 나옵니다. CEO의 임무는 '왜'의 전형을 보여주고, 조직에서 '왜'가 줄줄 흘러넘치게 하는 겁니다."
'왜'를 잃어버린 소니
―'왜'를 잃어버린 회사를 꼽는다면요?
"소니가 떠오르네요. 소니도 처음엔 '왜'에 집중해서 시작한 기업이었습니다. 창업자 아키오 모리타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베풂, 공헌, 그리고 일본산(産) 물건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몸집이 커지고 아키오 모리타가 작고하고 나서 소니는 몸집 키우기와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니는 한때 전 세계 혁신의 선두 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소니는 그저 많은 전자기기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왜'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건 삼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문을 돌렸다. "우리는 삼성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삼성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애플 마니아'임을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그들은 애플의 로고를 차에 붙이고, '나는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을 과시하려 합니다. 반면 삼성은 그저 또 하나의 회사나 브랜드로 취급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삼성의 '왜'가 기업 내에서 충분히 소통되지 못하거나, '왜'가 뚜렷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워합니다.
"그게 바로 훌륭한 '왜 타입'의 리더가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하는 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기쁨과 보람을 갖고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도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세우겠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습니다. 창업자들이 그리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를 바탕으로 창업한 겁니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조직에 속함으로써 보람과 의미,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요건] ②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
'상대방 신발 신어보는' 마음으로 他人과 대화… 사회적 협동성 늘어나
크르즈나릭씨는 이웃에게서 얻었다는 방울 토마토와 직접 끓인 수프를 내왔다. 부엌 식탁에선 유리문을 통해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였고, 고양이가 이따금 다가와 재롱을 피웠다.
-
-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이제까진 많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습니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에 기반해서 살아왔지만 이젠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에게 웰빙을 가져다줄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우리에게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요즘 저는 거의 매일 전 세계에서 강연 요청 메일을 받고 있어요. 왜일까요? 공감은 협동을 가능하게 하고, 팀워크를 원활하게 만들어 조직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연민은 어떻게 다른가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영미권에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본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동정은 그저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거예요."
노숙자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대화입니다. 대화는 편견을 넘어서 타인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게 하는 시발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배달하러 오는 사람이나, 당신이 빵을 사는 빵 가게 주인 등과요. 고용주와 고용인이 갈등 관계에 있을 때 그들이 각각 상대방이 한 말을 한 번 더 되풀이해서 따라 하는 것만으로 갈등의 양상이 줄어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 짧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옥스퍼드 뮤즈'에선 100여명의 기업인이 100여명의 노숙자와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가장 용감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같은 문제를 놓고 일대일로 이야기해 보는 겁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2주 전에 대형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 캠페인에 참가한 수천 명의 사람이 다 함께 닷새 동안 단지 1파운드로 생활을 해 보기로 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구 상엔 10억명이나 됩니다.
셋째는 제가 '팔걸이의자에 앉아서 공감 능력 키우기'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다른 문화권과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혹은 다른 세대에 대한 공감도요. 한국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감독)이 제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텍스트였던 것처럼 말이죠. "
―학교는 어떻게 공감 능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저는 공감도 학교에서 하나의 교과목으로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감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 지수의 핵심일뿐더러 창의력을 키워주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감 능력 기르기 교육은 캐나다에서 시작됐습니다. '공감의 뿌리'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그 방법은 아주 훌륭해요. 교실에 아기를 데려오는 거죠. 그럼 5~10세쯤 되는 학생들이 아기 주위에 둘러앉아서, '아기가 왜 울지?' '왜 웃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겁니다. 즉, 아기의 신발을 신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 봅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그 학생은 어떤 느낌이 들까?' 같은 식으로 말이죠. 효과는 놀라웠어요. 공감 능력과 사회적 협동성은 증가했고, 학교 폭력과 따돌림은 줄어들었어요. 저는 학교에서 이런 교육 방법이 정규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을 할 때 감정적이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공감엔 감정적 공감, 그리고 인지적 공감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감정적 공감은 물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지적 공감은 타인이 느끼고, 요구하는바, 타인의 입장을 정말로 이해하는 속성입니다. 인지적 공감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올려줍니다."
[리더십의 요건] ③ 바버라 켈러먼 교수의 '존중'
존중할 때… 팔로어는 헌신한다
팔로어들 힘 세지고 독립적으로 변해…명령하는 리더는 더이상 설 자리 없어…상호 신뢰 쌓아야 열린 마음으로 협력
2007년 미국 사업가 밥 채프먼씨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작은 포장용 기계 회사 헤이슨샌디어커를 인수해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을 면담하고 충격을 받았다. 27년간 공장에서 일한 한 직원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그 직원은 "제가 진실을 말해도 내일 출근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직원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바버라 켈러먼 교수
"사장님, 가끔 출장을 갔다가 공장에 다시 돌아오면 자유가 몽땅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계속 따라다니며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요.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고, 퇴근할 때마다 출퇴근 카드를 찍어야 합니다. 집에 전화할 때도 공중전화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부품 창고는 자물쇠가 채워진 창고에 보관돼 있어서 사용할 때마다 담당 직원에게 열쇠를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채프먼 사장은 곧바로 인사팀장을 불러 출퇴근 시간기록계를 없애고, 직원들 모두 언제든 회사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창고 문을 개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마치 한집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채프먼이 즐겨 쓰는 용어로) '머리와 가슴'을 모두 헌신할 수 있었고,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사이먼 사이넥씨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 나오는 일화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함을 느끼면, 긴장이 이완되고 열린 마음으로 신뢰하고 협력하게 된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에선 안전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 회사에선 협박, 망신, 고립, 바보가 된 기분, 무력감, 배척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급선무가 되고, 뭔가 창의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조직 '내부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면, '외부 위험'에 대한 전체 조직의 대처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직원들이 더욱 이기적이게 되고, 서로에 대해, 회사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는 얘기다.
바버라 켈러먼
〈사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사이넥씨와 다른 근거로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과거엔 의사가 환자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주면 환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환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다음 '왜 당신은 나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준 건가요? 파란 약이 더 효과적이라는데요'라고 따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점점 과거와 같은 통제형, 전제 군주형의 리더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그는 이런 변화에도 기존 리더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리더십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미국 의회엔 입법자들이 535명이나 있지만, 의견 일치를 이루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만 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 못지않게 팔로어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왜 많은 사람이 리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걸까요? 리더는 팔로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미국에선 시민 윤리라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과목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리더가 되는 방법만 배우려고 하고, 아무도 팔로어십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리더십 시스템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①리더 ②팔로어와 다른 플레이어(시민단체, 언론 등) ③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그것이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십을 논할 때는 이 세 가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리더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리더십을 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나를 따르라" 대신" 왜냐하면" 을 말하라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나를 따르라" 대신" 왜냐하면" 을 말하라
세계적 전문가 3인이 꼽은 '리더십의 요건'
'무엇을' '어떻게' 아닌 '왜'에서 출발을… '왜 이 일을 하는가' 가치관 공유해야
21세기는 리더와 팔로어의 힘 역전돼 공감하고 존중… 명령 아닌 제안해야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美해병처럼 사리사욕을 희생해야 진정한 리더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話頭)는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영화 '명량'에서 나타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겸양의 리더십에 감동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리더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승객 475명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 사후 수습에 우왕좌왕했던 정부와 정치권은 실패한 리더십의 전형(典型)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위클리비즈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세 명을 만나 '21세기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들의 답변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왜라고 묻는 것', '공감', '존중'이 그것이다.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씨는 리더의 존재 이유를 '왜(why)'에서 찾는다. 리더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뚜렷이 정의하고, 조직원들과 끊임없이 공유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주 많고, 많고,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리더가 비전에 대해서 조직원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많은 간부가 자신이 이것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비전을 자주 이야기하지요. '우리의 비전은 큰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업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라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비전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단순히 금전(gold)일 뿐입니다. 비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그 비전이라는 것은 '만약 우리가 성공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라고 종이에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
-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리더의 가장 큰 자질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비전을 가장 잘 제시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조직원들이 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회사에 나와야 하는지, 왜 자신들이 그러한 비전을 구축해 나가는 데 동참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담아 2009년 TED에서 한 강연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전 세계 850만명이 시청하게 한 그의 웅변이 뉴욕의 한 식당에서 다시 열을 뿜었다(그는 같은 이름의 책도 펴냈다).
사이넥씨는 '왜'라는 개념을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종이에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작은 동그라미를 그린 뒤 그 동그라미를 포함하는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둘을 품는 가장 큰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린다. 가장 안쪽에 있는 동그라미, 즉 핵심이 '왜'다. 가운데가 '어떻게', 그리고 제일 바깥쪽 동그라미가 '무엇을'이다. 기업에 비유하자면 '왜'는 가치관, '어떻게'는 비즈니스모델, '무엇을'은 제품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과 기업은 '어떻게'나 '무엇을'에만 신경 씁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리드하는 것은 '왜'의 힘입니다. '왜'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영감을 북돋워주니까요.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엇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월호 선장에게는 '왜'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혼자 배를 떠났던 것이다.
올해 나온 사이넥씨의 두 번째 책 이름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이다.사이넥씨가 미국 해병대의 한 장군에게 "해병대는 어떻게 탁월한 성과를 거둡니까"라고 묻자, 장군은 "장교가 마지막에 먹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미 해병대에서는 이등병이 가장 먼저 식사를 하고, 최고 선임 장교가 가장 나중에 먹는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조직 문화다. 이 간단한 행동 속에 리더십을 보는 해병대의 시각이 깔려 있다.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사리사욕을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야말로 리더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있는 옥스퍼드시에서 만난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씨는 리더의 조건으로 공감을 들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인생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감하는 능력(Empathy)'이란 책을 이달 국내 출간 예정이다.
"세상 누구도 자신이 그저 업무에 필요한 부품이나 수치로 여겨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상사가 부하와 그 가족들의 이름을 아는 작은 일 하나만으로도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일터를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동 같은 분쟁 지역에서도 분쟁을 끝내는 방법은 적으로 마주한 이들이 서로를 알고, 어울리게 하는 겁니다. 상대편이 괴물이 아니라, 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적대감과 공포가 줄어드니까요."
뉴욕에서 만난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리더십의 종말'을 주장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다. 리더십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리더와 팔로어(follower)의 힘의 역학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남편은 아내를 지배해야 마땅하며, 아내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아내는 상대적으로 힘이 세지고 남편은 약해졌다. 리더와 팔로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만 해도 리더가 지배하고 팔로어가 순종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팔로어들은 기혼 여성들처럼 더 힘이 세고, 더 강하고, 더 독립적으로 변했다. 따라서 리더는 그저 명령만 해서는 안 되고, 팔로어를 존중하고 따라올 것을 제안하고 권유해야 한다고 켈러먼 교수는 말했다.
'왜'와 '공감', '존중'은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강론에서 자주 하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이란 선물이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은 '왜'를 이야기한다. "거지들에게 동냥을 줄 때 그 사람의 눈을 봤는지요? 아니면 손이라도 잡아봤는지요?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것이 그들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라는 말은 약자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다름이 충돌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성의 선물이 될 수 있게 하자"는 말은 차이에 대한 '존중'을 말한다.
통치자는 백성을 믿고 말을 아껴야… 스스로 이루도록 이끌어라
[지상 강의] 老子에게 배운다… 최진석 교수의 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下)
자신의 잣대로 판단 말라
리더가 조짐을 읽는 능력이 있으면
정해진 것을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 참여 이끌어 낼 수 있어
잔소리를 줄여야
성취와 功은 백성들에게 돌려야
功을 이루게 이끌어 줬으면
리더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
-
- CBS 제공
최진석(55·사진)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강의한 '노자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내용을 지난주에 이어 소개한다. 최진석 교수는 베이징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저서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인간이 그리는 무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등이 있다.
길거리에 귀걸이를 하고 옅은 화장까지 한 채 마치 여자처럼 꾸미고 지나가는 젊은 남자를 봤다고 하자. 매우 낯선 풍경이다. 여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대개는 '좋다' 아니면 '나쁘다'고 판단할 것이다. 만약 이 정도에 그쳤다면, 미안하지만 리더의 자격을 아직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리더는 '조짐'을 읽는 사람
리더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가치관이나 신념, 자기 취향에 따라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현상이 반영하는 맥락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새로운 풍경을 '조짐' 혹은 '신호'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좋다' '나쁘다'는 자신에게 이미 있는 이념이나 신념을 근거로 할 뿐이다. 신념에 맞으면 '좋다' 하고, 맞지 않으면 '나쁘다' 한다. 정치적 판단의 전형이다. 이런 판단이 많으면 이념과 신념들 사이 충돌만 있지 화해는 없다. 제3의 창조는 불가능하다.
조짐을 읽으려면 질문해야 한다. 전에는 없던 일이 지금 일어났다면 도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해야 한다. 이 궁금증이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다.
조짐을 읽는 더듬이는 '질문'
리더는 질문이라는 덕목에 유념해야 한다. 대답이라는 건 이미 있는 지식이나 이론을 흡수한 다음, 누가 요구할 때 그대로 다시 뱉어내는 일이다. 이때는 누가 많이 혹은 원형 그대로 뱉어낼 수 있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대답을 할 때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오직 지식이나 이론이 지나다니는 통로나 중간역일 뿐이다. 반면 질문은 궁금증이나 호기심 즉 자신의 욕망이 튀어나오는 행위다. 질문할 때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신념이나 이념의 맹목적인 지배를 받거나 지식이나 이론의 전달자 혹은 수용자로 남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하는 궁금증의 주인, 욕망의 주체로 등장한다. 여기서 인문적 통찰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업가는 경계에서 결단하는 존재
기업가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있다. 자신의 의사 결정이 승패를 바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니 생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생사의 경계에 있는 유일한 직종이다. 공직자, 정치인, 교수에겐 이 정도 긴장감은 없다. 경계에 서 있다는 건 어느 한 편에도 의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모든 이념과 신념은 모두 한 편에 서는 것들이다. 기업가가 경계에 있다는 말은 바로 어느 한 편에도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념이나 신념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특정한 기준이나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사람은 경계에 서서 고도의 불안을 감당하는데, 이 불안이 그 사람을 예민하게 유지해 준다. 이 예민함이 바로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더듬이'가 된다. 지식, 감각, 경험, 욕망, 기억이 한 덩어리로 폭발해 나오는 통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다. 이 더듬이는 매우 성숙한 상태의 자유이자 자발성이다.
우리가 차근차근 축적하는 모든 지적 작업은 바로 이 더듬이가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정확성을 기대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말하는 더듬이는 이미 정해진 것들로부터 제한을 받거나 지배를 받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할 때만 빛을 발할 수 있다.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리더는 기존의 지식이나 이론의 수행자가 아니라, 욕망의 자발적 발휘자로 등장한다. 바로 대답이 아니라 질문하게 되면서 조짐을 읽게 되는 것이다.
노자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조짐을 읽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있다면 정해진 것을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유위(有爲)가 아니라 무위(無爲)로서 가능해진다.
-
- 중국 취안저우(泉州) 칭위안산(淸源山)에 있는 노자(老子) 석상(石像). / 중국도교협회 제공
최고의 정치 리더십은 무위
무위는 정치 리더십에도 적용된다. 노자는 "가장 훌륭한 통치는 통치자가 있다는 사실만 안다. 그다음 단계는 통치자를 친밀하게 느끼며 찬미한다. 더 낮은 단계에서는 통치자를 두려워한다. 가장 낮은 단계는 백성들이 통치자를 비웃는 상황이다(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체제에서 백성이 통치자가 있다는 사실만 겨우 아는 건 그가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팔짱 끼고 가만히 있다는 게 아니라, 백성이 과중하게 느낄 통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치자가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으로 무장해 이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되 반드시 자기 뜻대로 하려 하지 않는다(爲而弗志)"는 것이다. 통치의 주도권이 통치자가 아니라 백성에게 있을 때 가능한 풍경이고, 이 풍경은 통치자가 백성들을 믿을 때라야 비로소 그려질 수 있다.
구성원들이 지배 권력을 두려워하고 비웃는다는 말은 구성원 자신과 지배 권력 사이가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그 구성원들은 조직의 참여자가 아니라 비평가로 남게 되면서 조직은 자체 붕괴를 시작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개인, 조직, 사회, 국가도 외부의 것들이 무너뜨릴 수는 없다. 항상 자체 붕괴가 먼저 시작되면서 외부의 침략자들을 초청하게 되는데, 자체 붕괴의 신호탄은 구성원들이 비평가 행세를 하게 될 때다.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좌우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목할 대목은 감독이 관객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이란 점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의 수준을 믿지 않으면 의도대로 영화가 읽히지 못할 걸 걱정하게 되고, 그러면 불안한 마음에 관객이 읽어야 할 내용까지 모두 영화에 담게 된다. 이때 관객이 그 영화 속으로 들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이 사라진다. 이 여백에서 감독과 관객은 충돌하고, 그 충돌이 감동을 산출하게 되는데, 여백이 사라졌다면 감동의 가능성은 당연히 말살된다.
강한 이념과 기준이 불신의 씨앗
통치자가 백성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통치자가 강한 이념이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준에 맞출 수 있는 백성은 매우 적다. 기준은 말뚝처럼 박혀 있고, 세계는 움직인다. 백성은 움직이는 세계의 표상이다. 고정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보면서, 표적이 움직인다고 불평하는 바보로 전락하는 일은 순식간이다.
가정에서 부모·자식 간 갈등도 대개 부모의 선의(善意)에서 비롯된다. 자식을 잘되게 하기 위해 부모가 가진 선의가 기준이 되는 순간, 부모는 자식이 그 기준에 부합하면 예뻐하고 그렇지 못하면 미워하게 된다. 선의로 가지는 기대와 희망이 비록 아름다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기준으로 확립되는 순간 자식에게는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말을 아끼라
그래서 노자는 "말을 아끼라(悠兮, 其貴言)"고 한다. 바로 '잔소리'를 줄이는 것이다. 잔소리는 통치자가 백성에게 지켜야 할 것으로 제시하는 이념이나 기준이다. 이것을 줄이는 일은 백성의 자발성이 발휘돼서 이루는 자율적 성취가 바로 세계 변화를 정상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일이다.
자식이 출세하고 부모에게 공을 돌리는 일은 아름답다. 하지만 거기에 자식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은 자리하기 어렵다. 백성이 공을 이루고 그것을 통치자에게 돌리는 일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런 구조 속에서는 백성 스스로 자발성과 자율성에 대한 동기가 자라나지 못한다. 성취와 공을 자식과 백성에게 돌려줘라. 리더는 공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공이 이뤄지도록 이끌어주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무위(無爲)의 리더십이다.
위클리비즈와 조선비즈 북클럽이 함께하는 지식 콘서트가 오는 27일 저녁 7시 광화문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충무공 이순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노승석 순천향대 교수·난중일기 완역자)이란 제목으로 열린다.
(02)2038-3380(02)2038-3380
교황과 잡스, 두 탁월한 리더의 공통점
- 5가지 유사한 일 스타일
① 심플디자인·가난한 교회… 혁신 방향 뚜렷하게 제시
② 일관된 모습으로 반복… 원하는게 뭔지 명확하게 해
③ 실행은 과감, 진심으로… 대충 시도만 하는건 안통해
④ 다르게 생각하기 실천… 통념을 깨는 것에서 성장
⑤ 공감받는 소통법 추구… 받아들이는 상대를 늘 생각
-
-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고수(高手)끼리는 통하는 법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티브 잡스와 프란치스코 교황도 말이다. 두 사람은 각각 2010년과 201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잡스는 CNBC, 교황은 '포천'지가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였다.
두 사람은 혁신가다. 한국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 교황에게 경영자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바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17년 넘게 스티브 잡스를 도왔던 켄 시걸의 저서 '미친 듯이 심플'을 보면 스티브 잡스와 교황이 일하는 방식 사이에 몇 가지 유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①뚜렷함과 상징하수(下手) 경영자들은 "혁신해야 한다"고만 외친다. 고수(高手)들은 그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잡스에겐 '심플한 디자인'이고, 교황에겐 '가난한 교회'다. 두 사람은 모두 취임 초부터 혁신의 방향을 단순화하고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켄 시걸은 명확함이 조직을 변화하고 전진시킨다고 말한다. 뚜렷하게 보여주는 방법의 하나는 상징을 활용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한 애플의 광고 캠페인은 스티브 잡스가 상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교황 역시 2013년 선출 당시 청빈의 삶을 상징하는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정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 어젠다가 무엇이며 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했다. 이건희 회장이 불량 제품을 쌓아놓고 화형식을 펼친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품질에 대한 그의 의지를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주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②반복과 일관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중 입국 순간부터 매일 세월호 유족을 만났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복식을 위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유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약자와 희생자 편에 선다는 걸 반복해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한다.
반복이 중요한 이유는 혁신에 일관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잡스는 제품 디자인에서만 단순함을 추구한 게 아니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회의 방식, 웹사이트 디자인과 광고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단순함의 철학을 반복했고, 일관되게 나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사제 시절에서부터 교황이 된 이후에도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영자들은 각종 행사나 인터뷰, 연설을 통해 많은 약속을 한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반복해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리더는 소수다.
③'과감'과 '진심'교황은 방한 기간 중 78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행군을 계속했다. 앉아있기보다 서 있었고, 장애인들과 약자들을 만날 때면 진심으로 어루만져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떤 일정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청은 조정을 거치지 않고 과감하게 수용했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에게 그가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신뢰를 만들어낸다.
기업에서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과감하게'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켄 시걸은 많은 기업이 애플처럼 단순화 혁신을 하지 못하는 건 조직 내 특정 영역에서만 시도하는 정도로 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혁신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스티브 잡스에게 '거의 했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가 정한 혁신의 기준은 타협 불가능했다. 과감하게 진심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혁신하는 것이 아니다.
④다르게 생각하기애플의 유명한 광고 슬로건인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정신 그 자체였다. 그는 전화와 음반 시장, 컴퓨터를 새롭게 해석해 아이폰·아이튠스·아이패드를 히트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교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는 방한을 앞두고 한 잡지 인터뷰에서 "다른 이의 믿음을 존중하고, 개종시키려 들지 말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말이 아닌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사람들을 매혹하는 것이 교회의 진정한 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무신론자에 대해서도 "그 사람만이 가진 인간성을 심판할 권한이 나에게는 없다"면서 예수를 안 믿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지옥에 간다는 의견들과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⑤인간적으로 소통하기독설가인 잡스가 인간적으로 소통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파워포인트에 글자만 빽빽하게 담거나, 뻔한 이야기로 회의나 행사에서 연설하는 경영자들과, 글씨는 거의 쓰지 않고 주로 그림을 통해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스티브 잡스 중 누가 더 인간적인 소통을 했는지.
일반 소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제품 스펙을 나열하는 것보다 1세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더 인간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언어"를 가장 인간적인 단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교황은 2013년 한 연설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해미 순교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단에게는 "공감하는 능력이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