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웰다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PART6]- 47.죽음을 대비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써 놓자
당신은
어떻게 죽고 싶은가?
“곤도 선생님은 어떻게 죽고 싶으십니까? 병원이 좋은가요? 아니면 집에서 눈을 감고 싶은가요?”
언젠가 취재 온 기자가 이렇게 물었을 때,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실은 나도 내가 죽을 때의 일을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기자에게 질문을 받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나는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는 것은 싫다. 가능하다면 내 집의 내 침대에서 조용히 죽고 싶다. 하지만 그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있을까? 아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를 먹고 쇠약해진 몸으로 혼자 죽어가는 것은 매우 쓸쓸한 일일 것이다. 다음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 : 12.4퍼센트
● 병원 등의 의료 시설에서 사망하는 사람 : 80.8퍼센트
● 노인 요양원이나 노인 보호시설에서 사망하는 사람 : 4.3퍼센트
● 전화로 통보하고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 평균 약8분
● 전화로 통보하고 의료기관에 수용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 평균 약 36분
*2009년 일본 총무성 발표
“쓰러져도 그냥 놔둘 것, 옆에 오지도 말 것”
이것은 내가 작성해서 가족에게 건네 준 ‘사전의료의향서’의 요지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죽고 싶다’는 희망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써 놓은 것이다. 밖에서 쓰러지면, 보통은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 간다. 뇌출혈이라면 의사는 머리를 열고 혈관을 클립으로 묶어 지혈한 다음 혈전을 제거한다. 심근경색이라면 심장혈관에 가는 관을 삽입하고, 막혀 있는 혈전을 약으로 녹인다.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는 경우는 기관에 관을 넣어 인공호흡기에 연결한다.
요즘 세상은 이처럼 고도의 치료술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단숨에 죽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반신불수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떠안게 된다.
재활 치료는 너무나 힘들고, 튜브나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채로 죽는 것은 정말이지 싫다. 나는 수명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처럼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바람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연명 치료를
희망하는가?
최근 사전의료의향서가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사전의료의향서란 죽음에 임박해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지에 대해, 판단 능력이 있을 때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를 ‘리빙 윌(Living Will)’이라고도 한다. 각 병원이나 기관에서 나름대로의 양식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며, 특별한 양식 없이 자유롭게 작성해도 상관없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아직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이것을 써두면 의식을 잃은 뒤에가족이나 의사에게 연명 치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튜브 영양처럼 강제적인 영양 공급은 일절 하지 않는다”라거나, “인공호흡은 1주일 동안 지속해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장치를 떼어내기 바란다”라거나,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도 될 수 있는 한 계속 살고 싶다” 등 자신이 직접 설명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되도록 구체적으로 쓰고, 가족의 동의도 받는다. 그리고 고칠 것이 있으면 매년 새롭게 고쳐 쓴다.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나도 이 자리를 빌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을 때를 대비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써보았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써보기 바란다. 그리고 가족이나 지인이 아는 곳에 이 문서를 보관하도록 한다.
곤도 마코토의
사전의료의향서
연명 치료를 절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는 오늘까지 자유롭게 살아왔습니다.
64세까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니 나답게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지금 나는 의식을 잃어가고 있거나
불러도 아주 약하게 반응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자력으로는 호흡도 거의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대로 눈을 감아도 전혀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구급차는 절대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이미 병원에 실려 왔다면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지 마십시오.
연결했다면 떼 주십시오.
자력으로 먹거나 마실 수 없다면, 억지로 음식을 입에 넣지 말아 주세요. 수액도, 튜브 영양도, 승압제, 수혈, 인공투석 등도 포함해 연명을 위한 치료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미 하고 있다면 전부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내가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
모르핀처럼 통증을 완화시키는 처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지금 내 생명을 연장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계시는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나의 바람을 들어주십시오.
나는 이 문장을 냉정하게 생각한 후에 작성했으며,
가족의 동의도 받았습니다.
연명 치료는 일절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을 여기에 맹세합니다.
20OO년 O월 O일
주소
자필 서명 (인)
증인 서명 (인)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마지막 편을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첫댓글 장시간 웰다잉에 대한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방법...잘 숙지 하고 생각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의 배려와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도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