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혹은 불안감이 높아서라고 생각하셨나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의 등교 거부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아픈 진실, 바로 '집단 따돌림(Bullying)'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습니다."
Q. 선생님,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폐 성향(ASD)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최근 들어 아이가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며 부쩍 떼를 씁니다. 원래도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라 사춘기가 오면서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해진 건지, 아니면 자폐 성향 때문에 학교생활이 버거운 건지 걱정입니다. 가끔 반 아이들이 놀린다는 뉘앙스로 말하긴 했는데, 혹시 따돌림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는 걸까요? 아이의 불안증을 먼저 치료해 줘야 할지 막막합니다.
A. 안녕하세요,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려 애쓰는 아이가 매일 아침 등교를 거부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막막하실지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의 예민한 기질이나 자폐 성향 때문에 불안감이 커진 것은 아닐까 걱정하시겠지만,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의 등교 거부는 내면의 불안보다는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라는 외부적 고통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자폐 스펙트럼(ASD)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자폐 성향이 있는 남학생의 약 85%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할 정도로, 이 아이들은 또래의 괴롭힘에 매우 취약합니다.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범불안장애(GAD)와 주요 우울장애(MDD) 증상이 훨씬 높게 나타나며, 특히 극심한 긴장감, 휴식 불가, 수면의 큰 변화나 수면의 어려움 같은 증상을 뚜렷하게 보입니다. 어머님께서 관찰하신 아이의 수면 문제와 불안은 등교 거부 아동들의 전형적인 고통의 신호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의 연령, 자폐와 관련된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 심지어 아이가 스스로 느끼는 우울 및 불안 증상조차도 등교 거부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직 '따돌림을 당하는 빈도'만이 등교 거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특히 "거의 매일" 따돌림을 당한다고 응답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교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부모에게 요구할(등교 거부) 확률이 폭발적으로 높았습니다. (실제로 등교를 거부한 아이들의 83.3%가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호소하고 잠을 설치는 것은 단순히 자폐 성향이나 불안증 때문이 아니라, 거의 매일 반복되는 따돌림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구조 요청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지금은 아이의 수면 문제나 불안 증상만을 아이 개인의 기질적 문제로 여겨 치료하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따돌림 환경 자체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아이가 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고집이나 증상의 악화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절박한 구조 요청입니다."
1. 아이의 '수면 패턴'과 '신체적 긴장' 상태 점검하기
등교 거부 조짐을 보이는 자폐 아동은 극도로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며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불안해한다면, 이를 단순한 예민함으로 넘기지 말고 학교폭력 피해를 알리는 중요한 경고 신호로 인식하여 학교생활을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2. 개인의 불안/우울 치료를 넘어선 '학교 환경' 개선 요구하기
아이의 등교 거부를 자폐 특유의 불안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불안과 우울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인 집단 따돌림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에 적극적인 따돌림 예방 및 근절 조치(학교 차원의 개입)를 강력히 요구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3. 안전한 대안 환경 고려 및 아침 등교 루틴 지원하기
학교 환경이 따돌림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면, 아이의 사회정서적 발달이 꺾이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대안적 교육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수면 장애로 인해 아침 등교가 힘든 아이를 위해 안정적인 저녁 및 아침 루틴을 확립하여 학교에 가는 과정 자체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Bitsika, V., Heyne, D. A., & Sharpley, C. F. (2021). Is Bullying Associated with Emerging School Refusal in Autistic Boys?.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51, 1081-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