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1. 26. 일요일.
하늘이 약간 흐리다.
아침에 아내는 성당 모임에 나갔다.
퇴직한 지도 오래되니까, 사회활동이 거의 없는 나는 할일이 없기에 이따금씩 아파트 실내청소나 했다.
오늘도 방 세 곳, 거실에서 빗질하고 걸레질을 했더니만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집나이 일흔여섯인 탓일 게다. 내 발뒤금치에서 떨어진 각질이* 방바닥에 무척이나 많았다.
이따금씩 아파트 실내를 청소하면서 느낀다.
사람의 머리통에서는 머릿카락이 많이 빠져나오고, 또 몸뚱이에서는 허연빛깔의 각질(때)이 많이 떨어진다.
오늘도 찬물로 물걸레를 빨아서 구석 구석을 닦아냈다.
* 각질(角質) : 동물의 표피 부분을 이루는 경단백질의 하나
2.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여자친구가 샤넬백 하나를 사 달라고 말했단다.
샤넬 미니 이브닝백 1,025만원.
'남자친구가 돈이 없으면 여자친구인 자기가 400만 원을 보태겠다'고 말했는다는데도 남자친구는 그 이후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남자친구를 원망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일전 11월 17일, 서해안 산골마을에서 시향/시제를 지내려고 시골로 내려갔다.
내 논 두 마지기를 짓는 동네사람이 쌀값을 가져왔다.
쌀 80kg 한 가마니당 쌀값은 18만원씩, 계 36만원이다.
쌀 2 가마니 160kg.
혼자서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면 무려 3년 가까이나 먹을 수 있는 물량이다.
위 샤넬백 하나의 가격이 1,025만원이기에 이를 80kg 쌀값 18만원으로 계산하면 쌀 56.95가마니이다.
개인이 연간 소비하는 쌀 무게는 56.7kg.
위 샤넬백 하나를 산 돈이면 하루 세 끼 밥 먹더라도 70년간이나 먹어야 할 가격이다.
산골마을 태생인 나는 위 샤넬백 가격에 고개를 마구 내젓는다.
도대체 그 가방 안에 무엇을 넣고 다닐 것인데?
월경(menstruation) 생리대나 코 풀 화장지 등을 넣고는 어깨에 매거나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인지...
남자친구는 샤넬백을 사서 여자친구한테 선물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만날까?
글쎄다.
내가 남자친구라면 고개를 가로 세로 흔들고는 떠날 게다.
현금과 수표를 25톤 대형트럭에 가득 채운 거부들이나 연인으로 사귈 게다.
서해안 산골 마을에서는 논 한 마지기(200평)당 임대료는 쌀 1가마니.
위 샤넬백 하나를 사려면 논 56.9 마지기(11,380 평)를 소유해야 한다.
소작인한테 임대해 주어야 하니까.
위 사넬백 하나(1,025만원짜리)를 사 달라고 남자친구한테 요구했다는 여자친구.
샤넬백을 파는 장사꾼들은 물건을 팔 욕심으로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겠지만 서해안 산골마을 태생인 나는 고개를 마구 내젓는다.
미쳤어!
인터넷으로 샤넬백 가방 가격을 검색한다.
1,000만원을 넘는 샤넬백
1) 샤넬 클래식 스몰 01113 Y01864 C3906 약 1,300만 원
2) 샤넬 클래식 미듐 캐비어 A01112 Y01295 94305 약 1,360만 원
3) 샤넬 클래식 라지 A58600 Y01864 C3906 약 1,470만 원
4) 샤넬 클래식 미듐 캐비어 블랙금장 플랩백 내장칩 A01112 약 1,950만 원
당신들도 위와 같은 선물을 주고, 받을 게다. 그치?
방안에 그득히 채워보자.
나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어떤 직장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정직퇴직했다.
지금은 정년퇴직한 지도 만15년이 넘었으며, 쥐꼬리보다는 약간 더 긴 연금으로 내 아내는 살림을 어렵게 꾸며 나간다.
각종 세금이며, 공과금이며, 의료비 등을 제외하면 나와 아내가 실제로 사용할 돈은 지극히 푼전이다.
나는 동전 100원, 동전 500원 짜리 하나라도 소중히 여겨서 알뜰하게 쓰려고 한다.
예컨대 이렇다.
고구마를 씻은 물을 아껴서 화분 식물한테 조금씩 나눠서 준다.
어제는 김장용 무와 쪽파를 다듬어서 수돗물로 씻어서 여러 번 휑궈냈다.
나는 이 허드렛물을 큰 그릇에 담아서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화분 식물한테 조금씩 나눠 주려고....
수돗물을 아껴서 쓴다는 뜻이다.
이런 나한테 위 샤넬백 하나의 가격은 하도 고가품이라서 내 계산으로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꿈속에서나 가능할까?
나중에 보탠다.
2023. 11. 26.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