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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루카 14,13-14) 지역 장애인들과 성당 신자들 200여 명이 함께 어우러진 여주 강천보 광장. 수원교구 여주성당(주임 조한영 신부) 장애인 소공동체 ‘함께 길벗’이 준비한 지역 장애인 잔치 한마당이 열렸다. 올해로 두 번째인 한마당 축제에는 여주성당 장애인 신자들과 비장애인 신자, 그리고 여주 지역 장애인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외출이나 나들이 기회가 적었던 장애인들은 봉사자들과 이리저리 산책을 하고, 물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최고령 106세 할머니까지 참여한 노래자랑에는 반주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장애인 가족으로 사는 남편, 어머니, 부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함께 길벗’(회장 나종천)은 여주성당 내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장애인과 그 가족, 봉사자들을 아우르는 소공동체다. 2011년 말 창립총회에 이어 2012년 3월 18일 창립 미사로 활동을 시작한 ‘함께 길벗’은 장애인, 장애인 가족, 봉사자 등 23명의 회원들이 월례회합, 성지순례, 피정, 야유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활과 보장제도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독서, 성체 분배 등 전례단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자연스레 비장애 교우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든다. “장애인이 없는 성당은 장애를 가진 성당입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약 300만에 이른다. 인구 100명 중 6명은 장애인이란 뜻이다. 그러나 본당을 비롯한 지역교회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신자들이 고령화되는 가운데, 65세 이상 노년층의 장애 발생률이 17%에 가깝다는 현실은 장애인사목이 더 이상 특수사목이 아닌 일반사목의 영역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함께 길벗’ 나종천 회장은 “교회에서 장애인을 돕는 데 우선적인 것은 무엇보다 복음의 선물이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장애인사목은 그동안 특수 분야의 사목으로 여겨져 왔기에, 일선 본당에서는 장애인에 대해 이렇다 할 사목적 배려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복음은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에게 더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장애인들은 아직도 복음을 가까이 하지 못한 채 선교의 ‘땅 끝’에 머물러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적으로 복지 수준은 향상됐지만, 오히려 교회 안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적고 보수적인 집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공동체에 장애인이 함께 머무르지 않는다면 우리 공동체는 그 자체로 ‘장애 교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조한영 신부) 그런 맥락에서 ‘함께 길벗’은 특히 본당 차원에서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목의 한 모델을 제시한다. 쉽지 않았고 여전히 완성된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 1년간의 실험은 긍정적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여주성당 사회복지분과장 최명자 씨는 “이런 공동체가 더 많이 확산되고 길게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빈부와 건강의 차이가 삶의 차이가 된다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아닐 것이다. 우리 본당 공동체 역시 성과를 위해 서두르지 않고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성당 조한영 신부는 ‘함께 길벗’의 의미를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고 지지해주며, 복음적 방향이나 지침을 제시하고 사목자가 참여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방법이고 현실에 따라 어렵기도 하겠지만, 성숙하고 역량 있는 평신도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만나고 서로 겪으면서 장애인사목의 길 모색 나종천 회장은 아직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지난 1년여 간의 경험을 통해서 ‘함께 길벗’이 본당에서의 통합적 장애인사목에 어느 정도 유용한 모델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애인 문제에 대한 사목자들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함께 만나고 겪으면서 준전문가 수준은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나 회장은 장애인사목은 일방적으로 장애인이 받기만 하는 사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당 신자들, 지역 장애인 봉사자로부터 “장애인들을 통해 오히려 내 삶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고백을 듣는다면서, “장애인 사목은 동시에 비장애인을 위한 사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한영 신부 역시 장애의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복음적으로 건강한 모습이라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본당 생활에 참여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따로 또 같이 “장애인사목을 특수사목에만 미뤄서는 안 돼” 나종천 회장이 강조하는 장애인사목의 모습은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고 손 내미는 사목이다. 특히 특수한 사목 영역도 필요하지만, 본당과 지역을 중심으로 일상과 현장에서 이뤄지는 사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 안에서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만나 신앙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통합사목”을 역설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년 반, ‘함께 길벗’의 성과는 ‘자연스러운 자리매김’이다. 홀로 또는 봉사자와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것 외에 본당생활이 어려웠던 장애인 신자들은 이제 전례활동이나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사목의 주체가 됐다. 비장애 신자들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교우로, 길벗으로 만난다. 지난 1년 간 ‘함께 길벗’ 회원으로 활동한 김용기 씨는 “지역에 장애인 단체가 있지만, 신자로서 월례 모임, 전례 봉사, 친목 모임 등이 성당에서 이뤄져 더할 수 없이 좋다”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자리가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를 필요로 하고 논의 상대가 된다는 것, 주체로서 참여할 장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더 큰 은총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령화 현실 속에 누구나 장애를 준비해야 한다” 나종천 회장은 장애인사목에 대한 교회의 역할 중 하나는 장애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의 고민은 교회의 몫이기도 하다. 나이든 이들이 많아질수록 잠재적 장애의 가능성은 커진다. 점점 신체의 일부가 불편해지고 질병으로 신체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넓은 의미의 후천적 장애인 셈이다. 나 회장은 “갑자기 닥친 장애 때문에 이전의 생활을 포기하고 무너지는 사람들을 봤다”면서, 교회 안에서 장애에 대한 심적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영 신부는 본당의 장애인사목을 위해 인적 · 물적 지원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조 신부는 일반 본당 자체 역량으로는 장애인이나 소수자들에 대한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면서,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화된 본당이나 기관에서 일반 본당에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신부는 “구원의 차원에서 보면 누구나 장애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며 “‘함께 길벗’이 비록 미약하지만 주님 안에서 귀한 도구가 될 것을 믿는다. 지역교회인 본당 소공동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에게 하느님 나라 여정의 길벗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