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한 잔을 우립니다.
오늘따라 썩은 짚 내음이 더욱 깊은 듯 한 차 맛입니다.
내게도 태어난 곳이 아닌
마음에 품은 고향이 있습니다.
3년을 살다 떠나온 제주 한림 명월이 그곳이고
아주 잠깐의 인연을 만든 밀양의 솔방이 그곳입니다.
어머님의 품 같은 양산의 물금도 그 중의 한 곳이고
첫사랑의 추억이 남겨진 부산도 그러합니다.
방황의 시작과 중간역을 거친 구미와 김천이 그러하고
고산의 고독이 남겨진 보길도가 그렇습니다.
순수했던 청년 시절, 내게 또 다른 스승이 되었던 어린 섬 소년, 소녀들이 기다리던
가사도, 비금도, 절도, 맹골군도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둥지를 튼 이곳...
강촌이 그곳중의 하나이지요.
십 년 전, 서른의 고개에서 2년 남짓한 강촌 생활을 접으면서
언젠가 다시 오리라 했습니다.
그 마음 속 다짐은 강산이 한 번 변한 시간이 흐른, 두 달 전에야
지키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너무도 변한 강촌이지만
내 마음속 강촌은 그대로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정확히는 강촌에서도 산 속 깊숙히 들어와야 하는 곳이지요.
일명 깻길이라 불리는 곳...
말골과 문배마을과 더불어 강촌속에 산속 마을로
전쟁을 모르고 지내온 마을...
이곳에 오자마자 한 일이라곤 평상 짓는 일 밖에 없은 듯 합니다.
100년이 넘은 옛집...
군불 지피는 아랫방과 웃방을 차지하고 앉아
또랑에 흐르는 물 소리에 잠 깨고
차 한 잔 마시고
평상 만들고
저녁이 되면 불을 지피고 술...술..술...
그제인가요?
우연히 소담 카페를 알게 되어 찾아왔지요.
그리곤, 하루종일 음악을 듣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딱히 나눌 이야기도 없는 듯 하고...
해서, 깻길에 오면서 만든 평상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만들고 하는 일엔 소질이 없는 초짜이지만
바로 아래의 평상이 이곳에 오면서 처음으로 만든 평상입니다.
마당 한 켠에 모닥불터도 만들어 두었고
방에서 문을 열면 바로 연결되게 만들었지요^^
처음엔 지붕을 안 만들었다가 비오는 날, 술 마시는데 지장이 있어
지붕도 올렸답니다.
사진속엔 보이지 않지만 왼쪽으로 다시 하나를 더 만들기도 하였지요^^
아침엔 茶를 마시고
저녁엔 술을 마시면 그만인 곳입니다.
뒷 마당 다용도실과 욕실, 작은방 통로에 연결하여 만든 평상이 두번째 평상입니다.
만들긴 하였지만놈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게 되네요.
비오는 날, 빨래 널고 하는 것 외엔...^^
쌓아둔 나무 너머로 아랫집도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어제 지은 은행나무 평상입니다.
얼마전까지 아무 커다란 은행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던 곳입니다.
그런데 낙엽이 너무 쌓이고 주변 또랑이 막히는 일이 있을까하여
제가 잘랐지요. 기계톱이 아닌 손톱으로 자르는 일, 보통 일이 아니었지요^^
나무의 3/2를 자르고 나머진 남겨 두었습니다.
고목으로 남게 하려구요.
그 옆에다 원두막 비슷하게 평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평상 옆으론 아주 맛이 좋은 물이 흐르지요^^
평상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도 몇 개 만들고...
이 곳은 앞으로 어찌 쓸까 고민중입니다.
옆으로 방충망을 치고 잠자리를 이곳으로 할까도 고민중이지요.
물론, 더운 여름 날, 시원한 막걸리 한잔도 곁들일 생각이고요^^
날이 덥네요.
아침 먹으면서 마신 소주 반병이 더욱 덥게 하는 것일까요?
소담카페님들 모두모두 행복하시고요.
더운 날, 시원한 또랑물속 맥주 한잔씩 하세요.
헉!!! 지금 에피타프 나오네요. 이 글 쓰는 도중에
짐크로스의 노래와 편지도 나오던데...^^(어제 제가 신청한 곡들)
기분 좋아 돈 안 받습니다.
시원하게 한잔씩 하세요^^
090624 石
첫댓글 ㅎㅎ 기술도 참 좋으시네요 평상보니 보텅솜시는 아닌듯하옵니다 마음 평정을 찾기에는 너무 아늑하고 좋은곳이군요 근데 전직이 선생님이셨나요 ?? 그냥 미선혼자서 상상해 본 마음 입니다 상상은 자유잔아요
예...상상은 그 자체로 하핫....선생은 아닌것 같았구요....그냥 백수였고 지금도 그러한걸로 알아주세요^^
아우목님 드디어 평상 완성인가요...그야말로 신선처럼 사시네요...은행나무 아래 평상...근데 왜 은행나무는 몽당나무로 만들었어요...아조기 누워서 옥수수 하무니카 불고싶다요...음악과 함께 늘 거운 자리 되세요...^^*
하핫....몽당나무^^ 정겨운 단어였는데...한참을 잊고 살았네요^^ 덕분에 감사...언제고 옥수수 하모니카 한번 불어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한가로움이 부럽습니다... 또랑물에 담가놓은 맥주~~~
하핫..좋게 봐 주시니..^^ 님도 늘 행복하세요^^
그저...부럽당 이말만 생각납니다..........너무 부럽습니다. 나이들면 우목님처럼 그렇게 살고싶다는생각 하고있거든요저도 꼭 할수있겠죠 시원한는 탐이나네요
어려운게 있나요? 님에게는 언제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맥주 탐나시면 언제든 오세요^^ 하핫...
제가 그리던 풍경이 거기 있네요....언젠가는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그랬답니다~~~ 놀러가고 싶네요! ^ ^
인연이란게 묘한 것이니^^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런날이 오겠지요? 마음으로 맥주 한잔 올립니다.^^
풍경을 보니 제 고향에 가고 싶어지네요...^^...기타도 있고..우째 우목님 예술하시는분 같으세요 여름에는 평상에 앉아 모기향 피워놓고 수박도 먹고 빚 바라보며 도 헤어보고 님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저도 부럽습니다...
^^; 예....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고향이 어디신지 모르겠지만 좋은 곳이라는 것은 물어보나마나겠지요^^ 요즘 별이 참 좋답니다. 어제도 별보다 반딧불 쑈를 보고 했지요...늘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다음에는 저 마루에 우목님이 앉아계시는 사진 한장 박아서 올려보이소...보고잡네요...
와,,,,그림이 그려지네요ㅎㅎ 사진보니 더확실!! 그런데 주인공이 궁금혀요^^
^^; 주인공이야 우리 모두가 아닐까요? 하핫....기회되면 올리겠습니다^^
어머나...숨 을 푸우~~하고 쉬어봅니다.....자연풍광이 넘 좋아서요.....부럽습니다....
또랑을소리 벗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 그만이지요^^ 님도 행복한 날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