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쯤부터 아이가 손을 지나치게 자주, 오랫동안 씻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수준인 줄 알았으나, 핸드워시 한 통을 며칠 만에 다 써버릴 정도로 빈도가 심해졌고, 손가락과 손등 피부가 늘 빨갛게 트고 진물이 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전부터는 배변 후 위생에 극도로 집착하는 모습이 추가되었습니다. 휴지를 한 번에 절반 이상 쓸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하여 변기가 자주 막히고, 한 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손 씻기까지 마치는 데 거의 40분에서 1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더 답답한 것은 최근 들어 공부나 독서를 할 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난이도가 아주 쉬운 청소년 단편 소설이나 교양 서적을 읽을 때도, 한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하면 다음 페이지로 진행을 못 합니다. 몇 줄 읽지도 못하고 2~3시간씩 책을 잡고 씨름하면서 "내용이 온전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넘어갈 수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정작 글을 쓰거나 과제를 제출할 때는 막힘없이 해내면서도, 읽기 과정에서 이처럼 극심한 확인 절차를 거칩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신중한 편인데, 집안에 성적이 뛰어난 형이 있어 은연중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나 싶기도 합니다. 저희 부부도 아이가 부담을 가질까 봐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만 천천히 하자"며 다독였고, 시험 결과가 안 좋아도 비난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그쳐도 보고, 길게 대화를 나누며 달래보아도 그때뿐이고 다음 날이면 똑같은 행동이 반복됩니다. 한 가지 행동이 해결되지 않은 채 몇 달 간격으로 새로운 확인 및 집착 행동이 추가되다 보니 아이도, 저희 가족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혹시 또 다른 계기나 상처가 있었는지 물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소아청소년기에 이런 강박적인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가분들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A. 올려주신 사례 내용으로도 강박행동이 보입니다.
강박행동에 대해 먼저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한 행동입니다. 그 행동을 해야만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 씻기나 과도한 확인 등은 강박행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외현적 행동입니다.
아드님의 경우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어 손을 씻거나 화장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며,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사고로 인해 글을 반복해서 읽는 확인 행동도 함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설명하신 것처럼 아이의 문제행동 원인을 가정해 보면, 공부를 아주 잘하는 형 아래에서 아이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불안과 압박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 내에서 자신에 대한 존재를 생각하게 되고 형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불안이 야기된 것으로 보이네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머니가 시험 성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다독여주신 것은 잘하신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불안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아이에게 가족 내 위치와 존재를 인식시켜서 자칫 자신을 필요없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그리고 공부 외에 아이의 장점이나 자원을 개발하여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과 지지받는다. 부모님은 언제나 내편이다라는 것을 느낄수 있도록 가족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강박행동은 아이의 의도와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투하는 강박사고로 인한 것이므로, 그 생각들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보고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료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안한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아이의 행동을 억지로 멈추게 하기보다 불안한 마음부터 살펴주세요.
행동을 바로 지적하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물어보시고 들어주세요. 같은 행동이라도 그 뒤에 있는 걱정은 아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너무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사회불안이 있는 아이는 작은 실수도 다른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실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실수와 부정적인 평가를 반드시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사회적 상황을 무조건 피하도록 하기보다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경험하게 해주세요.
발표나 친구와의 만남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대신 피해주면 당장은 편해질 수 있지만, 비슷한 상황에 대한 걱정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상황에 참여시키기보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상황부터 경험해보도록 해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Hofer et al. (2018)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and the risk of subsequent mental disorders: A community study of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Depression and Anxiety, 35(4), 339–345.
Langley, A. K., Lewin, A. B., Bergman, R. L., Lee, J. C., & Piacentini, J. (2010). Correlates of comorbid anxiety and externalizing disorders in childhoo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European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19(8), 637–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