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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조 숙 녀 조 폭 되 기 ◈
Graceful lady become gangster
Written by.땡깡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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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요조야."
"네, 형님."
"그게…"
희가 눈을 끔뻑거리며 왜 그러냐는 눈빛을 내비쳤다. 말할 것을 정리하지 않은 채로 이름을 불렀던 건지 불러놓고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하던 현권은 희가 슬쩍 기다리는 게 지루해져 본래 자신이 하던 일을, 밴드를 지익 찢어서 상처부위에 붙이는 일에 몰두하려했다.-우석의 명령대로 가짜 칼을 사용했으나 그것도 꽤 날이 선 편이라서 아예 다치지 않을 순 없었다.-그러나 그때서야 할 말을 모두 정리한 현권이 다시 입을 떼는 덕에 집어 들었던 밴드를 다시 살며시 테이블에 얹어놓아야 했지만.
"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네?… 아, 게이에 대해서요?"
"그래."
뜬금없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음을 던졌다가 더듬대며 스스로 다시 한 번 짚어본 뒤에야 조심스레 자신이 들은 게 분명한 가 확인을 했고, 그 확인에 대한 현권의 답변은 'Yes'였다. 현권의 한 치 흔들림 없는 답변에 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잠시간 멍청한 얼굴을 하고 그의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현권이 자신을 지그시 응시하는 희의 시선에 멎쩍게 뒷머리를 긁적이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응?"
"그거 각자 취향인 거잖아요. 법으로 금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세계 70퍼센트가 양성애자래요. 그런 거 보면 사람 좋아한다는 거, 그거 정말 자기 취향인 거 아닐까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끌리면 사랑하는 거 아닐까 생각 되네요."
희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면서 딱 맞는 말도 아니고, 그저 의견일 뿐인 것에 왠지 쑥스러워졌는 지 자신의 콧잔등을 긁적거리며 헤헤 웃었다. 그녀의 습관.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됐지만, 그래서 혹시라도 우석도 희를 좋아하는 거 아닌 가 싶어서 애가 타는 현권에겐 참 얄궂고 못된 습관. 허나, 지금 들려준 희의 의견에 스리슬쩍 두근두근하면서 희망을 본 현권은 어쩌면 저 습관이 세상에서 최고로 맘에 드는 습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조심히 물음을 던졌다.
"그 말인즉슨, 게이에 대해서 긍정?"
"그렇죠."
'그렇단 말이지.'
희의 답변에 현권은 고개를 살짝 숙여서 긴 앞머리로 자신의 표정을 가리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우석도 희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에, 성격 급한 그가 후딱 고백이라도 해버릴까 싶은 마음에 던진 질문인데 희망적이니 당연했다. 현권은 이내 큼, 하고 짧게 헛기침을 한 뒤 표정을 정돈하고 애써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들어올려진 현권의 표정이 기분좋게 미소 짓고 있는 자신과는 영 달라서 희는 살짝 웃음을 지워내며 현권의 눈치를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그게 말이다……. 내가 어제 저녁에 길거리에서 남자한테 대쉬를 받았거든."
"에, 정말요?"
"어. 그래서 너무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면서 거절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게이라는 게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왜 그렇게 당황을 하고 그랬나 싶어서."
"그렇군요."
"근데 그 남자가 말이지."
"네."
현권은 힐끗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희의 표정을 한 번 살핀 뒤 회상하는 듯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턱주가리를 가만히 문질렀다.
"키는 한… 178cm정도에, 몸무게는 66kg정도? 그리고 웃는 게 되게 예쁘고, 말투도 나름 유머러스한 듯하면서 무게감 있고. 머리는 어깨에 살짝 닿을 듯 남자치고는 좀 긴 편인데 잘 어울리고…"
생각해서 묘사를 하는 거 치고는 자기소개하는 것만큼이나 세세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현권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희가 '어?'하고 눈을 토끼처럼 뜨곤 박수를 한 번 짝 치며 활짝 웃었다.
"꼭 형님같습니다."
'나이스!'
플러스로 희의 말에 현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그거야! 딱 나같은 남자였는데 너는 그런 남자한테 대쉬 받으면 어쩔 것 같냐?"
드디어 밑밥 열심히 깔아가며 던지려고 준비해뒀던 질문이 나왔다. 깔아주는 밑밥 야금야금 먹어가며 잘도 쫄래쫄래 순진하게 따라와주던 희는 현권의 질문에 아주 잠깐 고민.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사뿐하게 대답했다.
"저도 당황해서 형님처럼 얼버무릴 것 같습니다."
배시시 웃는 얼굴로 해맑게 답해오는 희의 말에 띵- 현권은 머리를 한 대 후려맞은 듯 멍해졌다. 아니, 이런 대답을 해오면 안 되는데……. 현권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고, 희는 눈을 끔뻑끔뻑대면서 뭐 문제 있느냐는, 순수하다 못해서 사람 속 다 태워먹는 표정을 한 채로 현권을 바라봤다. 참다못한 현권이 버럭!
"당황 안 했다면?!"
이제 대놓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 유도를 시도했다. 이제 현권이 왁왁 대는 것도, 아니 정확히는 조직원들이 왁왁 대는 것에 익숙해진 희가 움찔하면서 움츠러들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음…….'하는 고민하는 소리를 내던 희가 이내 불쑥 갑자기 현권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상상만으론 느낌을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좀 도와주십시오."
"응?"
희의 불쑥 던져진 말에 현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으나, 현권의 되물음에 대한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뭐, 뭐하는 거냐?"
"음……."
현권의 얼굴을 조그만 자신의 양 손으로 감싸쥐고 진지하게 현권의 얼굴을 강아지처럼 새까만 눈동자 안에 담는 것. 그게 현권의 되물음에 대한 희의 답변이었다. 갑작스레 희에게 얼굴을 꼭 붙들린 현권은 자신의 양 볼에서 느껴지는 희의 자그마한 손의 존재에 왠지 모르게 긴장으로 몸이 곧세워졌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시선이 희의 입술로 향했다. 엉큼하게도. 현권이 그런 엉큼한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모르는 희는 진지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다가 활짝 웃으며 현권의 볼에서 손을 떼어냈다. 타이밍도 좋게, 현권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확 입을 맞추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이기 바로 직전에.
"역시 당황할 것 같습니다. 형님같이 멋진 분이 고백해오는 데 당황 안하면 그게 이상합니다."
아쉬워……. 라는 마음을 차마 접지 못하고 기죽은 얼굴이던 현권은 퍼득 희의 미소 담긴 말에 죽은 기가 되살아나며 눈을 반짝 빛냈다.
"그거 좋다는 말?"
"그렇습니다."
"그럼 네가 고백 받았을 경우, 오케이할 수도 있다는 말?"
"그…"
현권이 확실하게 하려는 생각으로 재차 물었고, 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얼른 답하려다가 턱 하고 갑자기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 나는 지금 남자잖아? 근데 이렇게 쉽게 대답하는 건 의심받지 않나?'
일 리 있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희는 대답하려던 해맑은 '그렇습니다.'라는 답변을 한 쪽 구석으로 밀어넣고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어설프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글쎄요. 게이에 대한 인식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가 하는 건 좀……."
쿠궁.
'좋아, 좋아. 이대로라면…….'하고 생각했건만 끝은 좌절. 현권은 침울하게 풀이 죽은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잠깐 희를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타는 표정을 지워냈다.
"역시 그렇겠지. 역시…"
현권은 차마 뱉지 못하는 뒷말을 꼴깍 삼켰다.
'…예쁘장하게 생겨도 남자는 남자니까. 역시 게이 되는 게 쉬운 게 아니지.'
"왜 그러십니까, 형님?"
"아냐, 아무것도. 그나저나 패턴 익히는 건 끝났으니까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칼 다루는 법 가르쳐줄게."
"아…, 네!"
현권의 말에 희가 헤벌쭉 웃으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한 단계, 한 단계가 발전하는 게 뿌듯한 모양이었다. 아이같을 정도로 단순하게 표정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 희가 귀여워 현권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해보니 게이 되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니고, 우석이 게이라는 정확한 증거도 없고. 이렇게 불안해 할 필요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좌절하긴 아직 이르지. 마음이 슬쩍 놓였다. 아직은, 그냥 바라보는 위치에 서자.
17.
똑똑- 짧게 노크를 한 뒤 얌전히 서서 안에서 들려올 들어오란 허락의 말을 기다렸다.
"들어와."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가, 예상했던 무게감 가득한 바리톤의 음성이 아니라서 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었다.
"아, 요조냐? 무슨 일로 왔어?"
"밴드가 다 떨어져서 왔습니다."
"밴드?"
희의 답변에 현권이 한 쪽 눈을 찡그렸다. 밴드라면 충분히 구급상자에 있을텐데 무슨 밴드를. 현권의 그러한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희가 헤죽 웃음 지으며 얼른 덧붙였다.
"저번에 큰형님이 주신건데 치료효과도 더 좋고 흉도 덜 져서요. 형님이 다 쓰면 얻으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 기다려봐."
"네."
희의 설명을 전부 들은 현권은 걸터앉아있던 침대가에서 일어나 데스크쪽으로 향했다. 그제야 잠시 잊었던 우석의 존재를 자각한 희는 뒤늦게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우석을 알아챘다.
"근데… 큰형님은 어디 편찮으십니까?"
"아, 감기가 좀 있…"
"나가라. 보고마저 해."
항상 몇 시고 찾아와도 흐트러짐없이 잘 정돈 된 모습인, 그래서 혹시 잠을 아예 안 자는 건 아닐가 싶던 우석의 흐트러진 모습에 희가 조심스레 물었고 그에 대해 현권이 밴드를 건네주며 답해주는데 무거운 우석의 음성이 그것을 제지하고 들었다.
"아, 네……."
"나가봐라-"
"네, 형님. 그럼-"
그의 명령에 희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곧바로 방을 나왔다. 무겁게 갈라진 음성이, 우석의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는 걸 알려줘서.
"감기?"
밖으로 나온 희는 닫힌 우석의 방문을 가만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안 어울리시게……."
이리 보나 저리 보나 튼실해보이는, 물론 큰형님이란 이미지때문도 있겠지만 하여튼 안 어울리게 감기라니. 쿡- 희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상체만 살짝 일으켜 말하던 그의 안색이 많이 안 좋은 게 떠올랐다. 왠지 맘에 걸렸다.
"약이라도 사다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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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문제입니다. 관리하고 있는 놈들이 변변찮아서 그런 것 같아서 이번에 새로운 놈들로 싹 바꿀까 하는데 어쩔까요?"
"해라."
"쓰벌쪽 애들이랑 떡대로 넣을까 합니다."
현권의 이미 싹 다 정리, 분석 끝난 보고를 들으며 우석은 간간히 수긍의 의미만 내비쳤다. 그만큼 현권의 일처리에 믿음을 갇고 있단 의미였다. 그러다 간혹, 이의를 제기했다.
"윤 희는?"
이런 식으로. 그러나 이번 질문은 차분한 현권을 꽤 당황스럽게 했다.
"……. 요조는 아직 넣을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떤면에서?"
당황한 현권이 되물음을 던질 뻔한 현권은 '네?'를 발음하려고 열린 입술을 잠시 멍청하게 두다가 차분히 말했으나 채 모두 말하기도 전에 우석이 말꼬릴 먹어버리며 또 이의제기를 했다.
"칼 다루는 법도 아직 다 익히지 못…"
"일주일이면 끝날 거 같다며."
"그렇지만…"
우석의 말에 현권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차분히 대꾸했다. 하지만 결국 끝내는 답할 말이 사라진 현권은 살짝 어두워진 얼굴로 백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명령하신대로 희도 소속 시키겠습니다. 단, 홀쭉이놈이랑 붙여보고 확실히 결정하겠습니다."
허나, 현권은 쉽게 굽히지 않고 강강하게 나왔다. 우석은 지그시 그런 현권의 얼굴을 응시했다. 자기를 위해서 조직에 누구보다 힘쓰고 있는 믿을만한 녀석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냉청하고 자신만큼이나 될 놈 볼 줄 아는 눈을 갖고 있는 녀석인데 어쩐 일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해라, 그렇게."
우석의 말에 그제야 현권의 얼굴이 좀 밝아졌다. 희를 위험한 곳에 보내기 싫은데 거기에 댈 핑곗거리를 잡아서. 희가 홀쭉일 이길 리 없으니까.
"네, 형님."
대답을 시원스레 한 현권은 언제 근심어린 표정이었나 싶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한 뒤 방을 나왔다.
"현권이놈 오른팔은 윤 희가 되려나보군."
현권이 나간 뒤 읊은 우석의 말이었다, 현권이 희를 무척이나 아끼는 걸 보고 유추해낸. 그 뿐이 아니었다. 현권이 단 한번도 이다지도 누군갈 아끼는 걸 본 적이 없었기에. 홀쭉이에게 믿고 오른팔'역'을 시키고, 쓰벌에게 왼팔'역'과 조무래기들의 형님 역할 시켜놓긴 해도 분명하게 오른팔로 두는 놈도, 왼팔도 둔 적이 없는 놈이었다. 즉, 믿지만 아끼진 않는. 고로, 믿지만 완전히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는 현권이, 희를 아낀다는 것은 일종의 신뢰였다, 적어도 우석의 눈엔. 물론, 그런 화려한 이유가 아닌… 단지, 사랑하는 희를 위험한 곳에 보내기 싫은 게 실제적인 현권의 마음이었지만.
◈
은파 조직 위계
보스(윤 석인)
오른팔(청 우석)
왼팔(박 진흥)
우석 오른팔(마 현권)
진흥 오른팔(오 지팔)
현권 오른팔역(홀쭉)
지팔 오른팔(김 용민)
현권 왼팔역&조폭 조무래기들 형님(쓰벌)
지팔 왼팔&조폭 조무래기들 형님(이만중)
오른팔 조무래기(요조&떡대 등)
왼팔 조무래기
◈
18.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던 희는 닿아야 할 목재의 느낌이 아니라 훙- 하는 공기가 닿는 느낌이 드는 것에 움찔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아, 형님?”
희가 눈을 끔뻑이며 문을 열고 나온 현권을 올려다봤다. 방금 막 나온 현권도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희에 의해 심장이 쿵. 하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마주하니 매일같이 보는 얼굴인데도 색다른 것 같고 심장이 콩닥콩닥, 오랜만에 첫사랑이라도 만난 듯 수줍어했다.
“뭐냐?”
아무렇지도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현권이 목소릴 냈다. 현권의 목소리가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던 희가 아, 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살짝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아직까지도 큰형님 방에 계셨습니까?”
“아니. 보고 끝나서 나왔다가 아무래도 형님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챙겨드리러 왔지.”
“아……. 저도 형님 챙겨드리려고 약 사왔는데…….”
현권의 말에 희가 뒷말을 대충 얼버무리며 슬쩍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들어보였다. 그것을 본 현권의 미간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형님을 챙겨주는 마음은 기특하고, 특히나 자신이 아끼는 우석형님을 챙겨준다는 점에선 칭찬해줄 만하고 귀염성 있는 짓이지만 못된 질투심 때문에. 잠시간 아무 말도 않고 있던 현권은 ‘됐다. 내가 챙겨줬으니까.’라고 하려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닫아버리며 옆으로 비켜서줬다.
“형님 주무시니까 테이블에 살짝 올려두고 나와라.”
“네, 형님~”
해맑게 웃는 얼굴로 밝게 대답하고 희가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총총총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살며시 훔쳐보던 현권은 피식 웃음 지었다. 얼굴만 고운 게 아니네. 딸 자랑하듯 중얼대며 현권은 벽에 살짝 기대어 섰다. 딱히 기다릴 이유야 없지만 그냥 기다리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더 귀엽게 웃는 얼굴을 지켜보고 싶어서.
“놓고 나왔습니다.”
달칵. 밖으로 총알같이 튀어나온 희는 문을 한 쪽 눈까지 찡긋해가며 조심히 닫았다. 그 꼴이 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현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부비적부비적. 착한 마음이 어여뻐서 희의 짧고 결 좋은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았다. 어쩔 수 없이 내보여지는 사랑에 빠진 미소를 지으며. 갑작스럽게 스킨십을 해오는, 제법 친근감 있는 스킨십에 희가 동그란 눈을 현권쪽으로 슬며시 옮겼다. 움찔. 그제야 현권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곤 부비적거리던 손길을 멈췄다. 어찌할까 잠시간 고민.
타악-
“아얏!”
너무 당황해버린 나머지 희의 뒤통수를 살짝 아프지만 그리 아프지 않을 정도로 툭 치는 현권이었다.
“씨이. 왜 때리십니까?”
희가 입술을 삐죽이며 미운 표정을 짓고선 톡 쏘았다. 희의 물음에 현권이 다시 한 번 더 당황. 하지만 뛰어난 임기응변 실력으로 현권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대충 얼버무리며 자신의 행동을 무마시켰다.
“뒤통수가 예쁘길래 때렸다, 왜?”
“우씨. 그럼 형님은 얼굴을 때려줘야 겠습니다.”
“뭐?”
희가 뾰로통한 얼굴로 농담 비슷하게 투덜대고 반항기 섞인 투의 말에 현권이 한 쪽 눈을 찡그리며 되묻자, 희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쏙 집어넣으며 새침하게 대꾸했다.
“죄송…아닙니다.”
입에 벤대로 죄송하다고 하려다가, 현권이 ‘내가 사과하라고 하기 전까지 하지 마라.’라는 말이 떠올라 목구멍으로 쏙 집어넣고 ‘아닙니다.’로 말을 대체하는 잘 훈련된 완벽함까지 내보이며. 그러고는 삐진 티를 내려는 양 고개를 팩 돌려버리며 현권에게서 시선을 떼어버리는 희. 기집애같은 그 행동거지에 현권은 또 다시 손이 슬쩍쿵 올라갔으나 이번엔 꾹 주먹을 쥐어서 천천히 욕구를 참아냈다.
#
현권이 챙겨다 준 죽을 대충 한 두 숟갈 뜨고 잠이 들었던 우석은 3시간쯤 잤을까. 주춤대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덜 내린 열 때문에 머리가 찡하게 울리고 눈이 시큰댔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거리지 조차 않는 그였다. 아무도 없는, 본인 혼자일 땐 좀 힘든 걸 드러내도 되건만. 하여간에 걸음이 좀 느릴 뿐 어디 이상한 데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멀쩡한 걸음걸이로 우석은 테이블쪽으로 걸어갔다.
“젠장.”
우석은 나직하게 욕설을 읊조리며 자신이 앓아누운 동안 쌓인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며 무거운 눈두덩을 한 번 꽉 눌렀다가 손가락을 떼어냈다. 살면서 예방접종 같은 것 하지 않아도 단 한 번도 어디 한군데 아파본 적 없는, 회복속도도 빠른 편이라 다쳐도 금방 낫는 편인 튼튼하다 못해서 무쇠 같은 몸둥아린데 하여간에 어울리지도 않게 감기엔 약하다니까. 우석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중요사항이라고 체크해놓은 서류 몇 개만 대충 집어 들고 다시 침대로 향하려다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피식-
우석의 입가에 옅은 웃음기가 돌았다.
“아무리 해봐야 여자라 이건가.”
제법 이제 남자같은 말투도, 행동도 스스럼없이 척척 하는 희를 보면서 이대로 계속 가다간 여성스러운 면모를 다 잃진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을 하는 걸 보면. 우석은 올망졸망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글을 써놓은 약봉지를 서랍에 모셔두듯 얌전히 넣었다.
-이마가 뜨끈뜨끈할 땐 꼭꼭 해열제 드세요. 감기약은 꼭 귀찮더라도 밥을 드신 뒤에 드시는 게 좋고요. 너무 아프시면 살짝 귀띔해주세요. 제가 차 끓여드릴게요. 감기에 직빵이거든요, 차가. 힘내세요, 아자! 빠샤! p.s 몸이 힘드니까 감기 같은 약한 놈이 쳐들어오는 거예요. 꾀 부려가면서 일하세요. 형님이시잖아요!-
무너지듯 침대에 다시 드러누운 우석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손으로 짚었다가 떼며 서류를 들여다봤다. 눈이 아려서 글씨가 잘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근데 문제는…
“미치겠군.”
희의 애교 아닌 애교에 기분이 너무 들떠버린 우석의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리는 희의 귀여운 글씨체였다. 자꾸 아른거려대니 이거 뭐 서류가 보여야 말이지. 더불어서 희의 어렴풋한 미소와 겹쳐서 보이는 여동생의 모습까지 더해져 더욱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시험기간입니다.ㅠㅠㅠ
빨리 오고 싶어도 자꾸만 늦네요.
아무래도 이번편을 끝으로 2주정도 여러분을 뵈러
오지 못할 듯합니다.ㅠㅠㅠㅠ흐어어엉ㅇ.
죄송해요. 시험 끝나자마자 후딱 달려오겠습니다!!
정말이요!! 꼭 후딱 달려오겠습니다!!
※
처음 공지를 띄웠는데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도 같아서
다시 한 번 공지합니다.
다음 편 업쪽을 원하시는 분은 꼭 흔적을 남겨주셔야 해요!
주의점!
1편에 꼬리말을 남기면 2편 업쪽을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1편에 꼬리말을 남기셨다고 해서 3편, 4편. 그 외에 업쪽은
보내드리지 않아요.ㅠㅠㅠㅠㅠ
작가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딱 전편에 꼬리말을 남겨주신 분께만
업쪽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꼬리말 쓰기가 귀찮으신 분은 그저
간단하게 [요조]정도만 써주시면 된답니다♥
첫댓글 완전 길게 쓰셨네요~~재밌어요
형님거리는게 너무 뭔가 장난스럽고 귀여워요
이게 책으로 나가면 저는 꼭 빌려서 읽을꺼 같아요
추천하고가요
너에게 난 끝까지 살인자로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악 휜님ㅎㅎ닉네임이 독특하셔서 시야에 쏙 들어와욬ㅋ무슨 의미가 있나요?ㅎㅎ아 요조는 다른 카페에서 이미 먼저 연재를 시작한 소설이라 비축분이 있어, 현재 폭풍으로 연재중입니다ㅎ우오ㅠㅠ책얘기해주시니..상상되서 두근했습니~다ㅜㅜㅎㅎ시간이 된다면 소설 읽으러 가겠습니다..ㅎ//악휜님 愛♥
ㅎㅎㅎ 재밋어용 ㅋㅋㅋ 현권 너무귀엽네옄ㅋㅋㅋ
아ㅠㅠ익숙한 보링이님의 닉네임을 보니까 아..반가워서 몸서리쳐집니다. 드디어 시험을 우선 하나 끝냈구나싶군요!ㅋㅋㅋ진짜 그리워써용 진짜ㅠㅠㅎ보링이님은 저..안 보고 싶으셨나요!!ㅋㅋㅋ제가 아닌 요조요..요조는보고싶으셨겠죵ㅋㅋ빈말이라도 슬쩍..ㅋㅋㅋ절보고싶으셨다 말해주셔욬ㅋ//보링이님 愛♡
요조 / 우석이도 점점 희에게 빠져가고 있는건가요.. ㅎㅎㅎ
♥ 이런 센스쟁잉ㅎㅎㅎ요조라는거 굳이 안 남겨주셔도 꼬리말만 써주시면 업쪽 숑숑인데 이렇게 꼼꼼히 해주시니..사랑스럽스버디♥ㅋㅋ아 제가 폰으로 답ㅇㅡ을 다는거라 오타가 자꾸 좀..날거예욬ㅋ이해해주셔용ㅠㅋㅋ네! 드디어 이제 우써기도 희의 마력으로 홀릭합니다. 우린 그런 우석이에게 홀릭합시다, 독자님.ㅋㅋ
//따뜻한쪼꼬렛님 愛♥
요조 - 우석이도 희를 좋아하는걸까요..?? ㅎㅎ 담편기대요~
정아님도 센스쟁이♥ 꼬리말을 남겨주시거나 꼬리말이 귀찮으신분은 요조 한마디를 써주시면 업쪽드린다는거엿는데ㅠ꼬리말에,업쪽표시까짘ㅋ꼼꼼하셔욯ㅎㅎ자, 우석이의 마음을 지켜봅시당ㅎㅎ그리고 우린 희에게 빙의하면 되는겁니닷ㅋㅋㅋ그렇게 즐기면 되는 겁니다. 오예♥/ /정아님 愛♡
시험 잘 치시고!!! 가면 갈수록 더 재미있어요~
제가 이번에 왜이리 시험을 잘 찍었나 했더닠ㅋ대성아쪽님의 이 응원 꼬리말덕이었나봅니닿ㅎ대성아쪽님덕에 시험 기분좋게 마치고 돌아왔습니다!!ㅎㅎㅠㅠ으아..갈수록 재밌어진다는말 진짜 그거 대박 달달하고 ㅉㅏ릿한 말씀이네요ㅠㅠㅎㅎㅎ다솜합니다♥//대성아쪽님 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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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ㅋ대성아쪽님뿐 아니라 쏘주먹는영님도 제 시험을 응원해주셨군요!!ㅎㅎㅎ아ㅠㅠ진짜 이 감사하고 사랑스렁우신분들을 어쩌면 좋아욬ㅋ날 너무 행복하게 해주시네ㅠㅋㅋㅋ담ㅍ편 들고온건 어떠셨나요!!ㅎㅎ//쏘주먹는영님 愛♡
완전 재밌어요.. ㅋㅋ 다음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ㅁ<
ㅎㅎㅎ반가우요!! 으아ㅎㅎ딱 두글자로 저를 감동시켜주시네요!ㅋㅋㅋㅋ완전..씩이나 붙일만큼의 소설은 아닐터인데 그렇게 얘기해주시니..기뻐서 춤춰야겟어욬ㄲㅋㅋㅋ쌈바가 절로, 개다리춤이 절로 나옵니닼ㅋㅋ넵! 기대하신 다음편 들고왔는데..어ㄸㅓ셨는지요!ㅎㅎ//M의천국님 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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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이제 우석이까지 본격적으로 두둥.ㅋㅋㅋㅋㅋㅋ딱 이제 삼각관계 맺어지고 있습니다. 히야! 앞으로를 기대하여주세용!ㅋㅋㅋㅋㅋㅋㅋㅋ//불량식품님 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