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사물이 나의 스승이자 나의 벗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모, 형제, 그리고 이웃, 친구 그 중에 스승과 제자로 맺어지는 인연 또한 인연 중의 인연일 것이다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만나 배우고 그 배움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배움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살아가면서 또다른 업적을 이루어 낸다는 것, 그러면서 가끔씩 스승과 벗들을 그리워 한다는 것, 子 曰 "우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하고 그리움으로 그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 그 스승의 의미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
법구경에 나오는 "나 이외에는 모두가 다 나의 스승이다" 그렇다. 삼라만상 세상의 모든 것이 스승이 아닌 것이 없다.
엘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 삼의 물결>의 후반부를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쓴 뒤 그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나는 지금도 그 속도와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종이에 원고를 타이핑하는 대신에 키보드를 치면서 "플로피 디스크"라고 하는 것에 전자적으로 저장되고, 나는 눈앞의 TV화면 같은 스크린에 나타난 글을 본다. 몇 개의키를 두드림으로써 단락을 변화시키고 . 지우고 삽입하고 , 밑줄을 치면서, 내가 쓴 것을 즉각 수정하고 다시 정리 할 수 있다.
이를 마음에 드는 원고가 될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 너무 좋다 .......수정이 끝나면 버튼을 하나 누른다. 그러면 내 옆에 있는 프린터가 구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나를 위해 완벽한 원고를 만들어준다"
엘빈 토플러가 키보드를 치면서 "너무 좋다"라고 느낀 때가 칠십 년대 후반부였는데 내가 컴퓨터의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2002년 10월이었다
어떤 기계든 바라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어린 시절부터의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전구 하나 갈아 끼우는 것을 배운 것도 불과 이 이십년 전이었고, 91년에 서너 차례 떨어진 다음에 취득한 운전면허를 지금껏 장롱면허로 묵혀 둔 것도 애당초 기계에 취약하다고 느낀 즉, 자신감의 결여 때문이었다
글쎄 말이다. 그렇게 힘들여 면허증을 땄으면 신기해서라도 운전을 하고 싶었을 텐데(그 당시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운전면허 취득을 하기도 전부터 운전을 했는데) 차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조수로만 만족했던 나여, 그러면서 "우리나라 길을 나만큼 잘 아는 조수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라고 가끔씩은 거드름을 피웠으니
컴퓨터만 해도 그렇다.
작고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이 장수에 내려와 계실 때 "얼마 안 있으면 말하자마자 입력이 되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니 배울 것이 없다"는 이이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안 배웠는데 결국 이이화 선생님은 나와의 약속을 어긴채 컴퓨터를 배우고 나는 그때까지 컴맹이라는 말을 그렇게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못 들은 체 무식하게 살았으니......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컴퓨터가 또 다른 나의 스승이자 친구임을 뒤늦게야 안다
어디 컴퓨터뿐이랴 산을 오르며 강을 따라 걸으며 나는 얼마나 많은 사물들과 만났던가.?
길을 걸으며서 나는 수 많은 선지식들과 여러 사람의 스승들, 그리고 나이를 따지지 않는 벗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사람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기쁘다" 또는 엘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너무 좋다" 라는 감정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살면서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나의 스승이자 벗이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남은 생애 기쁨과 행운이 함께 하소서,
그리고 사는 날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그들과 좋은 인연을 맺은 채 살게 하소서,
2024년 5월 14일,
담장에 핀 인동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