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9일
해파랑길 3코스
1. 몸이 기억하는 시간.
야간 버스를 그것도 5시간 이상 탔고 30km를 넘게 걸었는데도 어김없이 4시 50분에 눈이 떠진다
잠시 생각이란 걸 한다.
話頭는 아니지만 왜 걸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了源한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이 질문은 언제쯤 해답을 찾을까?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일어난다.
바다를 향해 뚫린 창에 불빛이 어른거린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본다.
항구를 휘돌아 감싸고 있는 해안선을 따라 환하게 켜 놓은 전구가 불빛을 뽐낸다.
배낭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선다.
누군가 들어와서 가지고 갈 물건은 없지만 다시
꼼꼼하게 둘러 보고
왜?에 대한 대답을 얻으려고 길 위에 선다.
06시 34분
2. 첫걸음
첫걸음은 언제나 소중하다.
얼마큼 걸을지는 몰라도 그날 그 여행의 시작이기에.
호기롭게 길을 나서고 대변항을 지나
봉대산 등산로로 향한다.
검색할 때 대부분 블로거가 이 초입에
길 표시가 부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는데
막상 부딪혀 보니 맞는 말이었다.
어느 길이던 리본과 표식이 일정한 규칙과 패턴으로
길 안내를 도와주고 있는데
여기는 정말로 가관이었다.
간신히 리본을 찾아
봉대산 등산로에 들어선다.
다행히 날씨는 쾌청.
얌전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비릿한 바다내음이 실려 있고
새벽안개 사이로 펼쳐지는 봉대산의 단풍이
호기롭게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봉대산은 높은 산은 아닌데
오르막 경사가 심하다.
새벽이고 어제 많이 걸었고
몸이 아직도 덜 풀린 상태에서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올라가다 보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동녘 하늘을 바라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들어나는
찬란한 빛의 여운.
물들어가는 빛의 향연.
수 놓이는 빛.
물의 반짝임.
2. 인생 최고의 일출
올해 지리산을 두 번이나 갔을 때 보았던
일출과 바로 어제 이기대에서 바라본 일출과
3월에 제주도 가면서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일출과
비교해 보면 이건 정녕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내가 한껏
포즈를 잡아본다.
얼굴로 전해지는 따듯한 기운
세상이 따듯 해진다.
소원을 빌어 볼까?
새해 첫 일출도 아닌데
소원을 빌면 들어 줄까?
그래도 한번 해 볼까?
산을 내려오면 곧바로 기장역이 나온다.
서울역에서 부전까지
운행했던 새마을호는
KTX 가 생기면서 그 맥이 끊어지고
지금은 동해안 관광열차가 운행 중이다,
기장엔 내가 좋아하는 복 요리집이 있다.
식당을 들렀다 가기엔
시간도 없고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해서
아쉽지만 길을 재촉한다.
3. 일광 해수욕장
겨울 해수욕장은 어디나 그렇지만 을씨년스럽다.
요즘 동해안 큰 해수욕장들은 겨울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하지만 일광 해수욕장은 작은 해수욕장이어서
마찬가지로 사람이 없다.
화장실을 들리면서 잠시 휴식을 하고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아본다.
작은 식당에 곰탕이라는 메뉴를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신문을 뒤적이던 남자 사장님이
물을 내 오고 주문을 받는다.
식탁이라야 서너 개 손님이
앉을 수 없는 방 한 켠에 소파 하나 그 위에 이부자리
그래도 자판기 커피 기계가 있고
작은 어항에 금붕어 몇 마리.
부부의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인가보다.
진한 국물에 밥을 말고 허기와 피로를 달래본다.
5. 09시 30분
햇살이 퍼져
살랑살랑 일렁이는 물결 위에
은빛 채광.
더없이 부드러운 아침의 기운을 만들고
따듯한 날씨에 열어둔 카페
고소한 커피 향을 견디지 못해
카페에서 잠시 휴식시간.
창 넘어 들어오는 바다가
예쁘다.
6. 거꾸로 가는 계절
동백꽃은 그렇다 치자.
개나리가 보이고 버들강아지
뽀얀 솜털이 보인다.
반팔 상의만 입은 배낭객이 보이고
등줄기를 따라 연신 흘러내리는 땀.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20℃를 상회하는 기온이
겨울옷을 챙겨입은 나에게 심한 데미지를 준다.
기장에 있는 가마솥복집에서 점심 식사
첫댓글 본 글은 3년전 해파랑길 1회차 완주 때 쓴글을 올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