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려고 펌
2008년 1월 2일
아직 유튜브가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기 전
'DrazenXLive'라는 유저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하나 올린다.
제목은 'Reptilia Strokes Rock Band'
미국의 5인조 락밴드 The Strokes의 노래 'Reptilica'를 게임 'Rock Band' 기타로 연주하는 저화질 게임 플레이 영상으로,
그냥 평범하게 자신의 기타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다.
기타를 잘 친다는 점을 빼면 별 특징이 없는 영상이었기 때문에
맨처음 달린 댓글도 연주 잘한다는 내용의 댓글 2개 정도만 달렸다.
그리고 이어서 달린 댓글의 시작...
이 사람의 닉네임은 'picsmics4'. 오늘의 주인공
그가 단 첫번째 댓글은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플레이어와 선곡을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첫 댓글을 남긴 이후로도 계속 감명이 남았는지 'picsmics4'는 며칠마다 한번씩 같은 동영상을 찾아와
'우와~' '정말 데단해~' 따위의 댓글들을 남기러 왔다.
그리고 이걸 무려 15년 동안이나 계속 했다.
어찌나 감명이 깊었는지, picsmics4는 한번씩 찾아와 동영상을 볼 때마다 댓글로 감상평을 남긴 듯하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한눈에 봐도 즐거워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범하게 동영상을 보러온 다른 유저들도 picsmics4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인상깊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주인공은 계속해서 동영상 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감탄을 연발하는 댓글들을 남겼다.
2년여 동안 계속해서 댓글을 달던 picsmics4에게도 몇 가지 이변이 생기는데,
1. 중간 중간 현생 때문에 장기간 들어오지 않는 기간이 생기고,
2. 자신의 개인사를 댓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아직 학생이었던 주인공은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영상을 찾아와 노래를 감상하며 변함없이 댓글을 남겼다.
이젠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댓글도 달지 않아, 그의 독무대가 계속된다.
아무도 보지않는 영상에다 웬놈이 일기장마냥 댓글을 남기니,
동영상의 게시자였던 DrazenXLive가 보다못해 직접 나서 뭐하는 놈이냐고 그에게 댓글을 달고
그는 그저 이 동영상을 매우 좋아하는 팬이라고 답한다
스토킹 얘기가 나와도 그는 단지 악의없는 이 동영상의 팬일 뿐임을 강조한다.
이후 게시자가 몇 차례 댓글을 남겼지만, picsmics4가 개의치않고 꿋꿋이 자신의 감상평을 댓글로 남기자
이내 포기한 듯 더이상 댓글을 달지 않는다.
이때가 첫 댓글로부터 4년이 지난 시점.
5-6년이 흘러도 부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영상을 감상하고 기념 댓글을 남기는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감상평을 남긴다.
이제 그도 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시간날 때마다 항상 영상을 보러오겠다는 말도 남겼다.
사회로 나왔지만, 사회생활이 녹록치 않은지 점차 현실적인 댓글도 남기기 시작하는 그
이때부터 점차 그의 댓글 업로드 기간도 뜸해지기 시작한다.
몇 개월마다 한번씩 왔지만, picsmics4는 그래도 꾸준히 영상을 찾아와 댓글을 달았다.
8년째, 이젠 게시자도 미운정들었는지, 오랜만에 찾아온 그를 향해 애증어린 댓글을 달아주었다.
9년째, 그가 이 영상을 보게된 계기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학생 시절 아마도 록밴드 연주를 해보려다가 우연히 이 영상을 찾았고, 거기에 꽂혀버린 것 같다.
그리고 댓글 몇 개를 더 남기던 picsmics4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2018년 6월 27일
11년째, 오랜만에 돌아온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이제 그에게 이 영상은 바쁜 삶을 보내는 중에 들르는 인생의 쉼터요, 일기장이 된 듯하다.
12년째, 경제적 상황도 매우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사업 실패로 인생에 있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그는 삶이 힘들 때마다 이 동영상을 찾아와 음악을 들으며 안정을 되찾는 듯하다.
13년째, 감상 소감도 사라지고, 이젠 희망도 점차 사라져가는 것만 같다.
13년-14년째, 지난 고난을 뒤로하고 새 거처를 찾아 다시 일어서겠다는 picsmics4.
마지막 댓글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3년 1월,
picsmics4는 마침내 직장이랑 집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좋았던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동영상을 찾았다.
이를 우연히 찾은 어느 유저가 레딧에 picsmics4의 이야기를 올렸고,
이를 유튜버가 재생산하여 영상으로 만들어
picsmics4와 그의 15년 간의 이야기는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갑자기 몰린 인파에 당황한 게시자)
무수히 많은 네티즌들이 들어와 그를 향해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동영상 게시자도 레딧에 등판하여 이번 일에 대한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15년간 꾸준히 댓글을 남기다 단숨에 유명해져버린 picsmics4
그 역시 갑작스런 관심에 어리둥절한 감정과 동시에 지난 15년간의 세월을 술회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고, 지금 저는 완전히 혼란스러움부터 어떤 의미에서는 기쁨에 이르기까지 감정이 엉망입니다.
이 영상이 공개 영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당황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Drazen, 이 일로 불편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이 모든 일이 갑자기 터질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온정에 대해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고마워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관심입니다. 15년 전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오늘 눈물을 좀 흘렸어요.
지난 10년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에는 없던 삶의 용기를 얻었고, 오랜만에 일터와 살 곳을 찾고 나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걱정과 사랑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영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즐겨찾기에 추가해 자주 보면서 록 밴드 드럼 연습을 했죠. 이 곡은 결국 제가 전문 드럼으로 완성한 최초이자 유일한 곡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즐겨 찾기 목록이 늘어나고 온라인에 할애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 동영상은 잠시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 영상을 재발견하고 몇 년 전의 어리광을 부리던 제 모습을 보며 묘한 향수를 느꼈습니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에 침대에서 YouTube를 검색합니다. 그럴 때마다 유튜브를 방문해 댓글을 남겼죠.
허공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익숙한 음악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울려 퍼지지 않는 것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마치 15년간의 메아리가 한꺼번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고, 그 메아리는 제가 상상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배려와 사랑, 그리고 힘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께 받은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몇 배 더 크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업무상 출장이 잦아서 자주 찾아보지는 못하지만,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습니다. Drazen, 이 플랫폼에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소름 끼치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 저도 댓글을 남기면서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하겠습니다."
첫댓글 🥹
감동적이야ㅠ
ㅠㅠ
와 이상한 감동이 있다
꾸준히 영상 업로드한 사람도 댓글 단 사람도 둘 다 대단하다...
괜히 눈물난다 행복하세요
ㅜㅜ뭔가 감동이야.. 행복하세요
영상이 계속 있어줘서 다행이다
최근에도 새해 인사 하러 왔었네!
낭만적이다...
뭔가 감동이야ㅜㅜㅜ
아 코 시큰시큰하다가 결국 울어버림 후 행복했으면 좋겠네
와우 ㅠ 역시 뭐든 꾸준한 사람은 뭐든 된다..
낭만적이다...... 어릴때는 잘하고 싶어서, 커서는 빛나던 어린날의 자길 찾아서 계속 온거같아...
헐 ㅠㅠㅠㅠ
이런 말 어케해 진짜? ㅠㅠ 나 이댓 보고 우네... 내가 느낀 감정을 글로 적어준 여시 고마워
괜히 눈물이 나네..
아 왜ㅜ내가 울컥하눙가ㅡㅠㅠㅠ
와 찾아보니까 6일전까지 댓글 달았네 ㅠㅠ
와..15년...
🥹
잘됐으면좋겠다ㅠㅠ!!!
감동이다ㅠㅜ
낭만있다...
왜 눈물이나냐
낭만..
처음엔 그냥 귀여운 행동이네 생각하다가 내릴수록 맘이 시큰,, 한 사람의 인생에 보이네
행복하길
정말 낭만적이다 이런거..
낭만 대박이다 한사람의 인생을 지켜본 기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