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정 우 민
1932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유럽의 동쪽 끝 주브로브카 공화국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때는 유럽에서 파시즘과 나치즘이 태동하던 때이다. 주브로브카 공화국의 알프스자락 온천관광지 네벨스바다에 세워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핑크색 파스텔톤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호텔로 특수한 케이블카(퍼니큘라}로만 접근할 수 있는 최고급 호텔이다. 호텔바닥에는 주문제작한 아르누보 카펫이 깔려있고 아치형 계단을 오르면 웅장한 스테인드 글라스 패널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동출신의 제로 무스타파(토리 레볼로리)는 이 호텔의 로비 보이로 이 호텔의 전설적인 총지배인 무슈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보라색 연미복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구스타브는 직원들에게 호텔을 ‘티없이 완벽하게 치장하라’고 지시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는 ‘위대하고 기품이 있는 곳’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모든 방문객에게 친절하고 그들이 원하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늙고 외로운 부호 여인들에게는 한 명,한 명에게 애인이며 귀중한 영혼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늙은 부인들에게 육체적인 서비스도 아낌없이 제공하는 데 ,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살코기보다 두터운 비곗살이 깊고 진한 맛이 나서 좋다고 말한다.
그는 시를 너무 좋아하여 ,직원 교육시에도 빠짐없이 낭만적인 시를 꼭 읊조린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독한 향기의 ‘레어드 파나쉬’향수를 잊지 않고 뿌린다. 그 향수는 너무 진해서 그가 지나간 뒤 한참이 지나도 그의 향수냄새인지 누구라도 알수 있다.
중동에서 전쟁(사막의 반란)으로 고아가 되어 단신으로 이주한 무스타파를 구스타브는 가족도 ‘제로’, 경험도 ‘제로’,학력도 ‘제로’ 라고 평가한 뒤 제자로 삼는다.
제로는 날렵하고 작은 체구에 만화 '톰과 제리'의 제리같이 날렵하고 영리한 캐릭터이다.
이 호텔에 일 년에 꼭 한번씩 19년동안 매해 들러 몇 달동안 머물던 마담‘D'(틸다 스윈튼)는 84세의 할머니지만 구스타브의 연인이며 열렬한 팬이다. 올해 그녀의 대저택 ’루츠‘성으로 구스타브의 배웅 속에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모습이다.
1달뒤 1932년 10월 19일 구스타브는 제로에게서 신문을 받는데 1면에 대문짝만하게 전쟁이 발발된 기사가 났고, 그 바로 밑에 세계제일의 대부호 마담'D'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났다. 구스타브는 이 과거의 연인과의 작별을 위해 탱크가 국경을 넘고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와 함께 루츠성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담는다. 기차운행도중에 기차는 어느 보리밭에서 정지하게 된다. 기차를 멈추게 하고 검문에 들어간 군인들은 다른 인종인 제로를 체포하려한다. 구스타브는 총을 가진 군인들의 위협 앞에서도 제로도 당당히 여행을 할 권리가 있다고 설파한다. 운 좋게 과거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구스타브에게 호의를 받았던 젊은 장교 헨켈스(에드워드 노튼)를 만나 특별 통행증을 받아 무사히 마담D의 저택에 당도할 수 있었다. 헨켈스는 자신이 어릴 때 부모와 함께 호텔에 갔을 때 구스타브가 자신의 외로움을 많이 달래주었다고 했다. 구스타브는 '광기에 휩싸인 도살장같이 잔혹한 세상에도 여전히 한 줄기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마담D의 유언장 집행인인 코박스(제프 골드브럼)변호사는 평소에도 오지도 않던 수백 명의 엄청난 수의 친족들이 모인 가운데 유언장을 발표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반 호이틀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구스타브’ 앞으로 남긴다. 엄청난 가격의 이 명화가 엉뚱한 사람한테 넘어간 것에 가장 분노한 사람은 마담D의 아들 천하의 망나니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였다.
구스타브와 제로는 재빨리 빠져나와 ‘사과를 든 소년’그림을 미리 챙긴다. 그리고 그림이 놓여있는 자리가 텅 비자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저속한 ‘자위하는 레즈비언들’ 그림을 걸어놓고는 자리를 떠난다. 그 그림 뒷면에는 마담D의 충직 한 집사 서지 엑스(마티유 아말리)가 넣어둔 마담의 비밀 유언장이 따로 있었으나 구스타브는 발견하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기차 속에서 구스타브는 둘다 호텔을 그만두고 그림을 팔기로 하고 자신을 도와주면 제로에게 판매금의 1.5%를 주기로 계약한 뒤 덤으로 자신이 죽으면 모든 유산을 주기로 계약한다. 그 당시 구스타브의 유산은 몇 권의 낭만시집과 상아장식 조각이었다. '사과를 든 소년'의 소년은 소년에서 청소년 시기로 넘어가는 모습으로 구스타브의 말대로 자신과 닮았다. 마담D는 그 그림을 자신인양 봤을 거라고 구스타브는 혼자 마음대로 회상한다.
마담D의 모든 재산은 모조리 자신의 것이라고 확신하던 드미트리는 어머니의 그림중에서도 가장 값어치 있는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이 구스타브의 몫이란 것을 아는 순간 구스타브를 마담D의 살해 용의자로 모함하여 구스타브를 위기에 빠트린다. 드미트리와 그 모든 친척들은 구스타브가 마담D를 살해하였으며 그 목격자는 집사 서지이며 그는 도망쳤다고 고소한다.
드미트리의 하수인인 냉혈한 조플링(윌렘 데포)은 마담D를 죽였으며 나중에 변호사 코박스의 페르시안 고양이를 높은데서 던져죽이고 코박스마저 박물관에서 손가락 네 개를 자른 뒤 살해한다.
호텔로 돌아와 금고 깊숙이 그림을 숨기자마자 닥쳐 들어온 헨켈스대위에게 구스타브는 체포된다. 구스타브는 '체크 포인트 19' 감옥에 수감된다. 수감되자마자 기선을 잡으려고 같은 수감자 제로 핑키와 싸워 얼굴이 떡이 된다. 그리곤 서로 친구가 된다. 구스타브는 핑키의 친구 드미트리와 모의하여 탈옥하기로 한다. 드미트리는 자신이 그린 감옥의 정교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마지막에 배수관을 뚫고 탈출해야하는데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제로가 해결해준다. 제로의 애인은 우악스럽게 생긴 멘들 아저씨네 빵집가게서 일하는 '아가사'(시얼샤 로넌)이다. 아주 청초한 얼굴의 그녀는 만난 지 세 번 째만에 제로와 결혼을 약속한다. 물론 그녀를 사로 잡는데는 구스타브의 낭만시가 도움이 되었다. 단점이 있다면 그녀의 볼에 구스타브의 말대로 멕시코나라만한 반점이 있다는 것이다. 멘들빵집에서 만든 케이크를 감옥에 사입하는 데 모든 사입음식을 칼로 자르던 교도관은 케익이 너무 예뻐 자르지 못한다. 그 케익밑에 톱같은 탈출도구를 숨겨놓았던 것이다. 마침네 5인조는 탈출을 감행하고 그 와중에 교도관에게 들켜 한명은 카드놀이를 하던 교도관 4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는다.
배수관 탈출구에 기다리던 제로는 은신처를 못 찾아 두사람은 설원을 걸어서 도망친다. 그는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서지 집사를 찾아야했다. 구스타브가 가입한 십자열쇠클럽은 각 호텔의 지배인들이 연결된 의리있는 클럽으로, 구스타브의 전화를 받은 그들은 바쁜 와중에 서로 계속 연락해서 그를 도운다. 구스타브와 제로는 마침내 수도원에서 집사를 만나지만 집사 서지의 장애자 여동생의 목을 자르고 추적해온 조플링에 의하여 살해된다. 스키를 타고 도망가는 사이코 살인마 조플링을 두 사람은 썰매를 타고 추적한다. 동계올림픽 코스를 따라 신나는 추적을 이루어진다. 마치 만화같은 추적신이다. 마침내 점프대에서 떨어져서 매달린 구스타브를 조플링을 밟아 떨어뜨려 죽이려는 순간, 그 순간에도 구스타브는 시를 읊는다. 뒤늦게 닥친 제로가 조플링을 절벽아래 떨어뜨려 없애고 구스타브를 구한다.
구스타브가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호텔은 파시스트들이 점령하였다. 그들의 기호'ZZ'는 나치스의'SS'와 유사하다. 제로의 부탁으로 그림을 찾으러 온 아가사는 드미트리와 마주친다. 드미트리와 점령군의 총격전 뒤에 헨켈스는 드미트리와 구스타브가 보는 가운데 '사과를 든 소년' 그림 뒤에 숨겨진 최종 유언장 사본을 개봉한다.
유언장에는 '자신이 살해당할 시에는 모든 재산을 구스타브에게 줄 것'이라 적혀있었다. 드미트리는 도망가고 구스타브는 억만장자가 된다. 그녀의 재산 중에는 무기공장 대저택 그리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가사와 제로의 결혼식에는 십자열쇠클럽회원들이 모든 참가해서 축하 해준다.제로부부와 루츠성으로 가던 구스타브는 또다시 보리밭에 기차가 서고 군인들이 닥치자 그들 부부를 체포하지 못하게 하려다 총을 맞고 죽고 만다. 제로의 말대로 "그가 '그의 세계'로 들어서기 전에 '그 세계'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제로는 구스타브의 유산을 약속대로 모두 상속 받는다.
아가사도 결혼 2년뒤 아들과 함께 '프로이센 독감'으로 죽고 만다. 황폐해가는 호텔을 다른 재산을 팔아 지키는 제로 무스타파는 일 년에 서 너번씩 호텔에 와서 웨이터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트보다도 작은 욕실도 없는 쪽방(그 옛날 구스타브가 지냈던 방)에서 지내다 가 곤한다. 호텔을 끝까지 안파는 이유는 '아가사와의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유럽의 전설적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에게서 영감을 받아 10년 동안 구상하여 만든 작품이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 후 아내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2차 세계대전 속에서 큰 영향을 받은 작가이면서, 한 개인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전기 작가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즉 그 자신이 소설가이면서 역사가였고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작년 <문라이즈 킹덤>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 올해는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이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였다. 할리우드 명품 배우 구스타브역의 랄프 파인즈와 할리우드 첫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제로역의 토니 레볼로리의 눈부신 열연과 완벽한 연기호흡은 환상적이다. 틸다 스윈튼이 84세의 미망인 마담 D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일 꼼짝없이 5시간 동안 헤어와 메이크업 분장을 해야만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비로소 틸다에게 노인 분장을 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국열차'에 이어 완벽한 변신이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화면은 절대적으로 중심선에 배우를 두는 화면을 꽉 채우는 자로 잰 듯한 대칭구조를 고집해 그야말로 완벽한 스크린 미학의 절정을 이룬다. 더 나아가, 극중 1960년대는 와이드 스크린으로, 1930년대는 1.37:1, 최근에 가장 가까울수록 1.85:1 등 당대 유행했던 화면비율로 촬영하는 완벽주의적인 면모까지 선보인다.
웨스 앤더슨은 아마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이 과거 유럽의 예술적, 문화적 전성기였다고 본 것 같다. 마담D의 의상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에서 따왔고 레즈비언 그림은 에곤 쉴레 스타일로 리치 펠레그리노라는 미술가가 창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의 시작은 어느 문학소녀가 소녀가 사망한 위대한 작가를 회상하고. 생전의 늙은 그 작가(톰 윌킨슨)가 젊은 시절을 다시 회상한다. 젊은 작가(주드 로)는 늙은 무스타파(F. 머레이 에이브라함)를 만나는데 무스타파는 제로라 불린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고한다. 제로의 회상 속의 대상이자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제로 본인이 아닌 구스타브이다. 겹겹이 둘러싸인 4층의 액자식 구조로 이야기를 펼친다.
필자는 이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드물게 두 번 보았다. 두 번째에 보는 영화가 훨씬 재미있고 아름다웠다.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재미와 영상미를 쏟아 붓고도 러닝타임이 100분이라 얼마나 진행이 빠른지, 생략된 화면과 대사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시 부분은 더욱 그렇다. 두 번 봐서야 더욱 미소 짓고, 제로와 구스타브를 더욱 좋아하게 된다.
정말 웨스 앤더슨은 강박적인 완벽주의자이다.
맺음 결론; 무슈 구스타브는 그 시대에 존재했던 저렴하고도 숭고한 마지막 신사였다.
맺음 대사 ; "사람들은 작가가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만,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그 주변 인물들이다."- 노작가(톰 윌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