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레깅스 있습니다.” 요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가 앞 광고 문구다. 과연 그럴까?
레깅스는 올해 크게 유행을 타고 있다. 몸에 착 들러붙어 섹시한 각선미를 드러낸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지만, 보온 효과까지 있다니 일석이조 같고, 그래서 여성 의류점이나 노점에서 레깅스 전시-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건강 포털 코메디닷컴은 실제로 레깅스가 따뜻한지를 실제 실험을 통해 측정해 보기로 했다. 이대 목동병원 정형외과 신상진 교수 팀에 의뢰해 실제로 레깅스, 스타킹, 바지를 입은 20대 여성의 다리 온도를 적외선 체열 진단기(DITI)로 측정함으로써 보온 효과를 수치화했다.
일반적 상식으론 바지가 가장 따뜻하고, 약간의 두께가 있는 레깅스가 그 다음이고, 얇은 스타킹이 보온효과에선 꼴찌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레깅스는 실험 대상 중 보온 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온 효과 측정은 지난 6일 오후 4시경 진행됐다. 이날 기온은 최저 12.50도, 최고 18.4도로 쌀쌀한 편이었다. 실험은 20대 여성이 △맨살 △겨울용 스타킹 △발목이 노출된 레깅스 △평상복 바지를 각각 입고 10분간 야외에 서 있다가 실험실로 돌아오는 즉시 맨살의 온도를 적외선 체열 진단기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측정 값은 ‘실내 온도 - DITI 측정온도’로 숫자가 높을수록 보온 효과가 좋음을 나타낸다. 측정 결과는 맨살 1.53, 레깅스 1.59, 스타킹 2.21, 바지 2.28이었다. 바지-스타킹의 보온성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반면, 레깅스는 맨살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보온 효과만 볼 때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실험을 주도한 신상진 교수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스타킹이 예상 외로 바지와 비슷한 체온 보호 효과가 있는 반면, 레깅스는 거의 보온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기와는 달리 레깅스의 보온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일단 발목 노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람은 발, 손 등 말단 부위가 따뜻해야 추위를 덜 느끼기 때문이다.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피부과 김광중 교수는 “목에는 동맥 같은 큰 혈관이 지나는데 목의 피부가 얇기 때문에 추위에 예민하다”며 “발목이 따뜻해야 추위를 덜 느끼는 것도 발목에 있는 혈관도 이를 감싸고 있는 피부가 얇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해 보이는 목도리 또는 스카프의 보온 효과가 큰 것도 목 부위를 지나는 큰 혈관을 통해 손실되는 열을 막아주는 까닭이다.
실험을 마친 이대목동병원 신 교수는 “발목부터 발까지를 완전히 덮는 레깅스를 선택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러 레깅스를 일일이 측정한 실험 값은 아니지만 일단 발목이 노출되는 레깅스의 보온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증명됐으므로 레깅스를 애호하는 여성은 추운 날 옷차림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빈약해 보이기 짝이 없는 얇은 스타킹의 보온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맥 커슬레이크 박사는 학술지 ‘인체공학 (Ergonom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피부에는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점들이 있으며 그 중 냉감 수기(cold receptors)는 차가운 기운이 닿을 때 예민해진다”며 “스타킹은 다리 피부가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되는 현상을 완화시킴으로써 다리를 따뜻하게 보호한다”고 밝혔다.
덕성여대 섬유학과 정임희 교수는 “레깅스는 피부에 완전 밀착함으로써 섹시한 느낌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레깅스와 다리 피부 사이에 일부 공기 공간이 있으면 보온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와 옷 사이에 공기층을 둠으로써 보온 효과를 높이는 것은 내복에서 완벽하게 증명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내복은 3℃ 정도의 보온효과를 주기 때문에 실내온도를 3℃ 정도 낮춰 난방비를 20%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