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긴 산맥 잔잔한 강물 어우러진 가을 바람 이는 들녘으로 가자. 그곳에 서면 바람은 얼마나 고마우냐. 내 몸 이곳저곳 얼룩져 묻어있는 외로움과 쓸쓸함 모두 찾아내어 창공으로 날려보내니 그곳에 서면 강물은 얼마나 고마우냐. 내 마음 깊은 곳 찌던 삶의 찌꺼기 모두 찾아내어 강줄기 속으로 흘러보내니 그곳에 서면 산은 얼마나 고마우냐. 내 눈가에 맺혀있는 그리움의 눈물들 모두 찾아내어 산그늘 속으로 숨겨버리니 가을 바람 이는 들녘엔 여름 땡볕에 속 알이 하다 이제야 미소 짖는 들풀들과 가을 바람소리 반가워 함께 노래하는 풀벌레들과 저 멀리 으스름 산그늘과 쉼 없이 흐르는 강줄기아래 넓게 드리워진 노을 속 신비로운 풍경 가득하여 들녘은 이윽고 초록 요정의 나라가 된다. 가을은 맨 먼저 들녘으로 와서 풀잎에 입 맞추고 여름의 마지막 숨통마저 조르고서 이곳에 바람을 심어 신비로운 향기로 산의 모든 것 강의 모든 것 들의 모든 것을 그리움의 빛깔로 만들고 들녘에 어둠이 내리면 그리움은 꿈이 되어 밤하늘 별빛 속으로 흐르고 지난 여름내 기다림에 지쳐 잠 못 들었던 수많은 밤들이 그리움들 속으로 몸을 던지며 야단법석을 떨고 들녘은 신비로운 바람과 함께 아득한 꿈길 되어 발아래 머문다. 글쓴이:yang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