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가 `레알 신한`이라고요?

[이해욱]

우리가 '레알 신한'이라고요?

스포츠2.0 | 기사입력 2008-02-22 12:20 | 최종수정 2008-02-22 13:00    

신한은행의 빅3 정선민, 하은주, 전주원(왼쪽부터)이 재미있는 포즈를 취했다.(사진 김수홍)

프로스포츠에서 종목을 떠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경쟁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골프나 테니스같은 개인종목이 아닌 단체종목은 더욱 그렇다. 선수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하나 더 있어서다.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은 2월 10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춘천 우리은행과 경기에서 64－53으로 이겨 26승4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남은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를 확정했다.

2007 겨울리그에 이어 2연속 정규시즌 1위다. 신한은행과 2위 이하 팀들과는 승차가 많이 난다. ‘독주를 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신한은행 임달식(44)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주라니요. 4라운드가 시작할 때 2위 팀과 승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는데.”

농구는 단체운동

[임감독은 대학2부리그에 속해 있던 조선대를 2001년 맡았다. 그리고 조선대를 2004년 1부리그로 끌어올린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8월 여자프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감독이 맡은 새 팀은 전주원(36,176cm) 정선민(34,185cm) 하은주(25,202cm) 최윤아(23,170cm) 등 국가대표급 멤버가 포진한 신한은행이었다.

많은 농구 팬은 우수선수들로 팀을 꾸린 2003－04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신한은행을 비교해 ‘레알 신한’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스타가 즐비했지만 레알 마드리는 2003－04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고 우승을 쉽게 차지하는 건 아니다.” 임감독은 전 시즌 통합우승팀을 맡았지만 선수 이름에 만족하지 않았다.

“농구는 단체운동이다. 팀플레이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67) 감독은 ‘팀이 있기 때문에 스타 선수가 있다’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나도 선수들에게 늘 이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레알 신한이니 우리가 독주를 하는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괴로웠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모든 감독들이 경험한다.

임감독에게는 팀에 대한 주변 평가가 부담을 넘어 스트레스가 됐다. 전주원과 함께 팀 공격을 지휘하는 포인트가드 최윤아는 “남들은 우리를 ‘레알 신한’이라고 부르지만 약점도 분명히 있다”며 “각 팀이 서로 상대 전력을 잘 알고 있다. 선수 구성으로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이 우리보다 더 좋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긴장을 늦추진 않는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신한은행은 선발 멤버로 나오고 있는 전주원, 정선민, 최윤아, 강영숙(27,186cm), 진미정(30,178cm)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다.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권한이지만 한채진(24,174cm), 김연주(22,178cm)나 신인 김단비(18,178cm)에게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을 줘야한다는 의견이다.

임감독은 “선수 기용 폭이 좁다는 지적은 이해한다”면서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바꿔주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안됐다”고 털어놨다.

전주원이 좋은 예다. 전주원은 지난해 4월 무릎 수술을 했다. 십자인대가 끊어진 큰 부상 때문이었다. 반년이 지나 코트로 돌아온 전주원을 1라운드부터 기용할 생각은 없었다.

임감독은 “주원이가 ‘나가서 단 5분이라도 뛰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팀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 새내기 감독이라는 부담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임감독은 “솔직히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급하다 보니 주원이를 코트로 내보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미안하다.

1위 확정이라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팎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남아 있는 5경기에서 선수기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감독은 “어떤 팀이 4위를 차지할지 아직 예상하기 이르다”면서 “우리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팀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7라운드 중반쯤이면 4위 팀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그럴 경우 마지막 1경기는 선수들을 고루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달식 감독의 전주원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사진 김수홍)

임감독은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취임 첫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감독이 됐다. 임감독은 선수들에게 혼자 하는 농구가 아닌 조직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농구를 요구한다.

신한은행은 정선민, 하은주가 버티고 있는 골 밑이 다른 팀보다 강하다. 높이에서 앞서다 보니 가드들이 포스트 공격을 주로 선택한다. 외곽으로 돌리는 패스보다 골 밑으로 들어가는 패스의 횟수가 많다.

“가드들이 골 밑에 볼을 집어 넣고 멍하니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감독이 밝힌 신한은행의 약점이다. 다른 팀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약점이다.

최윤아는 “감독님은 슛을 던져 성공하지 못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슛을 쏠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거나 패스를 돌리면 더 큰 목소리를 내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2월 14일까지 치른 30경기에서 삼성생명에게 3패, 금호생명에게 1패했다. 2007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삼성생명이 역시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임감독과 선수들은 삼성생명이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금호생명을 더 껄끄러운 팀으로 꼽았다. 임감독은 “삼성생명에 대한 경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전적에서는 우리가 앞서는데 금호생명전은 늘 쉽지 않다. 반면 삼성생명은 세 번 졌지만 (금호생명과 비교해)경기를 잘 풀었다”고 설명했다.

하은주는 4라운드가 시작된 뒤 1월 4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과 홈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 출전했다. 무릎 통증 때문에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었고 몸 상태도 좋지 못해 올 시즌 지각 데뷔했다.

첫 출전한 경기에서 10분 동안 뛰면서 6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시 두 팀은 활발한 공격 농구를 했고 94－82로 신한은행이 이겼다. 식스맨으로 주로 코트에 나오고 있는 하은주의 가세는 신한은행에게 큰 힘이 됐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고 100% 몸 상태가 아니어서 스피드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2m가 넘는 키는 신한은행을 상대하는 팀들에게 부담이다.

하은주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을 잘 만들지 못했다”면서 “단순한 골 밑 득점이 아닌 다양한 공격 방법을 익히고 싶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은주는 남동생 하승진(23,221cm)이 1월 29일 열린 남자프로농구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주 KCC에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돼 다음 시즌부터 남매가 모두 프로농구선수로 뛴다.

이유진(18,185cm,삼성생명), 이광재(24,189cm,원주 동부) 남매에 이어 두 번째다.

맏언니 전주원

국내 남자프로농구 최선참은 이창수(39,196cm,울산 모비스)다. 문경은(37,192cm,서울 SK)과 이상민(36,183cm,서울 삼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창수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출전 횟수가 더 늘어났다.

지난 시즌 32경기에 나왔지만 올 시즌 2월 14일 현재 팀이 치른 42경기 가운데 38경기에 출전했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전주원이 그렇다. 36살로 최선참이다. 2001년 8월과 지난해 두 번씩이나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루한 재활과정을 거쳤고 남자들과 달리 출산까지 했다.

임감독은 “(전)주원이는 농구에 미쳐 있다”고 표현했다. 전주원도 스스로 인정한다. 서른 살을 넘길 때부터 줄기차게 들었고 최근 들어 다시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언제까지 선수로 뛸 것인가”다.

전주원은 “1,2년 정도 더 뛰고 유니폼을 벗을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구를 하는 게 즐겁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서울 선일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농구공을 손에 잡은 뒤 25년째 뛰고 있다. 농구가 지겨워 질 만도 한데 코트에서 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힘을 낸다.

“은퇴요. 솔직히 농구가 싫어지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농구공을 손에서 놓겠죠. 그러나 아직은 그렇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주변에서는 5살 난 아이(정수빈)도 있고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주원은 “그런 말을 들을 때 솔직히 서운한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어린 선수들의 앞 길을 막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나는 최고의 선수가 아니다. 신한은행에서 주역이 될 선수들은 따로 있다. 나는 조연 구실에 충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전주원을 36살로 볼까. 그는 농구가 싫어질 때까지 코트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사진 김수홍)

여자프로농구에서 허윤정(29,183cm,삼성생명)과 함께 2명 뿐인 ‘엄마 선수’인 전주원은 2004년 수빈이를 낳은 뒤 은퇴했다.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딸의 영향도 있었지만 소속팀 성적도 한몫을 했다.

전주원은 “노력을 해도 팀 성적이 좋아 지질 않았다.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현 신한은행)은 2002년 여름리그와 겨울리그에서 각각 정규시즌 2, 3위를 하고 준우승과 우승한 것을 끝으로 2003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최하위는 아니었지만 삼성생명, 우리은행, 국민은행에게 뒤졌다. 선수생활에 미련을 접은 그는 소속팀에서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할 참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코치 전주원을 원하지 않았다.

플레잉코치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등번호도 바꿔 달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교1학년 때를 빼고 계속 사용했던 5번 대신 0번을 선택했다.

전주원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로 0번을 사용했습니다. 그때는 그 번호를 달고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종종 눈에 띄네요”라며 또 웃는다. 전주원은 2005년 여름리그부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현대산업개발을 인수한 신한은행은 2004, 2005년 겨울리그에서 각각 5위와 최하위로 처졌지만 전주원이 복귀한 2005년 여름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고 그해 여름리그에서 2위까지 올라갔다.

전주원은 체력적으로 아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번이나 수술을 받은 무릎이다. 전주원은 최근 “이제 태극마크를 (후배들에게)물려줘야 할 때”라며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전주원은 “이런 몸 상태라면 대표팀에 뽑혀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주원은 올 시즌 1라운드부터 뛴 게 기적에 가깝다. 일본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와 훈련에 적어도 1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한 뒤 6개월만에 코트에 섰다. 전주원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맡은 의사와 트레이너가 나서서 전주원의 복귀를 말렸다.

임감독은 “나라를 위해 뛰는 건 선수에게 큰 영광이고 명예다. 하지만 오프시즌 때 치료를 해야 할 선수를 대표팀에 데려가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팀 이기주의가 아니란 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나갈 대표팀에 주원이를 뽑지 않는 게 그를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자농구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일찌감치 코칭스태프를 결정했다. 사령탑에는 삼성생명 정덕화(45) 감독이 선임됐고 국민은행 조성원(37) 코치가 정감독을 보좌한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전주원의 합류가 필수라는 생각이다. 2월 14일 〈동아일보〉를 통해 전주원의 대표팀 은퇴 의사가 보도되자 임감독의 휴대전화는 계속해서 울렸다.

임감독은 인터뷰 도중 전화를 받았다. “대표팀에 전주원이 꼭 필요하니 이해를 해달라”는 정덕화 감독의 전화였다.

전주원은 실업 초년병이던 1991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뒤 15년 동안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으로 활약하면서 1994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을 이끌었다.

여자대표팀은 남자대표팀과 거의 같은 시기인 2006년부터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계속 대표팀을 꾸리다가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2006년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젊어진 대표팀을 내보냈다.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대표팀이 출전했다.

두 대회에서 대표팀의 성적은 나빴다. 세계선수권에서는 16개 참가국 가운데 13위에 그쳤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3,4위전에서 일본에게 70－74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해 6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은 세대교체의 바람을 잠시 피해 구성됐다. 베이징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대회였기 때문이다.

정선민 등 베테랑들을 포함한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당시에도 전주원의 대표팀 선발을 두고 많은 말이 있었다. 올림픽이 다가오자 대한농구협회는 또 다시 전주원을 부르고 있다.

선수 본인과 소속팀은 대표팀에 뽑히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만약 전주원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다면 올 시즌이 끝난 뒤 대표팀 일정에 따라 4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굿럭 대회’에 이어 8월에 열리는 올림픽 본선까지 4개월 동안 계속 뛰어야 한다.

임감독은 “(전)주원이가 대표팀에 간다고 치자. 그럴 경우 (대표팀에서)운동을 열심히 안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주원이는 그럴 성격이 아니다. 코칭스태프가 지시하는 일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한다. 솔선수범하는 성격이라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뛰는 선수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제는 주원이에게 휴식의 시간을 줘도 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SPORTS2.0 제 91호(발행일 2월 18일) 기사

안산=류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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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삼성생명 기사 잘 다뤄주더니...

스포츠 2.0의 기사가 알차고 좋네요..

양질의 기사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저 사진 얼핏보면 합성같다 ㅋㅋㅋㅋ

하은주선수가 크긴 정말 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