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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5일(11월6일, 화요일): Tengboche(Deboche) ð 페리체(Pheriche, 4,240M)
지친 몸으로 잠들었는데도
거의 07:00시 정도가 되니까 동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물 티슈로 간단 세수를 실시하고 아침을 식사를 하러 Dining Room으로 모여든다. 아침 메뉴는 계란/햄 부침에 참치 무우 국이다. Cook의 배려로 반찬과 국에 약간의 염분을 보강하여 부족한 염분과 임 맛을 살렸다. 모두들 식사를 채우기 위하여 안간힘이다. 옆 방에서 잔 S연구소의 K박사를 물어보니까 밤새도록 고생을 했단다. 체한 것은 아니고 고소증과 수인성 세균감염 같다는 증세이다. 오늘도 거의 600여M를 올라야 하는 힘든 코스인데 걱정스럽다. 전체적으로 파악해보니 5~6명이 약간의 설사 증세가 있고, 3~4명이 약간의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은 초기 고소 증세이지만 설사증세는 어제 먹었던 라면과 식기 세척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고소에서 고압버너를 이용하여 음식물과 물을 끓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식기소독이 부실하다. 그래서 수인성 세균감염을 예측한다고 한다. 가끔은 있는 현상인데, 문제는 설사의 정도가 얼마나 지속되어 장기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부단장께서 가져오신 고단위 세균성 지사제를 처방하여 돌리고 K박사는 묽게 끓인 미음으로 아침을 대신하게 한다. 본인도 힘들어하고 보는 우리도 불안해한다.
아침식사 후에 가이드의 Route Briefing이 있다. 현재 있는 Deboche를 출발하여 Pangboche(3,930M)를 지나 Shomare(4,010M)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Pheriche Pass(4,270M)를 경유하여 숙소인 Pheriche(4,270M)에 이른다. 자주 등장하는 ~che(체)는 우리말로 촌(村)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몇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단위의 마을 정도로 보면 된다. 또 ~Pass는 기다란 회랑지대(回廊地帶)로 대부분이 수 킬로미터(Kilometer)에 이르는 언덕지대이다. 이 지역은 나무 한 그루가 없고 키가 낮은 잡목(bush)만이 깔려 있어서 가끔은 Yak만이 반길 뿐이다. 이런 잡목도 4,000M 까지만 볼 수 있고, 그 이상은 황량한 잡석과 너덜바위 지대이다. 고도차는 560여 미터 정도이지만 역시 계속하여 오르막이기 때문에 산소량은 점점 줄어든다. 고도 4,200M에서의 산소 농도는 59% 정도로 낮다. 지상에서 산소 흡입을 100으로 본다면 59정도의 양 밖에는 마실 수 없음이다. 그것도 개인에 따라서는 공기 중의 산소를 걸러내는 기능의 차이가 있다.
통상적으로 고산을 Trekking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소위 “Chain-back”을 사용한다. 하루 등산 고도를 400~500미터로 정하고 400~500미터를 오른 뒤에 50~100미터를 내려와서 자는 방법이다. 부지런히 오르고 다시 조금 내려와서 자고… 이렇게 해야만이 신체를 고도에 적응시키면서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욕심을 내어 하루에 오르는 고도를 너무 높이 하거나 특히 잘 때 고도를 낮추어서 자지 않는다면 저산소증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원래 Trekking의 정확한 의미는 “절대로 무리하지 않으며 자연을 벗삼아 세상의 이치를 돌아보며 천천히 걷는 것”이라 했다. 모름지기 자연을 깔보지 말라는 얘기이다. 가이드의 친절한 브리핑을 듣고 아직도 안개가 자욱한 Lodge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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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출발하여 1시간 정도를 오르니까 커다란 철제 다리를 건넌다. Imja Khola River를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다리에는 5색 깃발이 수도 없이 걸리어 바람에 나부낀다. 5색은 Blue, Yellow, Green, Red 및 White이다. 각각 물, 땅, 나무, 불 그리고 영혼을 뜻한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묻지 않고 불에 태우거나 자연에 방치하여 육체와 영혼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단다. 다리를 지나 커다란 Chorten을 옆에 두고 휴식을 취하는데 4~500M 계곡 아래에 이곳의 명물인 야생 염소가 보인다. 이 곳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일체의 동물 및 식물을 무단으로 포획하거나 채취하면 벌을 받는단다.
Chorten은 티베트어로 “신에게 헌납하는 그릇”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불교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방형의 밑 기둥은 땅, 둥근 돔은 물, 삼각형은 불과 운명을 향한 13걸음, 꼭대기의 첨탑과 반달모양의 상징물은 각각 바람과 해를 뜻한다고 한다. 또한 루트 옆에서 많이 볼 수 있는 Mani는 바위나 벽에 불교 경전을 새긴 것으로 보통 “나무아미타불”에 해당하는 “옴마니받메훔”의 반복이다. Sherpa들은 절대로 Chorten의 오른 쪽으로 통과하지 않는데 이는 불교의 만(卍)자가 가리키는 방향이 왼쪽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른쪽 손은 세속의 더러운 일을(도둑질, 살인, 부정 등)하기 때문에 죄악시하고 왼 손을 신성시하여 왼 손으로는 식사도 하지 않는다. Sherpa들의 신앙 생활은 라마교와 함께 호수, 바위 등을 숭배하는 Bon신앙 그리고 Animism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그들은 마법과 요술 등도 라마승을 통하여 종교의식으로 승화시켰으며 악마, 신이 모든 봉우리나 계곡 및 산 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단다. 그들에게 있어서 종교의식은 감자 재배나 Yak사육만큼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이다.
Pangboche Gompa를 지나 점심식사 지점인 Shomare마을에 이른다. “Pemba Temba’s Shomare Rest” 무척이나 긴 이름이다. 아마도 부부가 운영하는 모양이다. 어제의 고단함과 식욕부진으로 거의 식사를 거른다. 도착하자마자 Lodge의 아래 쪽에서 때는 석유버너의 기름냄새가 부진한 식욕을 더욱 깔아지게 만들었다. 어떤 이는 식사 중에 욕지기를 느껴 식사를 중단하고 나가버린다. S연구소의 K박사는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아서 미음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단장께서 가져오신 미숫가루도 내 놓지만 속수무책이다.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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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또 오르니까 드디어 수목한계선(4,000M)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나무는 고사하고 그나마 키 작은 덤불도 구경할 수 없다. 우측 및 좌측으로 Amadablam(6,856M)과 Taboche Peak(6,367M)을 볼 수 있다. 계속하여 차오르는 Gas로 Amadablam과 Taboche Peak과 숨바꼭질을 한다. 바람이 세서 Gas도 세게 밀리어 앞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습도가 충분하여 걷기는 좋지만 온도가 낮아서 기관지가 상하기 십상이다. 얇은 Polartec Jacket이나 Wind Jacket 정도로는 스미는 한기를 막을 수가 없다.
[그림7, Pheriche Pass를 지나 지난 여름에 무너진 다리를 건너서 Pheriche에 도달하기 직전]
비와 같이 흐르는 땀과 뼈 속으로 스미는 추위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날부터 낮에는 오리털 파커 등을 이용하는 체온조절이 필요하고 낮에는 카라반 모자, 밤에는 털모자를 써야 한다. 해만 지면 바로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이다.
Pheriche Pass에 오르기 직전에 Orsho라는 지점에 외딴 가옥이 하나 있는데 이 또한 Lodge & Restaurant라는 이름이 버젓이 붙어있다. 주인은 미혼의 22살 아리따운 아가씨, 낮에는 혼자서 가게를 지킨다고 한다. 시즌에만 이곳에 머물고 시즌이 끝나면 Namche Bazar로 내려간단다. Pasang Sherpa의 만담에 시간 가는지 모르다가 여정을 서두른다. 이 곳에서는 수시로 차를 준다. 대 부분의 경우가 네팔 전통 차에 Yak Milk를 탄 혼합음료인데 피로회복과 고소증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주인 아가씨와는 하산 길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Pheriche Pass에서 보는 Pheriche는 거대한 계곡 강가에 위치한 마을이다. 계곡 자체가 바람을 유도하여 거의 매일 짙은 안개가 깔려있고 온도도 매우 낮은 편이다. 숙소는 Himalayan Hotel. 말이 호텔이지 우리네 여인숙만도 못하다. 후미보다는 1시간 빠르게
Dining Room에 들어가니까 밖에서 보이는 선입견과는 달리 실내가 깔끔하고 따뜻해서 좋았다. 나중에 가이드의 말을 빌면 이 곳에서 가장 좋은 숙소이고 인기가 좋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아주지도 않는단다. 그래서인지 실내 곳곳에 세계 각국에서 온 Trekker들이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다. 저녁 메뉴는 계란 찜과 된장국, 그리고 각자가 준비한 비장의 반찬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간의 아귀 같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먹으로 왔는지, 아니면 깨달음의 길을 찾으러 왔는지….. S연구소의 K박사를 포함한 5명이 식사가 어렵단다. K박사가 이제는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서 꼼짝도 못한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내일 하루는 이 곳에서 다시 제2차 고소적응을 한다고 한다. 병원도 있고 하니까 치료를 받고 쉬면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나머지 4명은 역시 고소증이다. 일부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나는 약간의 호흡곤란과 현기증이 느껴지는 증세 이외에는 특별함이 없다. 저녁을 먹고 자료를 정리하고
7. D+6일(11월7일, 수요일): 제2차 고소적응(Pheriche), Bibre 및 Chhukung
Pheriche 이곳은 고도는 현재 4,270M, 공기 중 산소 농도는 약 58% 정도이다. 빠른 걸음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천천히 걷는 걸음도 10여 보 이상이면 쉬어가야 한다. 이미 수목한계선을 넘어서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볼 수 없다. 단지 키 작은 잡목만이 가끔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제 저녁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목적지인 Kala Patthar까지의 성공 여부는 이곳 Pheriche에서 결정 난다고 한다. 이곳에서 고소 적응을 잘 마치면 5,000M 이상도 무난히 오를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하산하거나 며칠을 머무르면서 적응을 해야 한단다. 지난 밤은 매우 힘들었다.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어 고른 숨을 가지고 가사상태에 다다르면 호흡이 가빠온다. 호흡 고르기를 몇 번 거의
아침에 일어나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어찌나 얼굴이 부었는지 거의 눈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현저한 압력 탓도 있겠으나 고소증 회피를 위해서 각자 물을 많이 먹는 탓에 더욱 부었다. 그래도 무서운 고소증보다 백배 낫지!!! 스스로를 자위한다. 아침은 너나 할 것 없이 뜨는 둥 마는 둥이다. 어떤 반찬도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단지 체력유지와 허기 때문에 우겨 넣을 뿐이다. K박사의 상태를 물었더니 식사는 고사하고 간신히 물만을 먹을 수 있단다. 등반대장은 오늘 하루를 여기서 고소적응을 하고도 적응하지 못하면 K박사는 아쉽지만 하산해야 한단다. 다행스럽게 고열과 설사 증세가 상당히 호전되었으나 구토나 복통은 여전하단다. Pheriche가 Kala Patthar로 이르는 마지막 고비인 관계로 이곳에는 고소증 치료를 위한 히말라야 구조협회(HRA, Himalaya Rescue Associates) 및 도쿄 의과대학 크리닉(TMUC, Tokyo Medical University Clinic) 등이 있다. Pheriche가 의사 및 병원시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고 그 이상부터는 100% 헬기에 의존해야 한다. 그도 불가하다면 사람의 힘에 의존한 후송만이 있을 뿐이다.
아침 식사 후에 오늘의 일정 및 고소 적응훈련을 위한 루트에 대한 회의가 있다. Lodge의 우편에 있는 아일랜드 피크(Island Peak) 방향의 Bibre(4,570M)와 Chhukung(4,730M)에서 고소적응 훈련을 하기로 한다. 이 곳 Pheriche와는 약 4~5백여 미터의 고도차를 가지고 있는 봉우리이다. 예상 시간은 왕복 3~4시간, 점심까지는 돌아 온다는 계획이다. 지난 밤에도 가이드의 고소증에 대한 설교(?)로 예의 Diamox를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먹은 덕택에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K 박사는 치료를 위해서 남기로 하였다. 문제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통역 문제와 증세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자원자! 내가 자원하기로 하였다. 나는 예전에도 다른 대원의 고소증 치료를 위하여 의사를 접촉했다는 경력과 지금까지의 등반 능력을 감안하면 고소 훈련이 필요 없다는 칭찬아닌 창찬으로 반 강제적이다. 나쁜 넘들, 지들이 하기 싫으니께, 속이 훤히 보인다, 보여!
거의 너부러져 있는 K박사를 추슬러 Lodge에서 물에 가까운 정도로 끓인 미음을 먹이고, 옆에 있는 HRA자원의(醫)에게 물어보니
[그림8, Pheriche에서 바라본 Taboche Peak(6,367M)]
l Early Symptoms(초기 증세): Headache(두통), Loss of appetite(식욕부진), Dizziness(어지러움 증), Fatigue on Minimal Exertion(최소한의 행동에도 피로감)
l Worsening Symptoms(악화증세): Increasing Tiredness(피로감의 증가), Severe Headache(심각한 두통), Walking Like a Drunk(술 취한 걸음), Vomiting(구토)
l 대처방법: Don’t’ Go Higher(더 이상 오르지 마세요), Rest(휴식), Drink Fluids(따뜻한 음료 섭취, 알코올 금지)
l 최선의 대처방법: Descent, Descent, Descent!(하산, 하산, 하산!)
다시 Lodge로 돌아오니까 시간이 11:00쯤 되었다. 지금 대원들은 Bibre 정도를 오르고 있을 것이다. Lodge를 둘러보니까 비교적 한산한데 아직도 아침에 보았던 지원의 녀석이 여친과 노닥거리고 있다. 따뜻한 난롯가에서 이것 저것 물어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점심을 먹고부터는 완전한 자유시간이다. 각자 방에서 짐과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 근처의 풍경에 빠져 사진을 찍는 사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Lodge의 따뜻한 난롯가에서 각국에서 온 Trekker들과 경험을 나눈다. 인상적인 친구로는 이탈리아에서 온 직업이 트럭 운전사라는 Pierre라는 사람이다. 나이는 29세 결혼은 아직, 취미는 1년 중 9달을 벌어서 3달을 여행한단다. 이번에는 인도를 약 1달간 마치고 이곳 네팔로 왔단다. 유창한 영어와 밝은 표정의 제스처가 밉지 않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도 관심이 많단다. 자기가 계획하고 있는 나라 중에 3번째에 한국이 올라있단다. 9달을 벌어서 3달을 여행한다고? 참으로 맹랑하고 놀라운 친구이다. 10년만 젊었으면 나도 같이 뛸 수 있을 터인데!
Lodge 한 구석에서는 남녀 한 쌍이 심각하다. 여자의 상태가 매우 심한 모양이다. 물어보니까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을 했는데 오늘 Pheriche에 도착했단다. 그런데 이 팀도 여자가 무리를 하여 고소증세가 왔단다. HRA의 의사 진단도 하산해야 한단다. 여기서 헬기를 부르면 현금으로 US$5,000을 내야 한단다. 사정을 들어보니까 New Zealand에서 온 학생들인데 비용부담이 커서 헬기 동원은 어렵고 도보로 온 길을 다시 가야 한단다. 잘 내려가던지 회복하여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Lodge의 조명은 낮에 태양열 전지로 충전을 해두었다가 밤에 필요한 곳에만 쓴다. 등은 조그만 백열전구(약5W미만으로 추정)나 3파장 전구를 쓰는데 책을 읽을 정도는 어렵고 촛불보다 조금 더 밝을 뿐이다. Lodge에서 다른 Trekker들과 동행한 Sherpa들과 대화를 하면서 네팔 Trekking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사원 방문”에 대한 것이었는데, “Sherpa족과 대부분의 고산족들이 불교도이지만 네팔은 힌두교 국가이다. 당신이 가죽 신발이나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다면 사원 출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불교사찰(Gompa)는 덜 하지만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허락이 떨어져도 신발은 벗어야 한다. 그리고 축제, 화장장, 사찰 내부를 촬영하기 전에 역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찰에서 주지 스님을 만나게 된다면 카다(Kata)라는 실크 목도리에 현금을 넣어 선물한다. 통상적으로 스님은 현금을 빼고 카다를 당신 목에 걸어주며 축복한다. 거꾸로 스님에게 카다를 걸어주면 안된다. 현금은 101 루삐와 같은 기묘한 숫자로 하되 100과 같은 정확한 숫자는 매우 불길하다고 생각한다.”
배운 김에 네팔의 결혼 풍습을 살펴보자. Sherpa족도 같은 혈통이나 근친상간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지역이 워낙 제한적이어서 요즈음은 많은 Sherpa들이 가까운 친척이 되어 문제가 되고 있단다. 우생학적으로도 근친 결혼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구혼에서 결혼까지는 수년에 걸친 긴 과정이 필요하고 보통 3회의 예식을 행한다. 1번째로 “소데네”인데 이는 남녀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 이루어진다. 2번째는 “댐창(매듭의 맥주라는 뜻)”인데 발효시킨 보리 막걸리 잔을 양가 부모들이 교환하는데 어느 한 쪽이 거부하면 그 결혼은 깨지고 성사되면 남자는 여자 집에서 반 결혼 생활을 한다. 이때 대부분 아이를 낳고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마티텁”인데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친가로 향하는 것이다. 이때 신부는 상당한 지참금을 소지하게 되는데 소, 보석, 의복, 땅문서나 세간을 가져온다. Sherpa족들의 이혼은 사회적으로 나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혼은 볼 수 없지만 불가피하게 하게 된다면 매우 우호적인 축배로 이혼이 성립되는데 딸은 어머니가 아들은 아버지가 데려간다. 이들은 영혼 재래설을 굳게 믿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면 고통 받는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하여 재판이나 처형을 몹시 두려워한다. Sherpa족들에게 요즈음 들어 미혼 청년보다 과부나 처녀가 많은데 이는 근세에 와서 남자들의 히말라야 등반 중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8. D+7일(11월8일, 목요일): 페리체 ð 로부체(Lobuche, 4,928M)
아침에 일어나니까 온 천지가 하얗게 눈에 덮였다. 아침 햇살에 Amadablam은 더욱 빛을 발한다. K박사가 궁금하여 제일 먼저 물어보니, 간 밤에 상태가 매우 좋아졌단다. 같이 잠을 잔 다른 P박사가 마음 고생을 더 한 모양이다. 같은 직장의 동료인데도 달리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심정이 오죽했을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압은 약 582Mb. 이른 아침 기온은 약 -13℃이다. 그러나 해가 오르자 바로 영상 온도를 회복한다. 맑은 하늘을 보니 오늘의 등정은 상당히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감이 온다.
Pheriche를 출발하여 Dusa(4,530M), Thokla(4,620M) 및 Thokla Pass (4,830M)를 거쳐서 Lobuche(4,910M)에 이른다. 전체 고도로는 640M를 오르는 날이다. 가이드의 간단한 Route Briefing이 있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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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riche를 출발하여 지루한 평원을 오른다. 오르는 길은 빤히 보이는 것 같은데도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지루한 Pheriche 평원을 지나 Dusa에 이르니까 우측에 몇 가구의 촌락이 보인다. 하늘은 더욱 높아 보이고 공기는 맑다. 종종 가느다란 시냇물도 만날 수 있으며 봄에 봄직한 얼음이 녹는듯한 분위기도 연출된다. Thokla는 ‘침을 뱉는 것’이라는 뜻이란다. 힘들게 오르면 침을 뱉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원지대가 끝나면 Thokla Pass 아래에 있는 Thokla에 이른다.
평원을 지나 Thokla에 이르면서 뒤로는 Amadablam과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는 웅장한 Taboche Peak(6,367M)와 Cholatse(6,335M)를 내내 바라볼 수 있다. 장갑(방한용)은 필수이며 빙하 위에 돌과 흙이 쌓여 있으므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빙하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어제의 충분한 휴식과 고소 적응 훈련 덕택에 모두들 발길이 가볍다. Thokla Pass부터 빙하가 시작된다.
[그림9, Lobuche로 향하는 길목에서, Taboche Peak(6,367M)를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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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Thokla Pass 바로 밑에 있는 Thokla에서 먹는다. 점심 메뉴는 수제비이다. 한국에서 먹으면 꿀맛이련만 도대체 목을 넘어가길 거부한다. 그러나 Cook의 지혜로 어렵사리 넘긴다. 바로 청양고추, 그간의 많은 원정대를 거치면서 경험상 청양고추를 먹이면(?) 오후에는 잘 올라가더라고 너스레를 떤다.
오전에 일찍 출발하여 비교적 짧은 거리를 올라온 덕택에 점심을 일찍 끝내고 휴식을 취한다. 원정대의 막내 J대원은 바로 양지 바른 곳을 잡더니만 바로 고개를 떨군다. 어제 저녁에 기차 화통과 탱크를 데리고 잤더니만 완전히 잠을 설쳤단다. 같이 잤다는 Mr. 화통과 탱크께서는 험-험-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때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원들의 성격도 파악되고 점점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묻지 않아도 눈치로 알고,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러나 종종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파오는 고소증을 만나기만 하면 바로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때로는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무런 일도 아닌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오후에 올라야 하는 Thokla Pass의 고도와 난이도를 고려하여 식사량을 최대한 조절하고 열량 확보를 위한 간식도 챙긴다. Thokla Pass를 오르자 바로 숨이 가쁘다. 십단보(什短歩) 일장호흡(一長呼吸)를 반복한다. 이제는 공기도 차고 바람이 매우 세다. 목에 감은 수건이 자주 떨어진다. Thokla Pass 중도에 Babu Chiri Sherpa를 추모하는 기념돌탑이 있다. 그에 대한 기록을 간단히 살펴보면 “1965년생, 36세에 Everest를 10회 등정, 1995년에는 2주에 2회 등정, 1999년에는 21시간 만에 무산소 등정, 2000년에는
Lobuche의 숙소인 “Above the Clouds Lodge & Restaurant”에
이곳 Lobuche는 Gokyo에서 출발하여 Cho La를 거쳐오는 원정대들과 합류하는 지점인 탓으로 Lodge가 붐빈다. 우리는 어제 Sherpa가 잠시 다녀와서(?) Lodge를 예약했기 때문에 무사히 Lodge를 확보하였다. 일부 원정대들은 방을 얻지 못하여 발을 동동 구르다가 Dining Room을 간신히 얻어 Sherpa들과 함께 잔단다. Dining Room은 낮에는 식사 손님을 받고 저녁 8,
이 곳 Lodge는 유일하게 화장실이 바깥에 있다. 밤에 소변을 보러 나왔다가 바라본 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이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그 가운데를 흐르는 은하수, 어릴적 고향에서 바라본 하늘이다. 오염이 덜한 탓이다.
오늘은 Trekker를 위한 “옷차림과 행동”에 대해서 그리고 “음식 예절”에 대해서 알아본다. 중요한 옷차림과 행동은, 남자는 항상 셔츠를 입어야 하며 짧은 바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공공연한 애정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 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함부로 사탕(미타이), 돈(파이사), 풍선(붐붐)을 주지 말아야 한다. 선의의 Trekker들은 볼펜과 같은 필기구를 준다.
“음식 예절”, 네팔사람들처럼 손으로 먹고 싶다면 오직 오른손만을 쓴다. 손은 반드시 깨끗이 씻어야 한다. 현지 주민들이 사용하는 음식이나 그릇을 만져서는 안 된다. 음식은 남기지 말라. 남긴 음식은 오염된 것으로 간주한다. 물건이나 돈 등을 줄 때는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하라. 실내에서의 상석은 불 가까이 있는 자리이다. 특별히 요청 받기 전에는 앉지 말라.
첫댓글 ...사진을 넣다보니...첨부문서 때문에 용량이 부족하다고 해서리 불가피하게 나누어 실을수 밖에 없군요, 쩝-,
...
사진과 글을 보니 지금부터 더 고행의 길로 접어들어가는구나.. 지금에서야 여유있게 쓰지만 그당시는 고생 많이 했겠다. 나도 4000고지도 안되는 후지산 정상에 오르면서 숨이 턱까지 차서 한걸음도 걷기 힘들었는데..
친구가 기수련을 해서 이렇게 어렵게 보이는 난관을 돌파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는군, 나는 글만 읽어도 숨이차네 헉, 헉, 헉... 정말 고생 많이 했겠다..... 잘 읽고 나갑니다.
칭구덜, 후기가 늦어져서 죄송함다. 연일 계속되는 출장에, 마누라 등살에 만만치가 않심다. 흑흑---
Taboche Peak(6,367M)를 뒤로 하고 Lobuche로 향하는 길목에서의 사진 너무 멋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숨이 답답해짐은 왜일까..4000고지면 넘으면 산소 부족으로 머리가 많이 아펐을것 같은 생각에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