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워 작년 말부터 새해 정초 중순에 이르기 까지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요 근래에는 옛 부터 내려오던 삼한사온의 자연현상도 사라진지 오래다. 너무 추워 아파트 밖을 나가 본지가 며칠이 되었다. 뒷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이는 저층 연립 아파트의 오렌지색 지붕 위의 눈이 녹았다가도 또 눈이 내리면 얼었다 하며 영 추위가 가실 줄을 모른다.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이날은 서울 사대부여중을 졸업한 여자동문만의 모임인 한결회 신년 하례 모임이 예정된 날이다. 이 모임은 실질적인 모교 동창회 업무를 젊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난후 별도 우리 나이먹은 여동창들끼리 다시 결성하여 1970년 이래 사십여년 동안 친목형식의 모임이 이어져 왔다. 보통 일년에 일곱 여덟 차례의 야외 모임에 봄 가을 역사유적지 탐방과 전국 명승지를 찾아 버스여행도 겸해 갖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좀 날씨가 눅으러 지겠지 하던 기대와는 달리 더구나 어제 오늘은 17년만에 오는 한파라나 한강이 꽁꽁 얼고 가정집마다 수도가 얼어 터져 보통 난리가 아니다. 작년에는 내가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참석을 못 하였다. 게다가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이런 추위 속 외출은 금기 사항이다.
어제 밤부터 어떻게 할까 한참 망서리다 아침에 참석 해 보기로 크게 마음을 먹었다. 두꺼운 내복에 자주색 면 언더 샤쓰 그 위에 얇은 죠끼 그 위에 또 두꺼운 털 세타에 밍크코트를 입었다. 목에는 얇은 스카프 위에 다시 두꺼운 목도리를 이중삼중 두르고 뒤집어 쓰고 가능한 한 따뜻하게 입고 집을 나서기 전에 큰 거울을 드려다 보니 영락없는 툰드라 북극 흑색 곰 형상이다. 예년에는 겨울이라도 한두번 입을까 말까한 이 무거운 털옷을 올해에는 떨쳐 버릴수가 없다.
워낙 중무장을 한 탓인지 생각보다 덜 춥다. 어제 불던 겨울 삭풍이 오늘은 잠잠하다. 언제인가 늦어서 한 소리 들었던 생각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덕인지 12시라는 약속 시간에 충분히 모임 장소인 7호선 전철 학동역 인근 한식집인'남포면옥’에 도착했다.
이런 혹한 추위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회 선배로부터 22회 후배에 삼십여 동문들이 모여 들었다. 대단한 의지를 가진 우리 서울사대부중 동문들이라고 마음속으로 감탄을 했다. 여기에 모인 이분들은 모두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고운 주름이 지었지만 모두 교장직을 퇴임하신 쟁쟁한 동문들이다. 추위 속에서도 모두 건강들 하다.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우선 포도색 와인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하며 제각기 재치있는 건배사를 큰 소리로 외쳐 본다.
“통.통.통” 내용인즉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 “진달래” 진실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좋은 의미의 “오바마” 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대로. 나쁜 의미의 “오바마” 오직, 바라만 보지말고, 마음대로.
마지막 이 말은 누군가 얘기 했다 큰 홍역을 치루는 건배사라나... 모두들 유쾌하게 건배 ㅎㅎㅎ
이렇게 나와서 이들을 만나지 않고 집안에 혼자 있었더라면 이처럼 여럿이 함께 웃을 일도 없을 것이다. 잘 차려진 한국 정통 음식에 화기애애 서로 대화하고 권하며 먹는다. 끝막음으로 나온 된장지게가 우리 한국의 보통 서민의 입맛을 아주 깔끔하게 마감시켜 준다.
선물도 주어졌다. 이번에는 따뜻한 꽃버선.세수할 때 쓰라는 건지 밴드형식의 머리싸개, 회장단이 이처럼 추운 날 점포를 찾아가서 특별히 맞추어 만들었다며 김영순 회장님이 힘 주어 역설하신 큰 가방 속에 넣는 망사로 된 'Bag in bag.' 당장 이속에 디카와 휴대폰을 넣으면 되게 좋겠네...
어찌 보면 곰방대를 들고 뒤짐을 진 옛날 할아버지들이 쓰던 망건을 닮았다."죄쏭"^^ 그냥 주는 새해 선물이니 모두들 기분이 들떠서 어린이들 모양 입이 함박꽃만 하게 벌어졌다. 나도 오늘 안 나왔더라면 큰 손해 볼 뻔 했네 하고 생각했다.
이 모임이 이토록 오랜 동안 이어져 올수 있었던 것도 이를 위해 헌신한 역대 회장단 들과 이 모임을 위해 열심히 헌금을 하며 돕는 여러 동문들이 있어서 꿋꿋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랜만에 전임 한결회 회장이던 3회의 김명자 선배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오셨다. 이번 한결회 회장인 4회 김영순 선배님.11회의 조혜옥 후배님의 수고에 큰 고마움을 표하는 마음이다. 12회의 정광모 후배님이 상배한 슬픔으로 오랜 기간의 칩거를 끝내고 나와서 모두들의 환호와 위로를 받더니 감사라는 감투를 다시 얻어 쓴다. 힘든 조혜옥총무담당을 서로 도우라는 의미다.
나의 2010년 12월에 계간 수필춘추에서 탄바 있는 송암 문학상 수상도 함께 축하하여 큰 박수를 쳐 준다.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현직인 이홍자(22회)서울사대부여중 교장이 최근 부여중의 힘차고 끊임 없는 발전상을 알려주며 4월 모임에 현재 혜화동에 위치한 부여중으로 우리 회원 모두를 초대하여 모처럼 혜화동 모교 방문을 할 스케줄이 정해졌다.
모든 여러 동문님들.이 추위를 잘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야외 모임에서 만나기로 하자는 회장님의 마감인사를 끝으로 하고 아쉬운 모임을 마쳤다. 한 겨울 햇살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올해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나자고 손을 흔들어 다시 다짐하며 헤어졌다.
돌아 오는길 3회. 4회 선배님들과 고속터미널 환승 전철역에서 두줄로 된 에스카레이타를 나누어 탔는데 그중 내가 탄게 고장이나 서는 바람에 힘이 든 나는 걸어 내려와서 선배님들이 탄 라인의 에스카레이타를 다시 타니 뒤 쳐졌다. 다들 그냥 가셨겠지 하였는데 뜻밖에 나를 기다리고 서 계신게 아닌가.
"사람이 잘 살려면 줄을 잘 타야 된다" 면서 우린 모두 크게 웃었다. 마음속으로는 이 따뜻한 선배님들께 무한한 존경심과 사랑을 느낀 하루였다. 연출 감독 다 하고 몸을 날려 자동샤타 앞에 의연하게 포즈 잡은 김영순회장님 날쎄기도하셔라!!!끝까지 이 사진을 찍느라 애쓰신 김영순회장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1월 17일
네 기억 못하실줄 알았는데 영광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오랜 기억 속에 우리 모녀가 있다는건 회장님 말씀대로 온전히 딸 덕입니다. 또 이렇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건 다 회장님 덕분이고요. 다음에 만나셔도 꼭 안부전해 주세요 회장님 감사합니다 언제 뵐 기회가 있을런지요...
첫댓글 이용분 회원님의 글을 미소 지으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꾸 손질을 하다보니 전체 구성이 어째 엉성하게 일그러지고 지리멸렬이 되었습니다.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딸들 모교의 선배님들 은사님들의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 제 마음이 뭉클합니다. 한결의 이름처럼 한결같이 다져오신 마음들이 까마득한 후배들에게도 인생의 등불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혜옥 교장이 서원님의 딸을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학부형인 엄마도 뚜렷이 기억하던데요? 대단하다~ㅇ~. 딸 덕 본거겠지, 뭐~~.
네 기억 못하실줄 알았는데 영광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오랜 기억 속에 우리 모녀가 있다는건 회장님 말씀대로 온전히 딸 덕입니다. 또 이렇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건 다 회장님 덕분이고요. 다음에 만나셔도 꼭 안부전해 주세요 회장님 감사합니다 언제 뵐 기회가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