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은 도박 용어이다.
경마나 내기 등에서 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맞서는
편에 베팅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누가 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듯한 우리나라에 중국이 아니라
미국 쪽에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경고의 뜻을 담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발언은 내용이 여과장치 없이 공개되는 모두 발언 시간에 나왔다.
작정하고 회자가 의도하는 멧기지를 확실하게 전할 때 쓰는 수법이다.
그의 발언이 우리나라의 중국 쏠림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에, 외교부는
서둘러 방어에 나섰다.
윤병세 장관은 "동북아와 세계 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동맹을 강하게
밀고 나가자는 의지를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것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전에도 바이든 부통령이 몇 차례
사용한 표현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 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김 대통령을 바로 옆에 세워놓고 '디스 맨'(이 사람)이라는
모멸적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외교 통상부 쪽은 이 표현이 결코 무례한 것이 아니라고 구구하게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절제된 용어가 사용돼야 할 정상급 회담에서 논란의 수지가 큰 용어가 튀어나오고
그 의미를 다시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만나는 공개 자리에서 다른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베팅이라는 저급한 말을
사용한 것은 무례한 짓이다.
2013년의 '베팅'은 2001년 '디스 맨'사태와 다를 바 없다. 오태규 논설위원